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충전소 브랜드 ‘E-pit’ 개소…‘한충전’ 경영권 확보 유력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트렌드에 맞춰 국내외 자동차 업계가 수소‧전기차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전기차 보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 구축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상태다. 국내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전기차 공급뿐만 초고속 충전소 구축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회장 취임 1년…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비전 선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0월 14일 취임 1년을 맞았다. 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의 핵심 분야로 전기차, 수소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차량 전동화는 이동수단의 진화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 및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해법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 융합으로 자동차를 경험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는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바탕으로 아이오닉 5, EV6, GV60를 차례로 출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거리, 상품성, 안전성은 물론 V2L(Vehicle to Load) 등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장기 전동화 계획도 구체화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 차량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을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 출시하고, 2030년까지 총 8개 차종으로 구성된 수소 및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한다. 기아는 2035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90%로 확대한다.
또한 정 회장은 지난달 개최한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에서 자신이 그리고 있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을 입체화 했다. 이날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거나 외부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수소모빌리티 인프라들도 함께 선보였다.
그 중 ‘H 무빙 스테이션’은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는 설비가 장착된 이동형 수소충전소로 수소차 고객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수소충전소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나 충전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 투입돼 수소 인프라 확충에 기여할 예정이다.
이밖에 재난구호차량은 연료전지와 전기 충전기가 사륜구동이 가능한 험로 주행용 차량에 결합한 모빌리티로 수소로 발전을 한 뒤 재난지역 및 험지 등에 전력을 지원한다. 긴급하게 전기차를 충전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본격 충전 사업 뛰어든 현대차, 한충원 인수 유력, E-pit 개소 확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전기차 충전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급속 충전기, 무선충전 등 새로운 충전 시스템 도입에 힘쓸 전망이다. 이미 초고속 충전 브랜드 ‘E-pit’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최근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한충전)’ 인수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일 한충전의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한충전은 전국에 급속충전기 627기, 완속충전기 2509기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민간 충전 업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한충전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진행하는 6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차(14.4%)와 기아(9.6%)가 총 24%의 한충전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2곳만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한충전 보유 지분은 5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충전의 주요 주주인 한국전력(28%)과 KT(24%) 등은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충전 경영 정상화를 통해 전기차 충전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우호 충전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초고속 전기차 충전 사업 브랜드 E-pit와 함께 충전 생태계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E-pit는 자동차 경주 경기 중 차량 수리와 주유를 위해 잠시 정차하는 공간 ‘피트스톱’에서 따온 이름이다. 전기차 충전소를 전기차를 위한 피트스톱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E-pit에서는 800V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전기차에 18분 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5분 충전만으로 약 100km 주행이 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GMP가 지원하는 기능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도 800V 충전이 가능하다. E-GMP 플랫폼 차량이 아니더라도 ‘DC콤보 타입1’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라면 모두 E-pit에서 충전할 수 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대부분이 이 방식이다.
E-pit 충전소는 ‘플러그 앤 차지’를 지원한다. 전기차에 사용자 개인정보 및 결제정보 등을 저장해두면 충전 때 충전기를 차와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충전비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E-pit를 설치해 총 72기의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을지로 센터원을 시작으로 지난 1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등 본격적인 도심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에 들어갔으며 하반기에 서울역 한화역사, 광명 오토랜드 등에도 E-pit를 설치할 계획이다.
김재훈 기자 rlqm9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