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올림픽이 8일 17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17일간 전 세계에 감동과 위로를 전했던 2020 도쿄올림픽의 8일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 마련된 성화가 꺼지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상 초유의 올림픽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대회 개최가 1년 연기됐다. 124년 하계올림픽 역사상 전염병을 이유로 개막이 미뤄진 건 처음이다. 1년을 기다렸지만 코로나19는 오히려 더 매서운 기세로 전 세계로 번졌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의 어려움을 딛고 '전진, 감정에 의한 연결, 더 다양한 미래'를 모토로 '희망의 씨앗'을 전하려 했지만, 폭염과 방사능 문제 등이 돌발변수로 떠오르며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2020도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은 목표했떤 종합 10위 달성에 실패하며 최종 종합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연합뉴스

◆ 한국 '5회 연속 종합 10위' 실패

 

한국은 도쿄올림픽에 29개 종목 선수 232명, 임원 122명 등 모두 354명을 파견했다. 선수단은 금메달 7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정조준하며 5개 대회 연속 종합순위 10위 이내를 목표로 했다.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최종 성적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 종합 16위다. 비록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희망과 가능성을 봤다. 밝은 미래의 중심에는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있다. 특히 비인기 종목인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거둔 성과는 다음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한국은 양궁과 체조, 펜싱에서 합계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은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혼성단체전 초대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여자 단체전에서는 1998년 서울 대회 이후 올림픽 9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남자 단체전 역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리우올림픽)에 이어 2연패라는 대업을 이뤘다. 대회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휩쓸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양궁에 이어 수려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펜싱 F4'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체조에선 남자 뜀틀에 나선 신재환(23)이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새로운 '뜀틀의 신'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비록 '노 골드'로 끝났지만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태권도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며 올림픽 영구종목 채택 전망을 밝게 했다. 

한국 높이뛰기의 새 역사를 쓴 우상혁이 2020도쿄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한 후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 MZ세대 발견과 배구여제의 라스트 댄스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MZ세대가 태극마크를 달고 맹활약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선수는 '제2의 박태환' 황선우(18)다. 그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 나서 5위에 올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앞서 그는 100m 준결선에서 47초56으로 아시아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남자 배영 200m에선 이주호가 1분56초77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준결선에 진출했다. '한국 다이빙의 간판' 우하람(23)은 3일 열린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4위로 한국의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황선우가 아시아 선수로는 65년 만에 처음으로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 오르는 등 한국신기록을 비롯해 한국 수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연합뉴스

육상에선 '스마일 가이' 우상혁(25)이 한국 높이뛰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우상혁은 높이뛰기 선수로는 다소 작은 키(188cm)에 양발 크기가 1cm 차이가 나는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결선에서 2m35를 넘어 1997년 이진택이 세운 한국 신기록(2m34)을 경신했다. '포스트 장미란'으로 꼽히는 신예 이선미(21)는 여자 역도 최고중량급 경기에서 합계 277kg(인상 125kg, 용상 152kg)을 들어 올리며 4위에 올랐다. 2018년 장미란의 주니어 기록을 15년 만에 갈아 치우며 2024 파리올림픽을 기약하게 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맨 오른쪽)이 세르비아와 3-4위 결정전에서 패한 뒤 동료 선수들과 아쉬움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베테랑 중에서는 ‘배구여제’ 김연경(33)이 가장 돋보였다. 마지막 올림픽에 나선 김연경은 후배들과 ‘원팀’을 이루며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고대하던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으나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터키 등 강호들을 잇따라 꺾는 데 앞장서며 한국 여자배구의 저력을 뽐냈다. 

미국이 2020도쿄올림픽 종합 1위를 달성하며 3개 대회 연속 종합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연합뉴스

◆ 미중전쟁의 축소판과 일본의 대약진

 

도쿄올림픽은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의 미중갈등의 축소판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3회 연속 종합 1위를 달성한 미국은 원정 올림픽 최다 인원인 613명을 파견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의 648명에 이은 역대 2번째로 많은 선수단을 보냈다. 한 때 금메달 수에서 중국에 밀리기도 했지만, 대회 막판 농구와 육상 등에서 금맥을 캐며 금메달 39개, 은메달 41개, 동메달 33개로 대회를 마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빼앗기며 자존심을 구겼으나 3개 대회 연속 종합 1위를 수성하며 스포츠 강국으로서 면모를 다졌다.

2020도쿄올림픽 개최국 일본이 올림픽 출전 최다 금메달과 최다 메달을 거머쥐며 종합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종합 2위에 자리했다. 금메달 38개, 은메달 32개, 동메달 18개를 획득했다. 하지만 올림픽에 지나친 민족주의를 개입해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를 극렬하게 비난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개최국 일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본은 금메달 27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 합계 58개로 종합 3위에 올랐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세웠던 메달 41개(금메달 12개·은메달 8개·동메달 21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야구와 소프트볼을 석권하고, 새로 채택된 스케이트보드에서 금메달 3개를 챙기는 등 여러 종목에서 고루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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