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LG·KT 등 앞다퉈 탑승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각종 대면 행사가 취소되면서 관심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섞어 놓은 3차원 공간을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개념이라는 점에서 그 활용영역이 무한하고 정교하다. 영화 속에서나 상상했던 가상 공간이 우리 일상 속에서 실현된 셈이다.
메타버스가 활용되는 주요 기술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5G 기술 등이다. 이러한 기술은 기업은 물론, 정부, 공공기관, 학교를 넘어서 우리 일상까지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하면서 기업들이 제품의 개발 및 설계·제조·출시·운영·관리 등 전 과정에 메타버스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규모는 지난해 50조원대에서 2025년에는 약 31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미국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포트나이트에서 벌인 3일짜리 이벤트성 공연으로 2000만 달러(227억원) 수익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이는 비슷한 기간 오프라인 공연에서 거둔 수익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메타버스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며 관련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AR 글라스를 직접 시연하며 메타버스 도입을 예고했다.
SK텔레콤은 공연, 교육, 대학 입학식, 채용설명회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SKT는 연초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메타버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탈통신'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AR·VR 등 혼합현실 사업 강화에 힘써온 SKT는 기존 혼합현실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MR서비스 CO의 조직 명칭을 ‘메타버스 CO’로 변경하고 메타버스 산업 선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3월엔 순천향대와 협력해 국내 최초 메타버스 입학식 선보인데 이어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도 메타버스 방식으로 진행했다. 최근에는 K팝 스타들과 협업해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메타버스 중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자사 가상현실 기반 플랫폼 ‘점프 VR’ 앱을 ‘점프 버추얼밋업’으로 변경하고 메타버스 중심의 플랫폼으로 그 기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LG그룹도 신입사원 교육부터 미국 메타버스 스타트업 투자까지 메트버스 산업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실시했다. 약 200명의 신입사원들은 본인의 아바타로 네트워킹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동기들과 화상 소통을 했다. 릴레이 미션과 미니게임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채용하는 약 900여명의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총 8차수에 걸쳐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향후 다양한 사내 임직원 교육 및 채용 프로그램으로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LG화학도 지난달 석유화학본부의 온라인 신입사원 교육 연수를 메타버스를 활용해 실시했다. LG화학 신입사원들은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통해 컴퓨터 속 가상공간으로 출근하고 연수를 받았다.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는 메타버스를 다양한 교육과 워크숍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LG이노텍도 지난 5월 ‘메타버스 취업설명회’를 열었다. 인사담당자가 취업준비생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가상공간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실제 구직 활동을 하게끔 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 역시 최근 미국의 가상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스타트업인 '웨이브'에 투자했다.
KT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리얼큐브를 이용해 어린이 운동회 개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치매예방 활동을 지원했다. 리얼큐브는 현실 공간에 반응형 기술과 위치 및 동작 인식이 가능한 센서를 연동해 VR 기기(HMD)나 AR 글래스와 같은 별도의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도 가상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혼합현실(MR) 서비스다. KT는 인지 능력과 두뇌 발달을 비롯한 치매 예방을 위한 MR 솔루션과 콘텐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아프리카TV와 XR(혼합현실)에 기반을 둔 실감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스포츠 코칭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스포츠 코칭 스튜디오’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실제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나 아바타 폭행, 거래 사기 등 크고 작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관리나 윤리 문제를 규율할 공적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메타버스로 인해 발생하게 될 변화의 폭과 깊이는 매우 클 것”이라며 “메타버스의 구현과 활용을 위한 극복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정화 기자 choijh@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