내용요약 그림자도 빠져드는 풍경 '서하당 식영정'
조선 최고의 민간 정원 '소쉐원'
광주 시민의 정신적 고향 '무등산'
무등산생태탐방원,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무등산에서 바라본 광주 / 이수현 기자
무등산에서 바라본 광주 / 이수현 기자

[담양·광주=한스경제 이수현 기자] '엇던 디날 손이 성산의 머믈며셔. 서하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 듯소(어떤 지나가는 손님이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의 주인아 내 말 들어보시오)'

송강 정철 작품 '성산별곡'을 다시 한번 읊어본다. 성산의 아름다움과 선비의 기상을 노래한 정철의 글을 읽으며 그 배경이 된 무등산 일대를 걸어보니 그 감동은 배가 된다. 하늘의 은하수를 베어 펼쳐놨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그 지역은 여전히 고고한 기세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서하당 식영정 / 이수현 기자
서하당 식영정 / 이수현 기자

여행의 출발지로 '성산별곡'의 첫 소절에 나오는 전라남도 담양군의 서하당 식영정을 찾았다. 정자는 식영정과 부용당, 서하당, 등 여러 시설로 이루어졌다. 입구에 자리잡은 정철과 성산별곡 비석의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식영정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명종 15년 서하당 김성원이 장인인 석천 임억령을 위해 지었다는 이 정자는 그림자도 사람으로 분리되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그림자마저 그 풍경에 취해 사람과 분리될까. 정자에서 그 앞에 펼쳐진 호수를 내려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뺴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정자의 주인인 임억령은 김성원을 비롯해 정철, 고경명 등 여러 제자를 뒀다. 그리고 임억령과 제자들은 식영정의 네 선비라는 뜻의 식영정사선(息影亭四仙)으로 불리면서 여러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식영정은 단순한 정자가 아닌 선비들이 자신의 문학을 뽐내고 학문을 갈고 닦는 학문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소쉐원 입구 대나무 숲길 / 이수현 기자
소쉐원 입구 대나무 숲길 / 이수현 기자

식영정에서 조금만 걸으면 조선시대 최고의 민간정원 중 한 곳인 소쇄원에 닿는다. 식영정이 임억령을 위해 지어졌다면 소쇄원은 조선 중기 선비 양산보가 스승 조광조의 죽음에 출세의 뜻을 버린 후 낙향해 지은 곳이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의 침입으로 소실됐지만 양산보의 손자 양경지가 다시 재건했다. 재건이 가능했던 이유는 선비 김인후가 지은 시 '소쇄원 48영'이 남았기 때문이다. 소쇄원의 풍경을 48개 작품으로 설명한 해당 작품은 넙적한 바위에서 바둑을 두거나 벽을 따라 걷는 등 소쇄원에서 즐긴 풍류를 자세히 기록했다. 그 덕에 소쇄원은 지금까지 과거 선비가 보았던 풍경 대다수가 남았다.

소쇄원 / 이수현 기자
소쇄원 / 이수현 기자

소쇄원은 언뜻 보기에 단순히 풍류를 즐기는 공간으로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깊은 뜻이 숨어있다. 그 비밀은 입구에 보이는 짚으로 지은 정자 '대봉대'에 있다. 봉황을 맞이하는 장소라는 이 정자는 귀한 손님을 기다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평화를 가져오는 존재인 봉황. 즉 스승의 죽음을 지켜봤던 양산보가 혼란을 끝내고 태평성대를 이끌 임금을 기다렸던 장소라고 볼 수 있다. 

광주 평촌마을 무돌길 쉼터 / 이수현 기자
광주 평촌마을 무돌길 쉼터 / 이수현 기자

선비의 마음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자연 속에서 새로운 체험에 나서기로 했다. 소쇄원에서 차를 타고 5분이면 광주시 북구에 넘어온다. 그리고 담양과 광주의 경계에는 '무등산 반디마을'이라고 불리는 '평촌마을'이 있다. 

동림, 담안, 우성, 닭뫼 4개 마을로 구성된 평촌마을은 '바람도 구름도 쉬어가는 마을'이라는 평가처럼 맑은 자연을 자랑한다. 실제로 마을에는 반딧불이와 무등산의 깃대종(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동식물) 수달, 진화 전 모습을 담은 '살아있는 화석' 긴꼬리투구새우까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는 '무돌길 쉼터'가 자리잡아 여행객의 쉼터이자 마을을 홍보하는 창구로 활약하고 있다. 쉼터 안에는 마을의 특산품을 판매하거나 마을 주민들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먹거리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 평촌마을 평촌도예공방 / 이수현 기자
광주 평촌마을 평촌도예공방 / 이수현 기자

또한 '평촌도예공방'은 색다른 체험의 장이다. 무등산은 충청남도 계룡산과 함께 분청사기(회색이나 회흑색 태토에 백토로 표면을 장식한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이고 공방에서도 분청사기를 직접 빚어볼 수 있다.

도자기를 빚는 것이 처음이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용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제작해주기 때문이다. 도자기를 빚은 후  백토니(白土泥)로 자신이 원하는 문양을 장식하면 작업이 끝난다. 그리고 주소를 적으면 완성된 도자기를 보내준다고 하니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무등산 서석대 / 이수현 기자
무등산 서석대 / 이수현 기자

이제는 본격적으로 무등산을 오를 차례다. 해발 1000m가 넘는 무등산은 '비할 데 없는 산'이라는 뜻처럼 웅장한 풍경을 자랑하며 광주시민들의 정신적 고향이다. 그만큼 무등산 안에는 여러 이야기가 들어있고 볼거리가 넘친다.

무등산을 오르다보면 광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쉬면서 구경하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그리고 천천히 산을 오르다보면 무등산의 상징인 주상절리대가 보인다. 수천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주상절리는 오늘날에도 마치 병풍처럼 높게 솟구쳐있다. 그 중 서석대는 해질녘에는 석영 때문에 바위 전체에 빛이 나 볼거리 중 으뜸이라고 한다.

서석대를 지나 무등산 정상부 천왕봉과 지왕봉, 인왕봉을 구경한 후 산행을 계속했다. 무등산의 또다른 절경인 광석대와 규봉암에 가기 위해서다. 그 사이 입석대 풍경을 눈에 담은 후 서석대와 광석대, 안양산 등을 이어주는 장불재와 주상절리가 풍화 끝에 무너지면서 형성된 너덜, 그 중 지공너덜을 통과하면 비로소 규봉암에 닿는다.

광석대와 규봉암 / 이수현 기자
광석대와 규봉암 / 이수현 기자

규봉암은 서석대, 입석대와 함께 3대 주상절리대로 꼽히는 광석대를 병풍삼아 자리잡은 사찰이다. 오는 길은 힘들었지만 도착 후 풍경을 바라보면 그간 쌓였던 피로도 모두 날아갈 정도로 장엄하고 아름답다. 또한 바람을 타고 들리는 청아한 종소리는 담아오지 못해 아쉬울 정도로 여행자의 마음을 맑게 해준다.

무등산생태탐방원 / 이수현 기자
무등산생태탐방원 / 이수현 기자

무등산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2년에는 도립공원으로, 2012년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국립공원공단은 무등산의 가치를 지키고 그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광주시 북구에 무등산생태탐방원을 세웠다.

설립 목적에 맞게 탐방원에서는 숙박시설과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숙소는 4인실과 6인실 14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6인실 한 곳은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개조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무등산생태탐방원 광주호 호수트래킹 / 이수현 기자
무등산생태탐방원 광주호 호수트래킹 / 이수현 기자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각 국립공원 생태탐방원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말처럼 무등산생태탐방원에서도 특별한 프로그램이 가득했다. 그 중 '광주호 호수트래킹'은 탐방원 바로 옆에 있는 광주호를 따라 걸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됐으며 피크닉 세트까지 함께 대여해 큰 인기를 자랑한다.

시설 내 프로그램 중에는 취약계층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결혼식을 여는 '국립공원 숲 속 결혼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달과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에서 사계절 꽃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옥상달빛 차담' 프로그램 또한 추천할 만 한다.

그 외에도 클라이밍과 미술심리치유, 인도 힐링요가, 핸드 테라피  등 국립공원 내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하거나 뜻깊은 추억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무등산생태탐방원 광주호 호수트래킹 피크닉 세트 / 이수현 기자
무등산생태탐방원 광주호 호수트래킹 피크닉 세트 / 이수현 기자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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