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이대훈.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투기종목 '삼대장' 태권도, 레슬링, 유도는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전통의 효자종목이었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 전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를 따내며 금메달 수와 총 메달 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레슬링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큰 발자국을 남겼다. 대회마다 꾸준히 메달을 따내 한국의 '메달밭'으로 불렸다. 유도는 역대 하계올림픽 종목 중 가장 많은 43개(금 11개, 은 16개, 동 16개)의 메달을 안긴 종목이다. 그러나 태권도, 레슬링, 유도는 이번 대회서 나란히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태권도는 '노골드'에 그쳤다. 은 1개, 동 2개로 대회를 마쳤다.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 된 이후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권도의 세계화로 각국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됐다. 태권도는 더는 한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자신하기 어려운 게 한국 태권도의 현실이다.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태권도 훈련 방식 등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점도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지난 2019년 12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국제대회 출전이 제한됐다. 지난해 1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이 사실상 마지막 실전이었다. 이대훈(29·대전시청)은 “경기를 뛴 지 오래돼 여유 있게 앞선 상황에서도 조급한 맘이 들었다”며 “앞서고 있어도 불안감이 컸다”며 실전감각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레슬링 대표팀 류한수 경기 모습. /연합뉴스

레슬링은 반세기 동안 이어오던 메달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레슬링 대표팀은 3일 류한수(33·삼성생명)가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그레코로만형 남자 67㎏급 16강에서 탈락하면서 빈손으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레슬링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건 1972년 뮌헨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레슬링은 대회 전 코로나19 사태로 휘청였다. 레슬링 대표팀은 올해 초 올림픽 쿼터 획득을 위해 대규모 선수단을 꾸려 국제대회에 파견했는데, 수십 명의 선수와 코치들이 현지에서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대다수 선수는 경기에 뛰지도 못하고 귀국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류한수, 김민석(28ㆍ울산남구청) 등 단 두 명의 선수만 내보냈다.

 

한국 레슬링의 저변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1982년부터 2012년까지 3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했던 삼성이 레슬링 회장사 지위를 포기하면서 지원을 중단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한국 레슬링은 새 후원자를 찾지 못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 체육계의 고질병인 파벌싸움까지 벌어졌고, 국제 경쟁력은 약화됐다.

 

올해 초 당선된 조해상(56) 레슬링협회장의 임무가 중요하다. 조 회장은 협회 재정 확보 및 지원, 경기력 및 국제경쟁력 강화, 레슬링 저변 확대, 협회 통합과 안정을 약속한 바 있다.

 

유도는 올림픽 2회 연속 노골드에 그쳤다. '우승 후보' 남자 66㎏급 안바울(남양주시청)과 남자 73㎏급 안창림(KH그룹 필룩스)이 동메달 획득에 그쳤고, 남자 100㎏급 조구함(KH그룹 필룩스)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쳤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낸 이후 45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한국 유도는 넓은 저변에도 불구하고 체급 내 경쟁 구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종주국 자존심을 지킨 일본과 대조를 이룬다.

 

코로나19 확산 문제로 준비 과정이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경기장이 문을 닫아 훈련량이 크게 줄었다. 자가격리 여파도 컸다. 대표팀 선수들은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쌓기 위해 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했지만, 귀국할 때마다 자가 격리해서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 유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하락세다. 3년 뒤 파리에서 명예를 회복하려면 과학적인 훈련방식을 도입하고, 선수층 강화, 세대교체를 진행해야 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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