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당 중진들, '이준석 리스크'에 뒷짐만…파격 내세운 이준석 '미운털' 관측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대선 리스크' 꼬리표를 달았다. 당내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이준석 대표가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는 이 대표의 직설화법과 변론가(辯論家)적 성향에서 기인한다. 당권주자 시절에는 강점으로 작용했지만 '말 한 마디'가 당론으로 비춰질 수 있는 당대표로서는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이 대표의 '예측불가 화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이를 처음 언급한 정치권 인사는 이 대표와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다. 당시 나 전 의원은 이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 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혐오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극화를 통한 지지층 결집 전략과 소재만 다를 뿐 맥이 닿아있다는 주장이다. 

 

당내에서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대선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우려하던 나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은 최근 언론 보도만 놓고 보면 현실이 됐다. 이 대표의 선명성 강한 발언들이 청년당원이던 시절에는 문제없었으나 당대표가 되자 정치권의 갑론을박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내년 대선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이 대표의 발언을 수습하느라 당력이 분산되는 측면도 부담이다. 

 

우선 이 대표가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회동에서 합의한 '전국민재난지원금'은 당 내 논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해 논란이 됐다. 당 내에서 격한 반발이 나오자 이 대표는 합의내용을 공개한지 약 100분 만에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을 통해 "오늘 합의 내용은 손실을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재공지했다. 공당 대표간 합의를 번복한 것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관련 기사를 접하고 김기현 원내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며 "김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송 대표와 합의한 전국민재난지원금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당 내에서도) 사전에 협의가 안 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당의 입장과 반대의 합의가 나와서 굉장히 의아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가) 취임하고 나서 그동안 소소한 논란이 좀 있었다. (이 대표의 언행이)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르거나, 당 내 조율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사실 당대표가 되기 전부터 염려했던 부분이었다. 당 운영 경험이 없고 원내에도 있지 않고 하니까 대선을 앞두고 걱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불을 지핀 '여성가족부 폐지론'도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당권주자 시절부터 '20대 남성 역차별 문제'를 거론해왔다. 문제는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싣거나 엄호하는 당 중진 의원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야권 일각에선 기존의 '여의도 정치 문법'을 배제하고 파격과 신선함을 내세운 이 대표가 일부 당 내 중진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여성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는 당 내 기류를 의식한 듯 통일부까지 폐기해야 한다며 '작은정부론'으로 논쟁 범위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큰 틀에서 보면 여가부 폐지만 다룰 게 아니라 보수쪽 진영은 원래 작은정부론을 다룬다"며 "우리나라 부처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부서가 좀 많다. 항상 얘기했던 것이 여가부와 통일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2일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가 워낙 특유의 논쟁을 즐기는 성격이 있지 않느냐"며 "여가부의 비효율성·업무 중복을 얘기했던 것으로 끝났으면 괜찮았겠지만 여기서 또 '여가부 말고 통일부도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당대표 개인의 생각으로 한정했어야 했다"며 "제 개인적 견해에서도 통일부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지금 시기에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거론한 '작은정부론'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추진된 정부조직 개편과 유사하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단순히 부처의 개수를 줄이기 위해 통합하면 오히려 한 곳에 권한이 몰려 '큰 정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효율성 측면에서도 반론이 이어졌다. 결국 후임 박근혜정부에서 5년 만에 되돌린 사례다.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를 전제로 한 이 대표의 '작은정부론'은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10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며 "국정은 수학이 아니고 쓸데없이 반(反)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권 의원은 앞서 이 대표가 '대만과 북한에 통일부와 같은  조직이 있느냐'고 지적한 발언에 대해서도 "양안관계에서 열세에 있는 대만정부나 교조적 공산주의 국가인 동독, 북한의 사례는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며 "결국 우리의 분단 극복 과정에서 가장 좋은 모델은 동·서독 통일 사례이고 그중에서도 우리와 민주주의·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서독 정부의 행태가 최적의 모델"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12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홍콩에서와 같은 중국의 잔인함에 대항할 것"이라고 발언한 부분도 '외교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20대 남성에 이어 최근 급증한 '반중(反中)' 정서까지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최근 이 대표가 4가지 정도의 헛발질·똥볼을 찼다고 생각이 든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고 더 나아가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고 그 다음엔 중국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다음엔 전국민재난지원금도 번복하지 않았느냐"며 "반페미·반북·반중 정서와 차별·배제·혐오로 세대와 성별을 갈라치는 모습이다.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 대표가 추구하는 것도 예전 국민의힘 이미지를 못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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