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남양유업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상대로 매각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남양유업 매각이 무산되자 소비자들은 홍 회장 등 오너가를 향해 싸늘한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앤코는 “계약은 계속 유효하다”고 반박하며 인수합병전은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홍 회장은 1일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계약상대방인 한앤코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한앤코와 주식양도 계약을 맺은지 3개월만이다.
남양유업 측이 주장하는 해제 통보 이유는 ‘매수인 측의 약정불이행’ ‘비밀유지의무사항 위배’이다. 한앤코는 전날 홍 회장이 매각을 중단시킨 뒤 새로운 매각조건을 내걸었다며 거래종결 의무를 조속히 이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홍 회장이 선결조건으로 백미당 분할, 홍 회장 일가 지위보장 등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요구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합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홍 회장이 “(한앤코가)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으로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했다”고 주장한 점을 볼 때 홍 회장과 두 아들의 회사 내 거취 문제가 매각 결렬의 요인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앤코는 “본 계약 발표 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했다”며 “그러다 8월 중순 이후에는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종결의 '선결 조건'이라 새롭게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법률적 문제를 이유로 선결 조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양측은 ‘선결조건’이나 ‘약정’에 대한 입장이 전혀 다르다. 한앤코는 새롭게 포함됐다는 주장인데 홍 회장은 쌍방 합의사항이라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홍 회장 일가에 유리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앤코는 “매도인 일가 개인들을 위해 남양유업이 부담해주길 희망하는 무리한 사항들을 새롭게 ‘선결조건’이라 내세워 협상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입장문에서 주총 연기 이유에 대해 “당사자 간 합의가 끝난 이슈임에도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들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결조건’에는 홍 회장 자녀들의 거취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홍 회장의 장남과 차남은 남양유업에 복직해 출근하고 있다. 홍 회장이 이들의 사업체 분할이나 지위 보장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의 사업체 분할 등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흘러나온다.
3000억원대 인수 금액 외 추가적인 금액 요구가 선결조건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남양유업 인수 가격에 대해 유보자금만 8000억원대 달하고 신규 공장 설비, 영업조직, 제품력 등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양측의 주식매매계약 상 패널티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M&A 시장에서 남앙유업 매각 사태와 같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결국 법정 소송으로 간 이번 사태는 계약 파기 과정에서 누가 귀책사유를 제공했느냐에 따라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양측의 인수합병전이 법정공방으로 치닫으면서 남양유업은 또 다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실제로 홍 회장은 오너일가의 사퇴를 선언한 뒤에도 회사로 출근하는가하면 자녀의 남양유업 내 위치에 몰두했다.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보직해임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가 1개월만에 비공개 복직했다.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승진했다.
앞서 홍 회장은 사퇴 선언 당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자식들에게도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무색하게 전년보다 더 오른 고액연봉을 받으며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남양이 또 남양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양유업 주가는 장중 급락해 소비자들의 떨어진 신뢰를 엿보게 했다.
홍 회장은 ‘눈물’의 기자회견에서 “살을 깎는 현신을 통해 새로운 날 만들어갈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회장직 사퇴와 회사 매각 모두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한 기업을 이끌었던 수장이 종이보다 가벼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 것이다. 결국 남양유업의 가치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홍 회장이 떨어뜨린 셈이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