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차 건정심서 의결···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도 일부 급여
건강보험 재난대응 매뉴얼 마련, 위기상황에 활용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선임기자] 1회 주사비가 4~5억원에 이르렀던 초고가 치료제인 한국노바티스의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주’(티사젠렉류셀)가 4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이 경우 환자가 부담할 돈은 최대 598만원으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선별급여로 묶여 있던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이 급여화 된다. 다만, 전면 허용이 아닌 일부 적응증으로 제한시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오후 2022년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CAR T세포 치료 관련 행위 수가 신설 △선별급여 적합성 평가에 따른 요양급여 변경 △건강보험 재난대응 매뉴얼 제정(안) △건정심 운영규정 전부개정안을 의결했다.
◇킴리아, 본인부담상한제 적용…고형암치료제 2개 약도 급여화
다국적제약사 노타비스가 수입하는 급성 림프성 백혈병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킴리아는 국내 처음으로 허가된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다.
암세포만 특정 공격하는 맞춤형 치료제라 1회 투약만으로도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건강보험 적용도 환자당 평생 1회로 책정됐다.
킴리아주는 그간 비급여로 투약 시 환자 부담이 4억원에 달한다. 입원, 치료 비용을 합하면 5억원에 이른다. 이번 급여화로 환자는 소득에 따라 83만~598만원을 내면 된다.
통상 급여가 적용되면 약값의 5%는 환자가 본인부담한다. 그러나 5%만 해도 2300만원에 달하는 고가라 복지부는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했다.
따라서 환자의 최대 부담금은 598만원으로 책정됐다. 환자가 약값을 부담하면 추후 83만~598만원을 뺀 금액을 돌려받는다.
아울러 한국로슈 사의 로즐리트렉캡슐과 바이엘코리아 사의 비트락비캡슐은 암종에 관계없이 NTRK 유전자 융합 변이가 양성 시 사용하는 고형암 치료제다.
비급여 시 로즐리트렉은 연간 투약 비용이 8500만원, 비트락비는 8800만원에 달했지만 본인부담 5%를 적용해 각각 430만원, 440만원으로 낮아진다.
◇킴리아 등 CAR-T 치료제 투약 시 의료비도 급여 적용
킴리아의 급여 적용을 계기로 4월부터 CAR-T 세포 치료제 투약 시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에도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환자의 의료비는 종전 200~40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CAR-T 치료제는 환자에 추출한 면역세포 ‘T세포’에 암의 특정 항원을 인식, 공격하는 유전물질을 넣어 이를 다시 환자에 투여하는 약이다. 이 과정이 비급여라 환자들이 많은 비용을 부담해왔다.
복지부는 “CAR-T 치료제로서 최초로 킴리아주가 건강보험이 적용됨을 고려하고, 미국·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앞서 관련 약제를 급여화한 사례를 참고해 기존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의 단계별 진료금액을 참조한 건강보험 수가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선별급여 적합성 평가에 따른 일부 행위 요양급여 변경
건정심은 ‘선별급여’ 4항목의 적합성 평가에 따른 요양급여 변경안을 논의했다.
선별급여는 치료효과성 또는 비용효과성 등이 불확실한 경우 본인부담률을 높여 예비적으로 급여화하는 제도다. 주기적으로 요양급여의 적합성을 평가해 요양급여 여부 등을 다시 결정하고 있다.
일종의 정밀면역검사인 NK세포 활성도 검사는 본인부담률 80%에서 90%로 인상하고 급여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다.
NK 세포 활성도 검사, 일명 ‘정밀면역검사’는 혈액에 존재하는 ‘NK 세포’를 체외에서 활성화시킨 후 분비되는 인터페론 감마(IFN-r)의 양을 측정함으로써 환자 상태 확인 및 치료경과 모니터링에 활용하는 검사다.
현재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80%를 적용되고 있어,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4만5000원~5만원 정도다.
해당 검사는 적합성 평가 과정에서 동 검사의 유효성이 불분명하다고 판단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심층적인 검토를 받게 됐다.
이에 NECA는 신의료기술평가 시 검토 대상이었던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 4개 암 환자에서 동 검사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의료기술재평가를 실시했다.
NECA는 “축적된 문헌적 근거가 부족해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할 수 없는 기술”이라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4개 암 환자의 상태 확인 및 치료경과 모니터링 목적으로 동 검사를 “권고하지 않음”으로 평가했다.
건정심은 유효성이 불확실한 의료행위에 대해 비급여 전환이 타당하나 비급여 현황 파악의 어려움 및 오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급여권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사회적 편익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NK 세포 활성도 검사-[정밀면역검사]는 선별급여를 유지하되, 본인부담률을 80%를 90%로 상향하고, 불필요한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급여기준을 설정하기로 결정했다.
패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폴리믹신B 고정화 섬유를 이용한 혈액관류요법은 본인부담률 90%에서 비급여로 각각 변경한다.
폴리믹신 B 고정화 섬유를 이용한 혈액관류요법은 그람음성균에 의한 패혈증 또는 패혈증성 쇼크 환자를 대상으로 폴리믹신 B를 함유한 카트리지를 통해 혈액관류를 시행해 혈액 내 내독소를 감소시키는 행위다. 현재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하고 있다.
해당 요법은 선별급여 등재 당시에도 유효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했던 항목이었다. 당시 NECA에 심층적인 검토가 의뢰됐고, NECA는 동 행위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의료기술재평가를 실시했다.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한 결과, 사망률의 차이를 보이지 않아 유효하지 않은 기술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패혈증 혹은 패혈증 쇼크 환자에서 폴리믹신 B 고정화 섬유를 이용한 혈액관류요법을 “권고하지 않음”으로 평가됐다.
경피적 대동맥판삽입술(TAVI)이 일부 급여화 된다. TAVI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서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는 개흉수술 대신 적절한 접근경로(주로 허벅지 혈관)를 통해 병든 판막을 제거하지 않고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현재 수술 불가능군과 고위험군 중심으로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80%를 적용하고 있다.
적합성 평가 결과, 수술 불가능군과 고위험군은 주요국 진료지침에서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비교 행위보다 동등 이상의 치료효과성(사망률, 합병증 등)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수술로 대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워 급여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건정심은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맞춰 시술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공판막 가격을 7% 인하(3258만 원 → 3030만 원)하기로 업체와 협의됐다. 추후 시술건수 증가 추이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 조정 여부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별급여의 급여 전환과 치료재료 가격 인하가 이뤄지면 시술 비용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특히 급여기준에 부합한 환자는 중증질환자 산정특례 적용을 받아 5%(약 150만원)만 부담하게 된다.
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은 기존 본인부담률 50%에서 임상적 필요성이 높은 사례를 중심으로 일부 급여를 결정했다. 나머지는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50%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시술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또는 대동맥판막폐쇄부전증 환자에게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되, 인공판막을 봉합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봉합(3회)으로 고정하는 행위로, 현재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50%가 적용되고 있다.
적합성 평가 결과, 전통적 대동맥판막치환술과 비교해 수술 시간(대동맥 교차클램프 및 인공심폐기 가동시간)을 단축시켜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등 치료효과성이 입증됐다.
특히, 재수술이나 복합수술(다른 심장수술 병행), 기저질환자 등 수술 위험도가 증가한 경우에 유용한 수술법으로 평가됐다.
다만 전통적 대동맥판막치환술(286만원)보다 인공판막(1100만원) 가격이 비싸고, 수술 시간 단축에 따른 합병증 감소, 재원일수 감소 등에 대한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아직 부족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건정심은 임상적 필요성이 특히 높은 사례를 중심으로 급여를 적용하고(급여기준 설정), 나머지는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50%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건보 재난대응 매뉴얼 재정…위기상황에 적시 대응
복지부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 상황이나 자연재난 등에 건강보험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그간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달까지 약 3조7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코로나19 대응에 쓰였다. 다만 건강보험 차원의 비상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요청이 지속됐다.
미국은 공중보건 위기상황 선포 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정한 제도 규제를 완화할 수 있고 일본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 자문없이 선제적으로 보험 수가를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 건강보험 재난대응 매뉴얼을 만들며 재난 대응 수가 개선·운영은 건정심 소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논의하고, 유관기관과 상시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매뉴얼은 ‘재난안전법’에서 규정하는 자연재난·사회재난 중 건강 위해 발생 가능성이 높고, 대규모 의료수요 발생이 예측되는 재난 등에 대해서 우선 적용한다.
재난 파급효과(위기경보단계, 유입·발생양상·전개속도)와 보건의료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 특성, 의료체계 대응가능역량, 의료수요 예상규모) 등을 검토해 대응한다.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명확한 매뉴얼 하에서 유연한 의사결정 체계를 운영해 앞으로도 코로나19 상황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심평원에 건정심 사무지원국 신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건정심 사무지원국이 신설된다.
복지부는 건정심 운영규정 전부 개정안에 대해 논의, 이같이 의결했다. 운영규정 개정안은 건정심의 안건 상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심평원에 건정심 사무지원국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된 건정심 심의·의결 사항 등을 운영규정에 구분하여 반영했으며, 특히 연간 재정소요가 일정액 이상인 경우 건정심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특히 심평원에 사무지원국을 설치해 안건 문의 관련 적극 지원 등 위원들의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건정심에서는 간호등급 미신고 기관 현황이 보고됐다.
앞서 복지부는 미신고 기관의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2020년부터는 미신고 기관에 대한 ‘등급 외’ 구간을 신설해 기존 최하등급의 5% 감산보다 강화한 10% 감산을 적용한 바 있다.
미신고기관 감산 강화 조치에 따라 2019년 1분기에는 미신고 기관수가 853개였으나 2021년 3분기에는 100개소로 크게 줄어들었다.
아울러 최하등급(7등급)+미신고 기관 비율은 감소 추세이나, 2021년에도 전체 기관(1773개소) 중 36.2%(642개소)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향후 미신고 기관 및 병상(환자) 당 간호사 비율이 낮은 기관 등에 대한 세부 조사를 추진하고, 건정심 논의를 거쳐 적정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차등제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익 기자 hongsi@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