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흙수저인 이재명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희망민국으로 바꾸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비대면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모습이다. / YTN 화면 캡처

[한스경제=우승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꼽혀 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지사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항마로 1,2위를 다투고 있어 출마선언 여부가 국민적 관심을 끌어왔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이재명은 합니다’ 영상 선언문을 공개했다. 여기에 미리 녹화한 영상도 첨부했다. 이 지사가 영상 선언문을 공개한 이유는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했다는 게 캠프 측 전언이다. 일각에선 이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 행보에서 대공황 시기를 겪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 분위기가 보인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읽으며 두렵고 엄숙한 마음으로 20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다”고 출마 선언의 비장함을 전했다. 그동안 이 지사가 강조해 온 ‘주권재민’ 정신을 출사표의 어젠더로 삼았다.

 

이 지사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국가를 만들고 함께 사는 이유는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고 규정하고 “주권의지를 대신하는 정치는 튼튼한 안보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공정한 질서 위에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일궈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취약계층이 되어버린 청년세대의 절망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국민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안전해졌는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인가'라는 국민의 질문에 정치는 답해야 한다”는 진단은 이 지사의 공약내용을 짐작케 한다.

 

이 지사는 위기의 원인으로 불공정과 양극화를 지목했다. 그는 “누군가의 부당이익은 누군가의 손실”이라며 “강자가 규칙을 어겨 얻는 이익은 규칙을 어길 힘조차 없는 약자의 피해다. 투기이익 같은 불공정한 소득은 의욕을 떨어뜨리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강력한 경제정책만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음을 강조, 강한 정부를 지향했다. 그는 “경제는 민간과 시장의 몫이지만, 대전환시대의 대대적 산업경제구조 재편은 민간기업과 시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대공황시대 뉴딜처럼 대전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위기가 더 많았던 흙수저 비주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과를 만들어 온 저 이재명이야말로 위기의 대한민국을 희망민국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충원을 방문한 이재명 경기지사. / 연합뉴스

이 지사가 이날 출마선언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선 링’에 올랐지만 소위 ‘당내 지지 기반 마련’ 에 열세를 보여온 터라 경선과정이 순탄치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지사가 유력 주자에서 진정한 대통령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뜻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1일 한스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는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분이기 때문에 국민 지지가 아닌 당내 지지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다른 주자들보다 약할 수 있다”며 “(또) 경선을 통해 발생할 다른 주자들과의 상처 극복도 이 지사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오늘 공개된 이 지사의 대선캠프 멤버에는 원조 이재명계의 대표격인 정성호 의원은 주요 보직에서 물러났고,  주류와 비주류가 망라됐다. 이 날 알려진 이 지사의 공식 캠프는 김영삼 대통령을 배출한 여의도의 명당 '극동 VIP빌딩'으로 약 45평의 작은 규모다. 대선캠프 총괄은 조정식의원이 맡았고 비서실장에는 박홍근 의원, 수석 대변인에는 박찬대 의원, 수행실장에는 김남국 의원 등이 선임됐다.

 

이에 한 민주당 인사는 이날 한스경제와의 통화에서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가 캠프를 성대하게 꾸렸으면 경선 과정에서 반대측 전선도 강화될 가능성을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오전 8시 국립서울현충원 무명 열사의 탑을 참배했다. 이 지사는 현충원 방명록에 “선열의 뜻을 이어 전환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가겠다”고 적었다. 이후 취재진과 만나 “세상은 이름 없는 민초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며 “누군가는 이름이라도 남기지만 누구는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위패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 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가 현충원 참배 후 취재진과 대화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편 이 지사가 이날 무명용사묘역 방문을 자신의 첫 일정으로 선택한 데는, 앞서 출마선언에서 자신을 “흙수저 비주류‘로 지칭한 것과 연관이 깊다. 1964년 경북 안동 농가에서 5남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이 지사는 겨울이 되면 방안에 둔 물그릇이 얼 정도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 지사는 중학생 시절 공장에서 1979년부터 2년간 소년공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 프레스기에 팔이 끼며 비틀어지는 바람에 장애(6급)를 직면해야 했다. 이 장애로 인해 제2국민역(5급) 판정으로 병역이 면제된 바 있다.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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