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GTX-C 도봉산~창동 구간 지상화 변경에 주민들 '반발'
GTX-A 가칭 '성남역' 이름 두고 분당·판교 주민 간 갈등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기형 의원실 제공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기형 의원실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둘러싼 지역주민들의 반발이나 논쟁이 커지는 분위기다. 갑작스런 계획변경에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역명을 둘러싼 주민들 간 갈등도 포착되고 있다.

9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덕정역과 수원역을 잇는 GTX-C 노선 도봉산~창동 구간이 당초 사업계획상 지하 운행에서 지상 운행으로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GTX-C 노선은 2011년과 2016년 각각 제2차,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민자사업으로 추진돼왔다. 2017년부터 2018년 12월까지 예비타당성조사가 이뤄졌고 2019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타당성조사가 진행됐다.

원래대로라면 덕정역부터 도봉산역 인근까지 1호선(경원선) 철로를 공유하고 도봉산역 인근 분기점에서 남쪽 방향으로 지하 전용철로가 개설될 예정이었다. 이 경우 민자사업자는 도봉산역 인근부터 지하터널 공사를 시작하고 지하 창동역사를 신설해야 한다. 이 내용은 2018년 12월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2020년 10월 국토교통부 타당성조사 보고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러나 오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11월 국토부가 기획재정부에 민자사업 심의를 요청하면서 GTX-C 노선이 1호선 철로를 공유하는 구간이 창동역까지 약 5㎞가량 늘어났다. 즉 도봉산역부터 창동역을 잇는 구간이 신설 예정인 지하 전용철로가 아닌 기존 지상에 있는 1호선 철로를 공유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점선은 기존 경원선 공용구간, 실선은 민자사업자 신설구간. 변경된 계획에 따르면 도봉산~창동 구간은 지상에 있는 기존 경원선을 공용해야 한다./오기형 의원실 제공
점선은 기존 경원선 공용구간, 실선은 민자사업자 신설구간. 변경된 계획에 따르면 도봉산~창동 구간은 지상에 있는 기존 경원선을 공용해야 한다./오기형 의원실 제공

오 의원은 “지하철 1호선 열차는 도봉선~창동 구간을 하루 편도 약 130회 운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GTX 열차가 하루 편도 약 120회 넘게 1호선 철로를 사용하게 될 경우 운행량 급증에 따라 소음·진동·분진 등 다양한 민원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경우 GTX 열차와 기존 1호선 열차 사이에 속도 간섭이 발생해서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들에 대해 어떤 해명과 대책도 없이 사업을 편법적으로 변경해 추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역 주민들 또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지상에 올라와있던 1호선으로 인해 소음과 분진 등 문제는 물론 동서로 나뉘어 도봉구 발전을 막고 있었는데 GTX까지 지상으로 올린다니 어이가 없다”며 분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민원을 올리는 한편 국토부에 집단으로 항의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GTX 노선 지상화에 대해 “도시계획이나 교통계획에서 제일 기피하는 게 지상 철도다. 도시를 완전히 분절해버리기 때문”이라며 “일반 도시철도나 광역철도, 심지어 경전철도 지하화를 추진하는 최근 흐름에서 사실상 최상급 교통수단인 GTX를 지상으로 올린다는 건 전문가 입장에선 납득이 되지 않는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운정역과 동탄역을 잇는 GTX-A 노선에선 역명을 두고 지역주민 간 신경전이 일고 있다. 삼성~동탄 구간에서 경기도 성남시를 지나가는 정거장 이름을 놓고 성남 구도심과 분당, 판교 지역주민들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해당 정거장은 그간 시 이름을 본딴 ‘성남역’으로 불렸다.

성남시청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역명 설문조사 결과. 해당 투표는 당초 1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중복 투표 등으로 인해 중단됐다. /성남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성남시청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역명 설문조사 결과. 해당 투표는 당초 1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중복 투표 등으로 인해 중단됐다. /성남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12월 역명제안 공모를 통해 후보를 모집한 성남시는 지난 5일부터 ‘동판교역’, ‘분당역’, ‘이매판교역’, ‘판교중앙역’ 등 4개 안을 최종 선정하고 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역명을 성남시 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철도공단 역명 상정, 국토부 지명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역명으로 선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설문조사는 다음날 6일 바로 종료됐다. 성남시청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중복 투표되는 오류가 발견돼 설문을 중단한다”며 “GTX 역명 제정방식을 추후 재공고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총 1만4356명이 참여한 가운데 동판교역이 41.19%(5913명)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분당역이 40.07%(5752명)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판교중앙역은 15.12%(2171명), 이매판교역은 3.62%(520명)를 득표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성남 구도심과 분당, 판교 지역주민들이 여전히 역명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펼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역명으로 보통 지역명을 많이 쓰긴 하지만 중간에서 수정할 수도 있고 고유명사로서 의미부여 외에 특별한 건 없다고 봐야 한다”며 “판교와 분당 지역주민 간에 약간의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긴 하지만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정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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