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엔 25곳…100억 유로로 문턱↓ 대상 기업↑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국내 기업 상당수가 이른바 '구글세'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디지털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했던 디지털세가 본래 취지에서 확장돼 제조기업까지 포함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됐다. 특히 2030년부터는 디지털세 기준이 완화돼 상당수의 국내 기업도 디지털세 부담을 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정부가 국내 다국적 기업들을 소집해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산업부는 6일 오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기업들과 함께 한국무역협회에서 디지털세 간담회를 열었다. 국제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기업이 받게 될 영향과 그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대상이 아니지만 현대자동차도 조만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정보 공유를 위해 이번 간담회에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글로벌 디지털세가 조세 체계 외에도 우리 기업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그런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한 자리"라며 "아직 관련 협상이 끝난 게 아니어서 기업들의 우려를 추후 협상 과정에서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협상 주체인 기획재정부와 협조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한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가 참석해 OECD 합의안 분석과 국내 세수에서 예상되는 변동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시 국내 세수에 0.4∼0.5% 내외의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분석한다. 그는 "이번 협의안은 매출과 영업이익 기준이 높기 때문에 해당되는 기업 상당수가 미국 내 기업"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 내 여론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회 비준을 거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미국이 주도적으로 디지털세 문턱을 낮춰 대상 확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날 간담회에선 대상 기업의 이중세 부담을 덜어주고자 기존 국내 법인세를 경감하는 등 납부세액 공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공조는 당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보다는 정부와 기업간의 상호 채널을 구축하는 첫 걸음이라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방지 프레임워크’와 관련해 ‘국제조세개혁을 위한 포괄적 이행체계(Inclusive Framework, IF)’ 논의에 참여해온 139개국 중 130개국의 지지를 받아 2023년 국제 디지털세를 도입하는데 합의했다. 디지털세는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이 고정 사업장을 시장 소재지에 두지 않으면서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가 어렵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이 주요 과세 대상이다.
기획재정부는 디지털세 대상 한국 기업 수가 아직은 미비한데다, 우리 정부가 과세할 수 있는 글로벌 IT 기업은 더 많다는 이유로 이 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해 왔다. 디지털세로 인한 이중과세 문제도 국내 세금 공제 등으로 방지할 예정이라 기업 실질 세 부담 증가는 없다는 것이다. 또 15%대로 합의한 글로벌 최저법인세도 최고 25%인 국내 법인세율보다 낮기 때문에 기업에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내의 플랫폼 소비 구조는 네이버, 쿠팡, 홈쇼핑, 한글 프로그램 등 자체적인 IT 생태계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구글, 아마존 등 이용률이 낮은 국내에서 외국 기업이 가져가는 세수입보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지출하는 세액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엔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과 같이 해외를 거점으로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 온라인 콘텐츠 비즈니스 기업이 향후 디지털세 대상 기업에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이상호 경제정책 팀장도 “2018년 기준 연 매출 1조원 넘는 국내기업이 모두 디지털세를 낸다면 국내 활동 외국기업이 내는 디지털세보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부담하는 디지털세가 많을 것”이라며 “시장소재지에 대한 과세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될 경우, 내국법인에 대한 과세당국의 과세권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조세주권침해 소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OECD가 공개한 디지털세 부과 기준에 따르면 2023년 연간 기준 연간매출액 200억유로(약 27조원), 이익률 10% 기준을 충족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 100여 곳이 대상이다. 단, 정부기관이나 국제기구, 비영리기구를 비롯해 채굴업과 규제 대상 금융업 등 일부 업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기준상 국내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이다.
하지만 2030년 이후에는 최저 100억유로(약 13조원)로 확대돼 대상이 될 기업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박 교수는 “IT 분야는 대부분이 포함될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분야도 단순히 하드웨어가 아닌 자율주행자동차로서 플랫폼화되고, 가전회사도 IOT 서비스로 바뀌어 사실상 국내 기업 상당수가 디지털세를 내야 한다”며 “2030년에는 국내 기업 20~25곳이 이에 해당될 것이고, 국내에서나 해외에서 세금이 사실상 같아진다면 소비 규모가 더 큰 해외 시장에 더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최정화 기자 choijh@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