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우승준 기자] 야권 대권주자에 이름을 오르내리는 인물 중 문재인 정권 고위관료들의 이름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엔 대권 행보에 대한 즉답을 미루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특유의 용틀임을 선보이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16일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킹메이커’ 김종인 만난 김동연…19일엔 저서 출간하기도
우선 김 전 부총리는 16일 당시 서울의 한 식당에서 김 전 위원장과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가졌다. 그는 이후 취재진과 만나 “정권 재창출, 정권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세력의 교체,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세력의 교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 발언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김 전 부총리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전망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가 우리나라 현실을 파악하는데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며 “다가오는 대선에 어떻게 임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정치권 분석에 힘을 더했다.
더욱이 김 전 부총리는 오는 19일 자신의 정책 구상을 담은 ‘대한민국 금기깨기’라는 책을 출간한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자신의 자서전 출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선보일 것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모으고 있다.
김 전 부총리의 대권 행보를 전망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현 정권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거리감을 보인 데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선보일 저서 ‘대한민국 금기깨기’에는 “소득만 주도해서는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 공급 측면에서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소주성 정책은) 네이밍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이 지향하는 양극화, 경제적 불균형, 계층이동 단절의 문제 해결은 마땅히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시장의 수용성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 여기에 더해 시장과의 소통에도 실패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내면서 재임 기간 당시 소주성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소신발언을 아끼지 않아 이목을 집중시킨 바다. 그래선지 김 전 부총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자신이 강조한 ‘혁신성장’이 현 정권 청와대 정책실의 경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정책실은 전 정부와 유사한 정책이나 대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에 대해 특히 민감했다”고 지적했다.

◆‘텃밭’ PK 찾은 최재형…집토끼 다지기에 주력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 전 감사원장은 지난 17일 부산을 방문해 지역 당원들과 쓰레기줍기 봉사활동을 벌였다. 최 전 원장의 부산행은 국민의힘 입당 후 첫 공식 행보인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행보엔 최 전 원장의 아내인 이소연씨도 동행했다. 그는 봉사활동 후 당원들에게 “국민의힘 신입 당원”이라며 “첫 일정으로 우리 당원 동지들과 함께 비가 내리는 가운데 구석구석 쓰레기를 주우며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한 것은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전 원장의 부산행 행보는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부울경(PK) 다지기’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최 전 원장은 입당 이튿날인 지난 16일에는 ‘제헌절 메시지’를 발표하며 현 정권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다”며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개입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 전 원장이 제헌절을 맞이해 현 정권의 행태를 ‘탈법적’으로 질타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 전언이다.

◆‘외연 확장’ 행보 선보인 윤석열…“5·18, 헌법정신 피로써 지켜낸 헌법 수호 항거”
최 전 원장과 김 전 부총리에 앞서, 대권 행보를 선보이고 있는 윤 전 총장은 18일 “지난 17일 황준국 전 주영국대사를 후원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올해 62세인 황 전 대사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북핵외교기획단장, 주미 정무공사,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대사 등을 지냈다. 황 전 대사는 박근혜 정권 당시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서 6자 회담 수석대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한림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윤 전 총장은 외연 확장 행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진보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와 대담을 가진 데 이어 18일 광주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은 제헌절이던 지난 18일 광주에서 5·18 희생자 묘역을 참배한 후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켜낸 헌법 수호 항거”라고 밝혔다.
◆‘킹메이커’ 김종인이 바라본 김동연·윤석열·최재형
한편 ‘킹메이커’ 김 전 위원장은 야권 대권주자로 이름을 올린 현 정권 출신 고위관료들에 대해 제각각 평가를 내렸다. 윤 전 총장은 비전이 없고, 최 전 원장은 막연하다고 평가한 반면, 김 전 부총리는 현실 인식이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최 전 원장까지 탔으니까 다 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지금 상황으로 가면 그 버스를 타기 힘들 것이다. 내가 윤 전 총장이라 해도 그 버스를 타려고 노력을 안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불가를 단언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비전을 제시했어야 한다”며 “초창기에 나타나는 지지도 하나 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최 전 원장에 대해서는 “(최 전 원장이) 아직까지 선언을 하면서 분명하게 이야기한 게 없다”며 “막연한 소리만 해서는 일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승준 기자 dn111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