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무산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남양유업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주총을 마친 주주들이 건물을 빠져 나가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오너리스크’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는 남양유업과 사조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쇄신에 나설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고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남양유업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임시주총)를 열었다. 당초 남양유업을 인수할 예정이었던 한앤컴퍼니가 낸 안건인 이사 신규 선임과 정관 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감사 선임의 건은 철회됐다.

 

주총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법률대리인 LKB앤파트너스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한앤컴퍼니 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안건의 요지는 윤여을 회장 등 한앤컴퍼니 인사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고 집행 임원제도를 도입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것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코에 주식매매 계약 해제 통보를 한 만큼 안건 부결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번 주총 안건은 한앤코 측과 매각 논의가 오가던 상황에서 나온 내용”이라며 “최근 계약 해제 분위기가 나오며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됐다”고 했다. 

 

남양유업은 오는 10월 임시 주총을 추가로 열어 경영 안정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건과 주총 날짜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경영 안정을 위한 이사회와 경영진 재구성, 임원 변동 등의 안건이 다뤄질 것”이라며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측의 지분 매각 관련 소송은 그와 별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한앤코가 낸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만큼 남양유업과 한앤코 사이 법적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남양유업 경영은 홍 회장 일가가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남양유업이 새로운 경영을 보여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양유업은 이날 “다음달 임시주총을 다시 열고 이사회 재구성을 포함한 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했으나 업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내용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날 “다음달 임시주총을 다시 열어 이사회 재구성을 포함한 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확정짓겠다”고 했다.

 

특히 경영 쇄신안에 홍 회장 등 오너일가의 퇴진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당초 홍 회장은 지난 5월 불가리스 파문을 사과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으나 그간의 행보를 볼 때 경영에서 손을 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이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남양유업 사내이사는 홍 회장과 모친 지송죽 씨, 장남인 홍진석 상무, 이광범 대표 등 4명이다. 홍 회장의 지분은 51.68%로 특수관계인까지 합하면 53.08%이다. 한앤컴퍼니와 법적 공방을 벌이는만큼 이를 해결하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 사실상 남양유업 재매각은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새로운 경영인을 찾고 있지만 오너일가가 여전히 물러나지 않는 상황이라 후보군이 난감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진오 사조그룹 회장./

같은 날 오전 임시주총을 연 사조산업은 소액주주들이 오너인 주진우 회장의 해임을 요구했으나 사실상 사조산업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그동안 주 회장은 일감 밀어주기 등 편법승계 의혹으로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주 회장 측이 지분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소액주주들은 경영권보다는 감사위원 선임을 통한 오너일가를 견제했다. 소액주주들은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구성 등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 가결되며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 선임하고자 했던 안건은  폐기됐다.

 

두 기업 모두 사실 상 이날 바뀐 정책이나 구조는 없는데다 사측의 이득만 챙기려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완전히 경영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상 기업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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