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임진록’ 임요환-홍진호, 영원히 회자될 라이벌 시초
박정석-최연성, 예측할 수 없는 물량전 라이벌
스타크래프트의 대표적인 라이벌 홍진호(왼)와 임요환 / 사진=커뮤니티 캡처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엘클라시코’, ‘북런던 더비’, ‘한-일전’ 등 스포츠에는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라이벌 경기가 팬들을 열광케 한다. 약 20년의 역사를 가진 e스포츠에도 수많은 라이벌이 등장해 서로 경쟁하며 e스포츠 발전을 이끌었다. 팬들은 화면 속 서로가 응원하는 선수와 팀에 동화돼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같이했다. 이번 e스포비즈는 3회의 걸쳐 우리 가슴을 뛰게 한 라이벌들을 알아본다. [편집자]

‘임진록’, ‘3연벙’…임요환-홍진호, 스타크래프트 전성기 열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과 ‘폭풍 저그’ 홍진호는 스타크래프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라이벌이다. 종족 중 ‘테란’을 다뤘던 임요환과 ‘저그’를 다룬 홍진호는 종족뿐만 아니라 SKT와 KTF 등 소속팀까지 대척점에 서며 라이벌 관계를 이어갔다. 두 선수의 경기는 ‘통신사 더비’, ‘임진록’ 등으로 불리며 경기마다 큰 관심을 모았다.

임요환은 당시 비주류로 평가받은 테란을 사용했음에도 기발한 전략과 뛰어난 유닛 컨트롤로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e스포츠 스타덤에 올랐다. 홍진호는 많은 자원을 바탕으로 물량을 모으기보다는 끊임없이 상대를 몰아쳐서 병력을 교환하는 것을 선호했다. 

두 선수의 통산 전적은 35-32로 임요환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홍진호가 결승전과 중요 다전제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임요환은 압도적 승자로, 홍진호는 ‘2인자’ 이미지를 갖게 됐다.

임요환과 홍진호는 e스포츠 초창기 수많은 팬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며 e스포츠의 전성기를 열었다. ‘3연병’으로 유명한 에버 스타리그 2004 4강전 등 숱한 명경기들을 만들어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현재까지도 두 선수는 방송, 이벤트 경기 등에 자주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영웅토스' 박정석-'괴물' 최연성 / 사진=온게임넷 유튜브 캡처

영웅과 괴물의 대결…박정석-최연성, 물량전 최고의 맞수

‘영웅토스’로 불리는 박정석은 많은 프로토스 유저들에게 물량전(자원과 병력을 최대로 확보하는 운영)의 최강자로 불렸다. 박정석은 압도적인 생산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전투 유도를 통해 이득을 조금씩 보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점 점령해나가는 스타일이었다. 특히 프로토스 암흑기에 물량전으로 다른 종족 선수들을 쓸어버렸기 때문에 프로토스 팬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괴물 테란’이란 별명을 가진 최연성도 물량전에서 손에 꼽히는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뛰어난 물량으로 유명했으며 치트키를 쓰는게 아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최연성과 상대한 선수들은 경기 중반이 지나면 계속해서 쏟아지는 병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타 종족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는 테란으로 보여준 그의 물량전은 당시로서는 상식에 벗어난 플레이였다.

물량전의 대표주자인 두 선수의 역대 전적은 11:8로 최연성이 근소하게 앞서있지만, 모든 경기가 명경기라 할 정도로 대단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두 선수의 대표적인 경기는 에버 스타리그 2004 4강전으로 1경기부터 모든 맵의 자원을 채취하고 인구수 200을 꽉 채운 물량전이었다. 결과는 3:2로 최연성이 가까스로 승리했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물량으로 져본 적이 처음이다”라며 박정석의 경기력에 칭찬을 보냈다.

'천제 테란' 이윤열-'몽상가' 강민 / 사진=커뮤니티 캡처

‘천재 테란’ 이윤열-‘몽상가’ 강민, 닮은 듯 다른 라이벌

임요환, 최연성과 함께 3대 테란으로 불리던 ‘천재 테란’ 이윤열과 꿈꾸는 듯한 플레이를 보여줘 ‘몽상가’라는 별명을 가진 강민은 닮은 듯하면서 다른 스타일을 가진 라이벌이다. 두 선수 모두 전술과 물량전에 집중하면서도 번뜩이는 전략으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했다. 다만 두 선수가 맞붙을 때는 유독 물량전 등 정통으로 부딪치는 싸움을 즐겼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10:10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특이한 점은 MSL에선 강민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선 이윤열이 우세했다. 두 선수의 라이벌 매치는 ‘광달록’으로 불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광달록의 첫 시작은 2003년 MSL이다. 당시 이윤열은 MSL의 전신인 ▲2002 KPGA 투어 3연패 ▲2002 Panasonic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 ▲3차 GhemTV 스타리그 우승 ▲iTV 랭킹전 2연패 등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상태였다. 반면 강민은 2003 MSL이 개인리그 첫 본선 진출이었다.

팬들은 이윤열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지만 강민은 뛰어난 경기 운영을 통해 혈전 끝에 승리를 차지했다. 이후 강민은 연승을 따내며 결승에 진출했고 이윤열 역시 패자조에서 승리를 이어가며 결승전에 진출해 또다시 두 선수가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강민이 다시 한번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두 선수는 각종 대회에서 만나 명경기를 양산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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