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총량 빠르게 소진한' 토스뱅크, 출범 9일 만에 신규 대출 중단 선언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출 제한 속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모순과 맞서고 있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조이기에 들어간 가운데 인터넷은행은 금융당국의 주문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 이상까지 늘려야 한다. 가계대출 한도 총량에 중저신용자 대출이 포함돼 있어 말 그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행보 자체가 모순이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토스뱅크는 14일 "기존에 시행하고 있었던 대출 서비스의 신규 상품 판매는 정부의 가계 부채 안정화 정책에 따라 올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을 비롯해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 대출, 비상금 대출도 포함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을 준수하고, 시장의 상황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며 “여러 사업적 제약 속에서도 고객이 가장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대고객 오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당국은 토스뱅크의 대출 한도 증액 요청에 대해 불가 방침을 밝혔다.
지난 5일 '중저신용자 포용' 전면에 내세워 출범한 토스뱅크는 영업 개시 4일 만에 대출잔액 60%에 해당하는 3000억원을 소진했다. 이후 대출 중단 사태를 우려해 금융당국에 중저신용자 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한도를 기존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증액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출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로써 금융당국에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34.9%) 달성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현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5%다. 출범과 동시에 고도화된 CSS를 통해 폭넓게 중저신용자 포용하며 경쟁 은행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보였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각각 20.8%, 21.5%, 34.9%다.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 가운데 하나인 '혁신적 방식으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 공급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각 은행이 제시한 목표치다.
최근 출범한 토스뱅크를 제외하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사업계획 및 은행평균을 큰 폭으로 하회했다.
카카오뱅크의 2020년말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10.2%다. 인가신청시 사업계획(30.8%)과 은행 평균(24.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1.4%다. 카카오뱅크보다 두 배 이상 높지만, 인가시청시 사업계획에 제시한 52.6%의 절반 수준이며 은행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의 중저신용 대출 확대 주문에 ▲중저신용 고객 대출 확대 태스크포스(TF) ▲중저신용자 및 금융이력부족자를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 개발 ▲중저신용 고객 이자 캐시백 프로모션 등을 통해 중금리 대출 비중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에 중저신용 대출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월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12.3%다. 지난해보다 2.1%포인트 올랐지만, 올해 목표치인 20.8%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연말까지 8%포인트 이상 높여야 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CSS를 고도화했고, 8월에 중저신용자 전용상품을 출시했으며 중저신용자 이자 지원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에 제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5.5%다. 올해 목표치인 21.5%에 6% 포인트 부족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와 다르게 중저신용 대출 전용 상품이 없어 상대적으로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있다.
케이뱅크는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맞춰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신용대출 플러스를 비롯해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3종에 대해 개인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조정 적용했다. 지난 2일 각 상품의 최대한도를 축소한 데 이어 이번에는 개인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조정한 것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침에 대출 상품 한도를 조정하면서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라면서 "CSS고도화와 이자 캐시백 이벤트 등을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높이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정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에 직격탄을 맞은 인터넷은행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모순된 행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를 목표했는데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포함한 대출 총량을 규제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출범 이후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포용에 소극적으로 움직이면서 금융당국이 이를 지적했고, 은행들은 각자 상황에 맞춰 목표안을 제시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중저신용 대출을 포함한 대출 옥죄기에 들어간 것은 분명 모순이다"며 "각 은행이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현재 금융당국 기조가 이어진다면 목표 달성은 힘든 것이 사실"이리라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