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국가 보조금 둘러싼 아이오닉5-EV6 눈치싸움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같은 현대차그룹이라는 한 지붕 아래있지만 각 차종별 주도권을 위해 모델 출시부터 최근 전기차 국가 보조금까지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대표적으로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가 날로 심해지던 2015년 내수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던 양사는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 서로를 견제하며 경쟁을 펼쳤다.
양사는 서로의 판매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출시 시기를 조율해왔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반면 기아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현대차를 뒤쫓는 양상이었기 때문에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기아는 2015년 5년 만에 선보인 4세대 스포티지 'The SUV 스포티지' 사전계약에 들어갔다. 당시 기아는 최초로 하위 모델에서부터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옵션 파괴' 전략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현대차가 사전계약 당일 밤부터 '올 뉴 투싼'의 새로운 TV 광고를 시작하며 태클을 걸었다. 현대차는 판매부진에 빠진 투싼의 판매촉진을 위한 입장이라 밝혔지만 업계에선 신형 투싼이 부진한 상황에서 신형 스포티지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한 2015년 하반기에는 양사의 주력모델인 쏘나타와 K5도 중형세단 시장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신형 K5가 '두 개의 얼굴, 다섯 개의 심장'을 강조하자 쏘나타는 '두 개의 얼굴, 7개의 심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당시 기아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현대차가 가로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앞서 현대차가 울산공장 인근에 있는 사외주차장 이용 차종을 현대차로 제한하면서 기아 차량도 주차하지 못하게 한 것도 당시 양측의 신경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3월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국가 보조금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였다. 올해 정부가 배정한 7만5000대의 전기차 보조금의 조기 소진 가능성이 커지면서 아이오닉5와 EV6의 출시 시기와 마케팅을 두고 견제 움직임을 보였다.
기아는 먼저 사전계약에 들어간 아이오닉5가 사전계약 4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판매 목표치인 2만6500대를 넘어서자 ‘보조금 독식’ 우려가 높아졌다. 기아 입장에선 하반기 출시 예정인 EV6의 가격 경쟁 면에서 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7월 서울시가 하반기 전기차 국가보조금을 추가로 확보한 데 이어 부산, 경기 등 주요 지자체도 일제히 전기차 보조금 추가공고에 나서며 기아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김재훈 기자 rlqm9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