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참여연대·민변, 'LH 투기 사건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 개최
이강훈 변호사 "조직 분리는 문제 원인과 개선 방향 어긋나"
임재만 교수 "전반적 책임은 국토부 장관 몫… 기관과 분리"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투기 사건 중간점검 토론회'에서 이강훈 변호사(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임직원 투기 사건으로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해 단순 조직 분리가 아닌 공공성 확대 강화를 통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1일 토론회를 개최하고 LH 투기 사건 재발 방지와 투기 근절을 위해 지난 5개월간 수사진행 상황, 제도 개선 및 LH 개혁 등을 평가하고 향후 보완해야 할 점을 논의하는 중간 점검 자리를 가졌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마련 중인 LH 개편 방향이 단순히 조직을 분리하는 데 집중됐다며 주거복지와 같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면서도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질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 이강훈 변호사는 “LH 사태를 통해 한국의 자산 축적 시스템과 기회의 불공정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공직자 투기 방지 및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부동산 투기 억제와 자산불평등을 완화시킬 대책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한 개선과제로 ▲토지초과이득세법 부활, 종부세 토지분 강화, 개발이익 환수 강화 등 세제 개혁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 확대 방지를 통한 부동산 시장 금융 유입 확대 억제 ▲선제적·포괄적인 주택시장 규제 정책 ▲범정부적 투기 규제 감시 및 관리 시스템 구축 ▲3기 신도시 택지 민간 매각 대폭 축소 및 공공주택 공급의 대폭 확대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 정책 개혁 ▲농지법 추가 개정과 정책 개혁 등을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LH 개혁 방안은 필요하지만 조직 분리로 방향을 잡은 건 문제 원인과 개선 방향이 어긋난 것”이라며 “공공주택사업자로서 공공성 확대 강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LH 주력 사업을 공공임대주택 사업과 주거복지, 도시재생 사업에 집중하도록 사업 내용이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LH 개편이 전문성과 공공성, 주거복지는 강화하면서 재무적 요소가 뒷받침될 수 있는 방안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투기 사건 중간점검 토론회'에 이강훈 변호사(왼쪽부터), 임재만 세종대 교수, 박인권 서울대 교수,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서성민 변호사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교수는 “LH 조직 개편의 필요성과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LH 조직 개편안은 방향과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토지와 주택 개발 계획 수립 주체와 주거복지 기능 강화 및 수행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이 제시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LH 조직 개편 방안의 기본 틀로 ▲자산관리, 부동산 개발, 주택관리, 주거복지 등 계획과 집행·관리의 분리로 정보 집중 차단과 전문성 강화 ▲공공택지의 민간매각 최소화를 통한 공공성 강화 ▲주택관리를 넘어 실질적인 주거 등 생활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 강화 ▲수익사업 부문 적자 시 정부 책임성을 강화한 재무적 지속가능성 등을 제안했다.

 

임 교수는 구체적인 LH 조직 개편 방안에 대해 “공적 자원 확보는 토지주택은행(기존 토지은행)과 토지주택공사에서, 주거복지 전달은 주거복지공단(기존 주택관리공단)에서 기능을 담당해 공공기관 간 거래 부당지원행위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조직은 나누되 전반적인 책임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져야 한다”며 “공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다.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과 책임을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국토부와 정부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인권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LH 혁신 목표가 부동산 개발이익의 사적 편취를 막고 주거복지, 국토균형발전, 공적 부동산 개발 등 본연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LH가 토지 개발을 거쳐 주택을 짓고 이를 분양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사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통해 제도적으로 권리를 줬기 때문에 생긴 이익”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공공이 환수해서 국민에게 공공재 형태로 돌려주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토지은행’을 도입해 공공자산 비중을 높이고 단기적으로는 일정 부분 토지를 부분적으로 비축하는 방안 도입이 필요하다”며 “LH의 독점적 지위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과 같이 지자체·지방공기업 역량이 높은 곳에선 경쟁 방식을 통해 사업을 시행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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