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아무래도 정치철학 부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각 후보들이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다면, 검증을 핑계로 이전투구에 매몰될 이유가 없다. 이낙연과 정세균은 당대표, 총리까지 지낸 민주당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그럼에도 어른다운 풍모를 보여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저 친문 눈에 들기 위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진흙탕 싸움에 뛰어든 모양새다.

 

특히 정세균은 다른 후보를 압도한다. 언론은 경선 초반 만해도 정세균을 '빅3'로 분류하고 주목했다. 하지만 어느덧 '빅3'에서 멀어졌다. 경륜과 역량, 안목을 토대로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한 게 패착이다. 경륜에 걸맞은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저평가 우량주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한데 군소후보와 차별화되지 않는 네거티브 선거에 가담해 스스로 체급을 낮춘 측면이 없지 않다.

 

두번째는 선거 캠프에 몸담은 인사들의 과도한 충성경쟁이다. 이들은 경선 판을 흐리고 왜곡하는 주범이다. 민주당 국회의원 가운데 대선 캠프에서 직책을 맡은 의원은 △이재명 40명 △이낙연 37명 △정세균 27명으로 파악된다. 전체 의원 174명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104명이 3명의 후보캠프에 뛰어들었다. 물밑에서 움직이는 이들까지 감안하면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선거 캠프와 연결돼 있다.

 

철학이 맞는 후보를 도와 정권창출에 나서는 건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오버하면서 빚어지는 부작용이다. 이들은 사소한 말실수를 부풀리고 과잉 공세를 주도한다. 그래야 공신첩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추후 논공행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선 일정 연기 논란 △백제 발언 △군필 원팀 포스터 △노무현 탄핵 찬성 이슈를 이들이 주도했다. 이런 구조하에서 신사협정이나 원팀 협약은 헛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옛사람들도 구맹주산(狗猛酒酸)’을 들어 이 같은 우려를 경고했다. ()나라 사람 중에 술파는 자가 있었다. 그는 됫박이 공정했고, 손님에겐 공손했으며, 술맛도 뛰어났다. 그런데도 술은 팔리지 않고 쉬어버렸다. 마을 어른에게 지혜를 구했다. 그는 술집에 사나운 개가 있느냐고 물었다. 술이 팔리지 않는 것과 사나운 개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마을 어른은 개가 두려워 사람들이 다른 술집으로 간다며 술이 쉬는 이유를 말했다.

 

선거 캠프에도 건강한 비판과 활발한 의사소통, 창의적인 인재 영입을 가로막는 사나운 개가 있다. ‘사나운 개때문에 캠프 운영은 경직되고, 경선 구도가 왜곡된다. 특히 인재영입에 문제가 있다면 심각한 일이다. ‘사나운 개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 지금 네거티브에 단맛을 들이고 지지율 또한 정체된 캠프라면, 사나운 개로 인한 에코챔버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거판을 주도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사나운 개를 멀리해야 한다. 네거티브 메시지를 권하는 사람은 사나운 개일 확률이 높다. 이들 때문에 후보의 강점은 사장되고 캠프에는 인재가 아니라 쭉정이만 넘쳐나게 된다. 경륜과 역량, 인품에서 경쟁우위에 있는 정세균이 좀처럼 뜨지 않는 원인도 일부분 여기에 있다. 정세균을 아끼는 많은 이들은 장점은 뒤로한 채 네거티브 선거에 매달리고, 친문 메시지만 발신하는 지 안타까워한다.

 

끝으로 경선 판이 과열되는 세번째 이유는 후보 자신에게 있다. 지지율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메시지가 나가는데도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균형감을 잃고 네거티브 메시지에 쉽게 넘어간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후보에게 있다. 정치인은 자기 목소리, 자기 색깔을 잃어버리면 끝난다. 눈도장을 찍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한 선거 캠프에서 자기 색깔을 잃지 않는 냉정함은 후보 몫이다.

 

국회의원들을 줄 세우고 충성경쟁을 유도하려는 게 아니라면, 자신을 돌아보고 사나운 개를 제어해야 한다. 반짝 지지율에 안주해 저급한 메시지를 상습적으로 내는 참모라면 읍참마속하는 결기도 필요하다. 그런 결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경선 과열에 가담하는 것이며 캠프는 갈팡질팡하게 된다. 패하더라도 원칙있는 패배는 훌륭한 자산이 된다. 네거티브에만 매몰될 경우 평생을 일군 정치적 자산을 일거에 잃을 수 있다.

 

선거 캠프는 새도우 캐비넷(예비 내각)이다. 선거 캠프를 정비하는 건 경선 승리, 나아가 국정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라도 자기 목소리, 자기 색깔에 맞게 리모델링해야 한다. 자신의 철학, 가치를 훼손하도록 충동하는 사나운 개를 배제하고, 네거티브 유혹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장점으로 승부해야 한다. 정세균은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생산적인 경선 판을 만들어 낼 책임이 있다. ‘정세균다움에 충실하면 반전도 기대할 수 있다.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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