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핫'했던 프로그램에서 '나락'으로
스포츠 본질 흐린 골때녀 제작진, 응당한 처벌 필요해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바야흐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지상파를 비롯해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스포츠를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하지만 잘나가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조작’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핫 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은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다. 방송인, 배우, 가수, 모델 등 각계에서 활동하는 여성 연예인들이 모여 정정당당하게 풋살 경기를 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출연자들은 공을 차는 데 서툴지만, 축구를 향한 열정과 배움의 자세를 보여 박수를 받았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축구 실력 향상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활약했던 김병지(51), 최진철(50), 이영표(44), 현영민(42), 이천수(40) 등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전설들이 감독으로 나서 불꽃 튀는 승부의 세계를 잘 그려냈다.
그러나 22일 FC 구척장신과 FC 원더우먼의 경기가 전파를 탄 이후 ‘골때녀’에 대한 찬사는 비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일부 시청자들이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다. 일명 ‘네티즌 수사대’의 레이더망에 걸린 ‘골때녀’의 진정성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스코어가 조작되어 표시됐고, 선수들과 감독의 반응은 편집되었으며, 카메라에 포착된 물통의 수 등 구체적인 현장 그림까지 맞지 않는다는 ‘조작 증거’까지 제시됐다. 여기에 해설진 추가 녹음이 왜곡되어 쓰였다. 그야말로 상상도 하기 힘든 ‘골때리는 조작 편집본’이 버젓이 방송됐다.
결국 '골때녀' 제작진은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자 24일 방송 조작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스포츠의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배신감을 나타내는 시청자들이 대부분이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 ‘각본대로 짠 드라마’가 되고 만 셈이다.
어쩌면 이번 ‘조작 사태’가 처음이 아닐지도 모르기에 더 씁쓸한 뒷맛을 남게 한다. ‘골때녀’ 제작진은 애초부터 스포츠의 감동을 기본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구성한 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스포츠의 감동을 악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든 땀과 노력으로 승리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다’는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했기에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스포츠에서 가장 큰 범법 행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승부 조작’이다. 승부 조작에 연루되어 체육계에서 완전히 추방 당한 인물도 여럿 있다. '골때녀'의 공든 탑은 이번 조작 사태로 완전히 무너졌다.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다”라는 두루뭉술한 변명으로 끝나서는 안 될 큰 문제를 제작진이 일으켰다.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사과와 과정 보고, 그리고 강력한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
끝으로, ‘골때녀’에 출연한 선수들과 감독들의 열정을 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들의 멋진 모습의 가치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골때녀’ 제작진에 대한 응당한 처분이 꼭 필요하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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