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본주택·국토보유세 등 공공성 강화 강조
전문가 "주거복지 도움… 시장 부작용 우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마치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종 확정되면서 그의 부동산 공약에 관심이 쏠린다. 현 정부가 규제 위주 정책으로 집값을 잡으려 했으나 사실상 실패에 가까운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이 지사의 공약은 이보다 더 강도 높은 규제책을 앞세우고 있어 우려의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열린 서울지역 순회경선에서 전체 누적 득표율 50.29%로 과반을 넘긴 이 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이 후보의 부동산 공약 키워드는 ‘대개혁’이다. 그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겠다”며 “‘개발이익 완전 국민환원제’는 물론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시행한 ‘건설원가·분양원가 공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과정에서 금품제공 등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사후에도 개발이익을 전액 환수해 부당한 불로소득이 소수의 손에 돌아가는 것을 근절하겠다”고 덧붙였다.

◆ 李, 부동산도 ‘기본’ 시리즈 강조

이 후보가 제시하는 부동산 주요 정책으로 ‘기본주택’과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꼽을 수 있다.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가 건설원가 수준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고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있는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의미한다.

이 후보는 임기 내 주택을 250만가구 이상 공급하고 이 중 기본주택으로 100만가구 이상을 공급해 장기임대공공주택(토지임대부 분양 포함) 비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현재 3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주거취약계층용으로 좁은 면적, 나쁜 위치, 열악한 주거조건으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데 그나마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5%도 안된다”며 “집값을 안정시키고 집 없는 서민들이 고통받지 않게 하려면 공급물량을 확대해 공급내용도 고품질 공공주택인 기본주택 대량공급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동산 투기 차단을 위해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세수 전액을 지역화폐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0.17% 수준인 실효보유세를 1%선까지 점차 늘리고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해 이를 전액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극히 일부인 고가주택을 제외한 대다수 서민의 1가구 1주택 포함 90%에 가까운 가구가 납부토지세보다 기본소득이 더 많은 순혜택을 보게 된다”며 “토지분 종부세나 재산세는 국토보유세와 이중과세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 토지·주택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전담기구인 주택도시부(가칭)를 비롯해 부동산감독원, 공공주택관리전담기관 등 부동산 전담기구 설치도 주요 공약이다. 정책 신뢰 보장을 위해 고위공직자에 부동산백지신탁제를 도입하고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등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후보는 “집은 돈 벌기 위해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사는 곳(Living)’으로 주택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부동산 투기가 판치는 ‘부동산 공화국’ 오명을 벗고 ‘어린이 청소년 꿈 1위가 건물주인 나라’는 바꾸겠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2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기본주택, 주거복지 측면 긍정적이나 부작용 우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자대학교 교수)은 “공공성, 기본주택 같은 개념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시장에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며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발생하면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지임대부나 반값 아파트, 기본주택 같은 공약은 주거복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민의 다양한 주거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기존 아파트나 민간 고급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 정부에서도 전문가들이 임대차 3법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조언했지만 듣지 않았다”며 “국가가 모든 국민의 의식주를 해결해줄 수는 없는 만큼 10% 수준 주거취약층에 대한 공공지원을 강화하되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조절되도록 부동산 시장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본주택 100만가구 이상 포함 주택 250만가구 공급은 내용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상당한 물량이므로 추진에 앞서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장기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한다는 목적에서 긍정적이지만 자가주택 보유수요를 대체하는 목적이라면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사회안전망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국토보유세 도입에 대해서는 “최종 목표인 1%는 적지 않은 수치다. 만약 개인의 주택 보유 자체를 어렵게 하는 식의 정책 방향이 된다면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가시화할 우려가 있다”며 “부과 대상자가 한정돼있는 기존 종합부동산세 연장인지, 국내 주택·토지보유자 전체에게 부과되는 것인지 지금 제시된 내용으로는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 ‘대장동 의혹’ 리스크… 개발이익 전면 환수 가능할까

이처럼 강력한 부동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 후보가 개발 관련 이슈인 대장동 의혹에 연루됐다는 점은 정책 신뢰 측면에서 리스크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그가 제시한 개발이익 완전 국민환원제 등에 대해서는 업계 안팎에서 부정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14년 성남시장 재직 당시 10여년간 개발이 지체되던 대장동 일대를 민관 합동 방식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해 5500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했다며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한 사업’이라고 소개해왔다. 하지만 최근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화천대유 등 민간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계자들과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에 대해서도 ‘측근설’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과거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는 사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관리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이 후보는 해당 업체로부터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50억여원의 퇴직금을 받는 등 국민의힘 측 인사들이 금전적으로 연루됐다는 점을 들어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화천대유 게이트’로 규정하고 정치 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개발이익 공공환수 등 제도 개혁 의지도 밝힌 바 있다.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1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워회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의 개발이익 100% 환수 방침에 대해 “개발이익을 100% 환수하면 누가 사업을 하겠느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책임연구원도 “민간이익 전액 환수 조치는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고 민간에게 부분별로 용역 또는 도급을 줄 때만 가능한 사안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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