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대선 리스크' 꼬리표를 달았다. 당내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이준석 대표가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는 이 대표의 직설화법과 변론가(辯論家)적 성향에서 기인한다. 당권주자 시절에는 강점으로 작용했지만 '말 한 마디'가 당론으로 비춰질 수 있는 당대표로서는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이 대표의 '예측불가 화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이를 처음 언급한 정치권 인사는 이 대표와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다. 당시 나 전 의원은 이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 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혐오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극화를 통한 지지층 결집 전략과 소재만 다를 뿐 맥이 닿아있다는 주장이다.
당내에서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대선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우려하던 나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은 최근 언론 보도만 놓고 보면 현실이 됐다. 이 대표의 선명성 강한 발언들이 청년당원이던 시절에는 문제없었으나 당대표가 되자 정치권의 갑론을박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내년 대선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이 대표의 발언을 수습하느라 당력이 분산되는 측면도 부담이다.
우선 이 대표가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회동에서 합의한 '전국민재난지원금'은 당 내 논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해 논란이 됐다. 당 내에서 격한 반발이 나오자 이 대표는 합의내용을 공개한지 약 100분 만에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을 통해 "오늘 합의 내용은 손실을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재공지했다. 공당 대표간 합의를 번복한 것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관련 기사를 접하고 김기현 원내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며 "김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송 대표와 합의한 전국민재난지원금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당 내에서도) 사전에 협의가 안 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당의 입장과 반대의 합의가 나와서 굉장히 의아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가) 취임하고 나서 그동안 소소한 논란이 좀 있었다. (이 대표의 언행이)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르거나, 당 내 조율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사실 당대표가 되기 전부터 염려했던 부분이었다. 당 운영 경험이 없고 원내에도 있지 않고 하니까 대선을 앞두고 걱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불을 지핀 '여성가족부 폐지론'도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당권주자 시절부터 '20대 남성 역차별 문제'를 거론해왔다. 문제는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싣거나 엄호하는 당 중진 의원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야권 일각에선 기존의 '여의도 정치 문법'을 배제하고 파격과 신선함을 내세운 이 대표가 일부 당 내 중진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여성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는 당 내 기류를 의식한 듯 통일부까지 폐기해야 한다며 '작은정부론'으로 논쟁 범위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큰 틀에서 보면 여가부 폐지만 다룰 게 아니라 보수쪽 진영은 원래 작은정부론을 다룬다"며 "우리나라 부처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부서가 좀 많다. 항상 얘기했던 것이 여가부와 통일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2일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가 워낙 특유의 논쟁을 즐기는 성격이 있지 않느냐"며 "여가부의 비효율성·업무 중복을 얘기했던 것으로 끝났으면 괜찮았겠지만 여기서 또 '여가부 말고 통일부도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당대표 개인의 생각으로 한정했어야 했다"며 "제 개인적 견해에서도 통일부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지금 시기에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거론한 '작은정부론'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추진된 정부조직 개편과 유사하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단순히 부처의 개수를 줄이기 위해 통합하면 오히려 한 곳에 권한이 몰려 '큰 정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효율성 측면에서도 반론이 이어졌다. 결국 후임 박근혜정부에서 5년 만에 되돌린 사례다.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를 전제로 한 이 대표의 '작은정부론'은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10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며 "국정은 수학이 아니고 쓸데없이 반(反)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권 의원은 앞서 이 대표가 '대만과 북한에 통일부와 같은 조직이 있느냐'고 지적한 발언에 대해서도 "양안관계에서 열세에 있는 대만정부나 교조적 공산주의 국가인 동독, 북한의 사례는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며 "결국 우리의 분단 극복 과정에서 가장 좋은 모델은 동·서독 통일 사례이고 그중에서도 우리와 민주주의·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서독 정부의 행태가 최적의 모델"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12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홍콩에서와 같은 중국의 잔인함에 대항할 것"이라고 발언한 부분도 '외교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20대 남성에 이어 최근 급증한 '반중(反中)' 정서까지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최근 이 대표가 4가지 정도의 헛발질·똥볼을 찼다고 생각이 든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고 더 나아가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고 그 다음엔 중국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다음엔 전국민재난지원금도 번복하지 않았느냐"며 "반페미·반북·반중 정서와 차별·배제·혐오로 세대와 성별을 갈라치는 모습이다.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 대표가 추구하는 것도 예전 국민의힘 이미지를 못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