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형트럭까지 풀라인업 구축…“내년 국내 출시 목표”
충전 문제는 걸림돌…“협업 통해 전국에 인프라 확충”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이 전기트럭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정우 기자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이 전기트럭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정우 기자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상용트럭 시장에도 전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중형에 이어 대형트럭까지 전기모터를 탑재한 모델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문제는 전기트럭의 보편화의 선결 과제로 꼽힌다.

국내 수입 상용차 판매 1위인 볼보트럭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추진 중인 중장기 전략과 함께 전기트럭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볼보트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2040년까지 유럽 지역에서 판매하는 전체 트럭 중 전기트럭 비중을 절반까지 확대하고 2050년까지 운행 중인 모든 볼보트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비전을 수립했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볼보트럭은 2018년 중형 전기트럭 FL·FE 일렉트릭을 공개, 2019년 본격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대형까지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든 트럭 라인업의 전기트럭을 출시했다. 대형 FH·FM·FMX 일렉트릭은 올해 8월 양산과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국내 시장에도 이르면 내년 중 시판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볼보 대형 전기트럭은 기존 전기차가 각 바퀴에 전기모터가 직접 동력을 전달하는 것과 달리 12단 변속기와 모터를 물려 구동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으로 최대 주행거리 300㎞(배터리 충전율 SOC 80% 기준)를 제공한다. 운송 목적 및 주행 거리에 따라 최대 540kWh 용량 배터리팩 4~6개를 탑재할 수 있다. 13리터 디젤엔진을 능가하는 약 670마력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244.89kg.m, 총 중량(GCW) 40톤의 적재능력을 갖췄다.

볼보트럭은 지난해 유럽 중형 전기트럭 시장에서 43%의 점유율을 달성하고 1~3분기 기준 전년 대비 약 200%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해 전기트럭의 시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대형 트럭의 전동화가 수반돼야 하는 것은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며, 볼보트럭은 지금이 전동화를 추진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올해 볼보 대형 전기트럭이 국내에 도입된다. 인증 소요 시간, 보조금 및 충전 인프라 등 선제 조건에 따라 변수가 있겠지만 2023년 국내 고객 인도를 목표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국내 상용차 시장 점유율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만트럭버스도 2024년부터 대형 전기트럭을 양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부터 전기트럭 신모델 시범생산을 시작했으며 우선 1회 완충 시 500㎞ 주행이 가능한 전기트럭을 선보이고 이후 주행거리를 1000㎞까지 늘린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약 200㎞인 대형 전기트럭 ‘e악트로스’ 양산을 시작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볼보트럭은 국내 시장에 대형 전기트럭을 처음 선보이게 된다. 이미 유럽에 시판 중인 중형트럭은 현지 기준에 맞춰 국내 최대 차폭 제한 기준인 2.5m보다 큰 2.55m로 제작됐기 때문에 먼저 대형트럭을 선보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 미비한 충전 인프라 등 문제는 걸림돌로 꼽힌다. 300㎞ 수준에 불과한 최대 주행거리가 장거리운행 중심의 대형트럭 운용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을뿐더러 완충까지 완속 10시간, 급속 2시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기존 디젤연료에 비해 제약 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볼보트럭은 전기트럭 충전 규격이 국내 1만4000개 전기차 충전시설과 같아 이를 활용하는 동시에 전국 31개 서비스센터에 자체 충전 설비를 마련하고 관련 업계와 제휴를 통해 물류거점 등에 충전 네트워크를 확충함으로써 문제를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충전 키트 등 관련 기술은 그룹 내 볼보에너지가 담당한다.

사진=볼보트럭코리아
사진=볼보트럭코리아

볼보트럭 계획 발표에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충전 인프라 문제와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현행 전국 전기차 충전 시설에는 대형트럭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지 않았고 관련 협업 계획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유럽과의 인증 기준 차이 때문에 주행거리가 공개된 수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에 대해 볼보트럭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지만 ‘인프라 문제 등이 완전히 해소될 후에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차량을 선보이고 차차 개선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전기트럭의 운행 정숙성과 환경 친화적 장점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차고지, 작업장, 충전소 등에서 상황에 맞게 충전하며 트럭을 운용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아울러 국내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수소트럭 개발을 진행 중이고 정부도 전기와 수소를 미래 동력으로 동시에 지원하고 있는 만큼 전기트럭 구매 보조금 등 정부의 정책적 보조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트럭 등 상용차에는 수소전지 방식이 충전 등 운용에 있어 보다 적합하다는 평가가 있어 전기트럭의 시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볼보트럭 관계자는 “전기트럭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면서도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한 가지 방식으로 복잡한 물류 방식을 전부 만족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수소와 LNG 등 다른 친환경 동력계통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볼보트럭은 다임러그룹과 공동으로 수소 구동장치 개발에 착수, 2030년까지 양산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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