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때 아닌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전 세계가 오징어게임에 빠지자 중국에서는 넷플릭스 서비스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몰래 불법유통을 통해 드라마를 감상, 관련 제품들을 마구잡이로 제조·판매하고 있다.
지난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오징어 게임에 영감을 받은 상품들이 전 세계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확산되고 있으며 많은 상품이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의 온라인 쇼핑사이트 쿠팡에서 오징어 게임 관련 최고 인기 상품 일부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와 선전, 안후이성의 기업들이 판매하는 것"이라며 "상품 문의란은 핼러윈까지 배송이 가능하냐는 문의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중국 쇼핑사이트 ‘알리바바닷컴’이나 알리바바 산하 최대 쇼핑앱 ‘타오바오’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알리바바닷컴에 입점한 항저우의 한 의료업체 직원이자 한류 팬을 자처하는 안나 펑은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후 회사 측에 관련 상품의 제작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SCMP에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상품 제작을 건의했으며, 불과 이틀 만에 상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문이 엄청나다"며 대부분의 주문이 미국, 캐나다, 영국, 한국 등 중국 밖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유통 전문매체 ‘뎬상짜이셴(?商在?)’에 따르면 오징어게임 공개 직후 사흘 동안 쇼핑몰 한 곳에서만 경비원용 검은색 철제 마스크가 2000여개 팔렸다고 전했다. 뎬상짜이셴은 “지금까지 이 매장은 오징어게임으로만 30만위안(5570만원)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관련 상품을 검색해도 중국 제품을 해외직구로 판매하는 경우 많다. 상품에는 ‘해외’라는 표기가 되어 있으며, 대부분 몰려든 주문 수량에 배송지연이 되고 있는 상태다. 국내 최대 쇼핑몰인 쿠팡에서 판매되는 관련 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SCMP는 “한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쿠팡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조차 중국 광저우와 선전, 안후이성 기업들이 제조한 것”이라며 “상품문의란에는 핼러윈까지 배송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온라인마켓 상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징어 게임 키워드로 등록된 상품 수는 지난달 넷째 주 2296건에서 3주만인 10월 둘째 주 4만8113건으로 1996% 급증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서도 오징어게임이 첫 방영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6일까지 20일간 드라마에 등장한 딱지치기 상품과 초록색 트레이닝복 매출은 각각 95%, 89%씩 늘었다. 특히 10월 말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드라마 속 게임 진행자들이 쓰고 나왔던 O, △, □ 그림이 그려진 가면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아마존, 이베이, 타오바오 같은 해외 쇼핑몰에서도 오징어게임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는 의류, 가면, 피규어, 달고나 세트 등 오징어게임 연관 상품이 1만1000여개 이상 검색되며, 이 중 상당수는 작품 로고와 이미지를 무단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갖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은 오징어 게임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지만, 정작 현지에서는 오징어 게임 불법 시청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60여개의 불법 사이트를 통해 ‘오징어 게임’을 무료 시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사이트 대부분은 회원가입이 필요없고, 중국어 자막과 함께 고화질 영상을 제공한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오징어게임’을 해시태그하면 누적 조회 수가 17억 7000만 건에 이를 정도다. 중국 최대 영화, 드라마 평점 사이트인 더우반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23만명의 이용자가 평점을 매겼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오징어게임 상품 제작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이유는 극 중 인물 의상에 대한 드라마 라이선스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적반하장으로 중국에서는 오징어게임 등장인물들이 입었던 추리닝이 ‘오징어게임’ 이전에 중국의 유명배우가 먼저 착용한 것이라며 우기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오징어게임 내 이미지를 불법 도용한 상품이 급증하자 넷플릭스는 재빨리 대응에 나섰다. 넷플릭스 측은 지난 6일 공식 굿즈 판매 사이트 ‘넷플릭스닷숍’에 오징어게임 굿즈 판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오징어게임' 로고, 참가자들의 숫자가 적힌 반팔 티셔츠, 후드 티셔츠 등 10종으로 가격은 34.95달러(약 4만1000원)~49.95달러(약 5만9000원) 수준이다.
또한 지난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손을 잡고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 굿즈 판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날 월마트를 통해 '오징어 게임' 등 히트작 굿즈를 판매하는 넷플릭스 온라인 매장을 구축했다. 월마트 내 '넷플릭스 허브'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기묘한 이야기', '위쳐', '코코멜론' 등 그동안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 관련 상품이 판매된다.
한편 오징어게임 트렌드는 핼로윈 데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아마존 웹사이트에는 `오징어 게임 의상`이 2천 건 올라와 있으며 드라마의 상징과도 같은 초록색 운동복은 한 벌에 30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이전까지 핼러윈 데이에 주로 입던 ‘스타워즈’나 ‘마블’ 의상은 고식 라이선스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오징어게임’ 의상은 따라 입기 쉽다는 점도 유행에 불을 붙였다. 드라마 속 경비들이 입었던 주황색 점프슈트와 검은색 가면도 인기다. 유튜브에서는 `3D 프린터로 오징어 게임 가면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조회 수 1만 4천 건을 기록 중이다.
오징어게임 인기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 “'오징어게임' 관련 상품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대중적인 데다 어렵지 않게 체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오징어게임'에서는 달고나키트나 딱지치기, 트레이닝복은 손 쉽게 구매하고, 경험할 수 있어 판매율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저작권과 수익에 대한 문제가 앞으로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온라인 업체와 공장이 한류 콘텐츠 관련 상품들을 만들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한류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끌수록 저작권 이슈가 국내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