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내달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 등재
국산 31호 신약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이 다음 달 국내 시장에 출시돼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본격 경쟁한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렉라자는 다음 달부터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으로 등재된다. 80mg 상한 금액은 정당 6만8964원이다. 하루 복용량(240mg, 3회 투약) 기준으로 20만7000원까지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경쟁약물인 타그리소 가격(21만7792원)과 비교하면 약 1만원 저렴하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렉라자를 2군 항암제 목록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렉라자는 다음 달부터 기존 1차 치료제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등을 투여한 후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처방이 가능해진다.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이하 EGFR) T790M 돌연변이 내성에 강한 3세대 표적치료제다.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다.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70%는 3~4기에 발견된다. 진단 시 뇌전이 비율이 24%에 달하고, 시간이 지나면 해당 비율은 50%까지 확대된다.

 

렉라자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2015년 전임상 직전 단계인 렉라자를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기술도입 후 비임상, 원료 및 완제 시험약 개발, 임상 1·2상 등을 진행해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국내사가 탄생시킨 ‘국산 31호 신약’이며, 특히 허가를 받은 이후 급여 등재하기까지 최단 기간이 걸렸다.

 

렉라자 처방 대상이 되는 환자는 450명, 처방 실적 규모는 141억원으로 추산된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비싼 타그리소와 경쟁하면서 저렴한 약가를 통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타그리소는 지금까지 경쟁약물이 없었다. 지난 2016년 국내 매출은 23억원에서 지난해 1000억원대를 돌파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최근 수술 후 보조요법까지 적응증 확대해 처방 영역을 넓혔다.

 

렉라자는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회사 측은 국산 신약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이 2019년 192억 달러(약 21조7500억원)에서 2029년 329억 달러(약 37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 얀센에 1조4000억원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렉라자와 얀센 ‘리브레반트’와 병용요법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타그리소 내성의 주요 요인으로 알려진 MET 유전 변이 환자에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GFR 1차 치료제 사용 이후 나타나는 내성은 타그리소 또는 렉라자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약물(2차 치료제) 투약으로 발생하는 내성에는 대안이 없다. 렉라자·리브레반트 병용이 타그리소 이후 치료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렉라자는 병용요법 개발과 별개로 단독요법의 폐암 1차 치료제 가능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 3상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렉라자는 1차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기존 유일한 대안은 타그리소였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렉라자는 뇌혈관장벽(Blood-Brain-Barrier) 투과도가 높아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서도 우수한 효능, 뛰어난 내약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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