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송진현] 메리츠증권의 옛 사명은 한진증권이다.
한진그룹 계열의 증권사였던 것이다.
1990년대 한진증권은 증권업계에서의 위상이 하위권이었다.
메리츠금융그룹 조정호 회장의 리더십 아래 2000년 메리츠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이 회사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은 9400억원대 영업이익과 74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과거 하위권에서 이제는 국내 정상급 증권회사로 거듭난 셈이다.
여기에는 미래를 정확히 내다 본 조정호 회장의 전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4남1녀 중 막내인 조 회장은 조기 유학을 떠나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녔다.
미국 서부의 명문 USC 경제학과를 졸업한 조 회장은 선진 미국 자본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후 대한항공 구주지역본부에서 한동안 근무한 것도 조 회장이 미국 금융시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조 회장은 2000년대 초 증권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수수료 수입만으로는 국내 증권사가 도약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IB(투자은행) 부문에서 성과를 내야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조 회장은 2010년 메리츠증권 대표로 최희문 현 부회장을 영입했다. 최희문 부회장은 미국 엠허스트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스탠포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딴 미국 유학파다. 이에 따라 미국 자본시장의 생태를 잘 알고 있었다
최 부회장은 골드만삭스 상무를 거쳐 삼성증권 본부장을 역임한 뒤 메리츠증권의 지휘봉을 잡았다.
최희문 부회장은 이후 IB 업무에 사활을 걸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다소 위험이 있지만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메리츠증권 고객과의 투자금 중개 업무도 활발히 했다.
그 결과 메리츠증권은 수수료 수입에서 벗어나 매년 큰 폭의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최 부회장은 무엇보다 미국에서 CEO의 잣대로 ROE(자기자본 이익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감안해 회사를 운영했다. 메리츠증권 소액주주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조정호 회장은 전문 경영인 최희문 부회장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일임한 것이다.
최 부회장은 조정호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메리츠증권의 비약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있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