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슬기 기자] 코로나19 대표 수혜업종으로 승승장구 하던 배달업계에 위기가 찾아왔다.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하는 사람들이 급증한 데다 배달비 논란으로 인한 배달플랫폼 집단 탈퇴 움직임 등이 포착되면서다. 그동안 울며 겨자먹기로 배달플랫폼을 이용하던 자영업자와 비싼 배달료를 감수하던 소비자들은 배달플랫폼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최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새로운 단건배달 요금제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입점업체를 늘리기 위해 '중개이용료 1000원, 배달비 5000원'의 프로모션 요금제를 중단하고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하면서다. 자영업자들은 부담해야하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배민1과 쿠팡이츠는 각각 중개수수료 6.8%, 배달비 6000원(기본형)과 중개수수료 9.8%, 배달비 5400원(수수료 일반형) 등을 포함한 요금제를 내놨다. 기존 프로모션 수수료로 인해 적자폭이 커지자 출혈을 막기 위해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배달플랫폼의 횡포"라며 소비자들에게 단건배달 보이콧을 제안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건배달의 결제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단건배달의 경우 음식값과 배달비를 각각 정산하는 일반배달과 달리 전체 금액을 한번에 결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점포가 실제 정산 받는 금액보다 더 높은 매출이 잡히기 때문에 부담해야 하는 세금도 늘어날 수 있다.
이렇듯 하루가 멀다 하고 단건배달의 새 요금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일부 자영업자들은 배달플랫폼 집단 탈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배달플랫폼 횡포 대응 배달사장 모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및 쿠팡이츠를 사용 중인 자영업자 300여 명이 플랫폼 탈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신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혹은 은행 주도 상생 배달앱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100만명의 자영업자가 가입돼 있는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단건배달 요금제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 자영업자는 "배민1, 쿠팡이츠 해지가 답이다"라며 "우리가 해지하면 소비자는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게 돼 있다. 단건배달 매출 목숨 거는 거 아니면 한 달이라도 담합해서 (서비스를) 해지해보자"라는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김밥 1만5000원치가 8000원에 정산되는 거 보고 바로 (단건배달)해지했다"라며 "한 줄당 1330원에 판 셈인데 너무하다. 배민1"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연일 치솟는 배달비에 '탈배달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음식값 상승과 배달플랫폼의 수수료 부담이 맞물리면서 배달 대신 포장주문을 대신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35)씨는 "이제 배달 주문할 때 음식값 보다 배달비를 먼저 보게 된다"며 "최근 상승된 배달비를 보면 차라리 식당에 직접 가서 간단한 밥 한끼를 먹거나 포장하는 게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배달플랫폼에 대한 비난여론이 조성된 가운데 거리두기까지 해제되면서 배달업계 매출감소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집콕족'이 급증하면서 배달업계가 수혜를 톡톡히 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업계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배달플랫폼 관계자는 "3~4월은 나들이가 많아지는 계절이라 배달업계 대표적 비수기"라며 "코로나19가 심각했을 때도 주문 건수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주문건수 하락, 매출감소 효과를 즉각적으로 체감하긴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달업계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라며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3~6개월 정도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달플랫폼 관계자는 "3~4월이 원래 비수기이기 때문에 매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거리두기가 해제돼 어떻게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배달에 익숙한 분들은 이용을 계속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확연히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psg@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