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택소노미, 애매한 논쟁하면 국제사회 지지·투자자들 동의 얻기 어려워"
K택소노미에 LNG발전 포함되자 美 IEEFA "韓, 신뢰·경쟁력 잃게 될 것" 경고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가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격 녹색산업 활성화에 앞서 원전·액화천연가스(LNG)등을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나, 전반적으로 국제사회 흐름에 부합해야 시민사회의 신뢰·국제사회의 지지·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6일 온라인으로 중계된 '대한상의 ESG 경영포럼'에서는 K·소셜 택소노미 등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현안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택소노미(Taxonomy)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을 업종에 따라 정의하고 판별하는 분류체계다. '그린 워싱'을 막고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에 자금이 흘러가는 흐름을 촉진하기 위해 유럽연합(EU)에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한국형 녹색산업 분류체계 필요성이 대두되자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등은 8대 분야 51개 경제활동별 정의·안정요건·배제요건 등을 상세화한 K-택소노미 초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K-택소노미는 녹색채권·녹색여신·녹색펀드 등 친환경 산·기업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금융상품의 판별기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원전을 K-택소노미에서 배제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업계 일각에선 미국과 중국·영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 실현 도구로 원전을 활용하는 추세에서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고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참고로 EU 차원에서는 원전건설과 원전해체를 포함할지 여부를 두고 최근까지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EU의 최종안이 나오지도 않은 시점에서 원전 건설·해체를 제외한 초안을 발표한 것이다.
K-택소노미에 LNG가 포함된 점도 논란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최근 성명에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신뢰와 투자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티나 응 IEEFA 팀장은 국내 한 방송국 인터뷰에서 "LNG는 엄연한 화석연료로 LNG가 포함된다면 K-택소노미는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기준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환경부는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이같이 결정했다면서도 향후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이 지속적으로 LNG 발전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다, 'LNG 포함'이 최종안으로 확정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난처해진 것은 산업부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제9차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지하고, 이 중 24기는 LNG복합화력발전소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한국남부발전이 신세종빛드림 LNG 발전소 착공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업계는 만약 K-택소노미에서 LNG가 빠질 경우 대체발전소 건설을 위한 재원마련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K·소셜 택소노미 동향과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주제발표에 나선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는 이 같은 논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결국 택소노미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K-택소노미에 대해 △목적에 충실 △국제사회 흐름에 부합 △금융기관의 공시규정을 두고 기업의 공시의무도 확대 △미니멈 소셜 세이프 가이드(Minimum Social Safeguards) 기준에 대한 더욱 진보된 논의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 변호사는 "택소노미는 녹색에너지 산업을 금융을 통해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애매한 논쟁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시민사회 신뢰나 국제사회 지지·투자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K-택소노미도 택소노미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K-택소노미는 국제사회 흐름에 부합해야 한다. 한국이 국제사회보다 먼저 (녹색사업 활정화 전) 과도기에 전환부문(브라운 택소노미 등)을 포함시킨 것은 과감하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치였을 수 있으나, 국제사회에서는 앞서 나가는 행동이었다"며 "전환부문이 필요하지만 그린택소노미 밖에 두거나 (별도의) 브라운택소노미로 (외부에) 두는 방식이 그린택소노미 목적에 충실하게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한, 임 변호사는 "K-택소노미의 가장 큰 약점은 결국 공시"라며 "기준을 잘 마련한다고 해도 환경공시는 2조원 이상 주권상장법인만 공시 의무가 있고, 자본시장에 다른 환경공시 의무는 없다. 금융기관에 공시규정을 두고 기업의 공시의무도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친환경 활동을 녹색과 비녹색으로 양분하는 방식보다는 중립산업을 포함해 3가지 항목으로 나누자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이분법적 시각에서는 녹색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산업이 모두 환경에 유해한 산업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임 변호사는 "우리보다 녹색산업이 활성화돼있는 EU도 그린택소노미에 포함되는 산업은 5%에 불과하다"며 "그러면 마치 나머지 95%는 '안티그린'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린'과 무관한 산업이 많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논의하면서 나온 개념이 과도기에 필요한 '브라운택소노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