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토교통위, '2년 의무 실거주' 조항 뺀 도정법 개정안 의결
정부 계산과 달리 시장 불안 야기하자 1년 만에 결국 삭제
전문가 "재건축 활성화 전망… 가격 상승 부작용 초래 가능성"
서울 동북권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정부가 지난해 재건축 시장 규제책으로 내놨던 '2년 의무 실거주' 조항이 백지화되면서 향후 재건축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일부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하면서도 가격 상승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에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2년 의무 실거주’ 방침을 백지화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공개된 2년 의무 실거주 조항은 약 1년 만에 정식 입법 절차를 밟지도 못하고 없던 일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단지에선 조합원 분양신청 시까지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한해 분양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분양권 취득에 제한을 둬 재건축 시장에 강력한 타격을 입히겠다는 포석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계산과 다르게 흘러갔다. 집주인들은 분양권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세입자를 내쫓고 실거주를 택했고, 졸지에 쫓겨난 세입자들로 인해 전세시장 수요가 급등하면서 가격도 맞물려 치솟았다.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임대차 2법’ 중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제와도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가 기존 2년에 2년을 더해 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힐 경우 계약갱신이 되지 않도록 하는 예외조항이 있었다.

 

재건축 단지 소유주들이 세입자 계약갱신 대신 실거주 의무를 소화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했던 계약갱신청구권제도 무효화되는 지점이 있었던 것이다.

 

재건축 단지들은 실거주 2년 의무를 피하기 위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냈다.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언급된 ‘재건축 규제 완화’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주간 누적 기준 3.06% 올랐다.

 

재건축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전세시장도 불안감이 커졌다. 7월 첫째 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직전 주 0.17%에서 0.19%로 상승폭을 키웠다. 서울도 0.10%에서 0.11%로 오름폭이 커졌다. 서초구를 비롯한 강남 3구와 동작구 등에서 재건축 이주 수요 영향이 지속됐다.

 

결국 논의 끝에 2년 의무 실거주 조항을 삭제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계산이 잘못됐음을 자인한 셈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서 주요 규제를 철회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수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한 집주인들의 허탈한 사연도 전해졌다. 한 누리꾼은 “정책이 일관성도, 계획성도, 합법성도 아무것도 없이 막 굴러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 시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요 규제였던 2년 의무 실거주 조항이 사라지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더욱 사업 속도에 탄력을 받고, 그간 불가능했던 소위 ‘갭투자’ 수요도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를 거라는 분석이다.

 

실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실거주 의무 조항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추천해줄 만한 재건축 단지 없느냐’는 등 투자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전문가 또한 '일부 전세시장 안정 효과에 기여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동시에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할 여력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자대학교 교수)은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이 삭제되면서 재건축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집주인이 거주를 하지 않더라도 조합원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재건축 동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또 여력이 있는 집주인은 다른 집에 전세를 살면서 그 집을 전세로 줄 수 있기 때문에 전세 공급이 활성화돼 인근 지역 전세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경우 투자세력이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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