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산가족 상봉 계기 화상으로 '약식' 실무형 정상회담도 성사 가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남북 군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면서 정부가 북한과 교류를 위한 후속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등을 고려해 우선 영상회담 시스템 구축을 북측에 제의한 상태다. 만약 북측이 호응한다면 올 추석을 전후로 이산가족 화상 상봉은 물론, 비대면 고위급 회담이나 정상회담까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선 복원 이틀째인 지난달 29일 정부가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해서는 남북 간 합의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 남북 간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직 협의가 완료된 사안은 아니지만 북측과 계속 논의하겠다는 답변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가장 시급한 인도적 사안으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특히 화상 상봉은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이자 당면한 코로나 상황에서 즉시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실효적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남북 정상은 지난 2018년 9·19 합의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우선 해결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만약 북측이 호응해 이산가족 화상 상봉 행사가 이뤄진다면 그 시기는 올 추석 즈음이 유력해 보인다. 7월 통신선 복원에 이어 8월 남북 간 구체적 협의 및 영상 시스템 개·보수가 이뤄지고 9월 추석(21일) 전후 비대면 만남이 성사되는 시나리오다. 

 

내년 5월 대선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해도 단절된 남북교류를 복원하는 성과를 거두려면 올 가을 '첫 단추'를 꿰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서는 지금 경제 상황이나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해 봤을 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말이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데 올해 안에 (대북정책) 성과를 거뒀다고 얘기할 수 있으려면 올해 가을까지는 뭔가 복원이 이뤄져야 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역시 지금 (북한에 대해) 압박과 대화를 모두 하겠다고 얘기했지만, 남북이 움직이는 것을 (일정부분) 용인하고 그 속에서 한반도정세를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3국 정상들의) 의지가 합쳐져서 (통신선 복원) 결과가 나왔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짐작했다. 

 

정부는 통신선 복원 후속조치로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 신청 2건을 승인하고 북한에 영상회담 시스템 구축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임 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한과) '상시적 대화채널' 복원이었다"며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복원된 만큼 언제라도 대화가 열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통일부 제공 

이와 관련 김용현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의 지원이 과거에 이뤄졌었다. (때문에) 북한도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우리 측 지원에 (의해) 현재 갖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개·보수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술적으로는 단기간에 개선시킨다면 화상회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고 이산가족 화상 상봉 행사가 이뤄진다면 화상정상회담도 약식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김 교수는 "지난 2018년 5월에도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 있는 통일각에서 원포인트 실무정상회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해 6월 개최될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삐걱거릴 때 남북정상이 먼저 급히 만난 경험"이라며 "그런 식의 남북정상회담이 실무 형태로도 (화상을 통해) 가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화상 정상회담, 또는 원포인트 실무형 정상회담, 또는 고위급 회담도 화상이나 여러 형태로 가능하다"며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빠른 속도로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고 싶어 할 것 같다. 올 가을까지 우리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면 남북 간에도 좋은 흐름이, 성과들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 전문가들이 꼽는 변수는 이달 중순 이후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전개 방향을 지켜본 이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부승찬 부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을 통해 "시기나 규모 등 (한미연합훈련) 방식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상황과 연합방위태세 유지, 전작권 전환 여건 조성,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한미 간에 긴밀하게 협의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기자들을 만나 "개인적으로는 물론, 당국자로서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우려된다는 이유였지만, 통신선 복원 이후 조성된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고려한 발언이라는 관측이 많다. 

 

같은 날 오후 서욱 국방부 장관은 미 측의 요청으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로 현안을 공유했다. 국방부는 두 장관이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지만 한미연합훈련 관련 의견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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