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지침 종료·한반도평화프로세스 동력 확보·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등 성과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을뿐 아니라 백신과 미사일 사거리제한 폐지 등 전방위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군사 협력에 무게가 실려있던 기존 한미동맹이 기술·경제·환경 분야까지 지평을 넓혀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를 통해 "한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지침 종료를 발표하고 양 정상은 이러한 결정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미사일 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숙제로 갖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미사일 지침 종료를 선언하면서 우리 군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 등을 제한했던 규정이 42년 만에 사라졌다. 1979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미사일 최대 사거리 180km·탄두 중량 500kg 제한 지침에 동의했다. 이후 우리정부는 꾸준히 미사일 지침 개정을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2001년 김대중정부에서 미사일 지침 1차 개정이 이뤄졌고 사거리가 300km로 늘었다. 다만 탄두 중량은 500kg으로 유지됐다. 2012년 이명박정부 때 미사일 지침 2차 개정을 통해 사거리가 800km로 늘어났지만, 탄두 중량은 여전히 500kg으로 유지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6차 핵실험 등 군사 도발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다. 문재인정부는 당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논의를 거쳐 미사일 지침 3차 개정에 합의했다. 미사일 사거리는 800km가 유지됐지만 탄두 중량 제한이 사라졌다.
지난해 7월 이뤄진 미사일 지침 4차 개정은 우주 발사체의 고체연료사용 제한이 풀렸다. 이로써 우리정부는 인공위성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고체연료를 활용한 군사용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지침은 완전히 폐지됐고 우리 군은 준중·중거리탄도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안보 역량 강화 차원을 넘어 과학기술 및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여야 구분없이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미 정상은 한반도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선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관여·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문재인정부 대북정책의 운신 폭을 넓히고 남북교류가 계속 추진될 수 있는 동력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판문점 선언에는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및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 전환·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전환 등 남북협력 방안이 담겨 있어 외교가 일각에선 미국이 남북 문제에 관해 우리정부에 일부 독자성을 부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2일 JTBC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 위한 동력이 확보된 것"이라며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와 보다 영구적 평화 정착을 목표로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도 '외교와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합의했고, 협상의 연속성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간의 대화·협력·관여를 지지한다'는 문장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가 북한과 협력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정책적 공간·여유가 그만큼 생겼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 정상이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부분도 문재인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상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절차와 관례를 중시하는 '정통 외교'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북핵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정부와 조율을 우선한다면 적어도 '대북 공조 엇박자' 우려와 지적은 불식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께 다시 한 번 확실히 말씀 드릴 수 있다. 한국을 항상 대북 문제와 대북 전략 접근에 있어 긴밀하게 참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성 김 대표는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내는 등 미국 내 '북핵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성김 대표 임명 발표는 기자회견 직전에 알려준 (바이든 대통령의) 깜짝 선물이었다"며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하는) 인권대표를 먼저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대북 비핵화 협상을 더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성 김 대사는 한반도 상황과 비핵화 협상의 역사에 정통한 분이다. 싱가포르 성명에 기여했던 분"이라며 "통역없이 대화할 수 있는 분이어서 북한에 대화의 준비가 돼있다는 메지시를 보낸 셈"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미 정상은 새로운 분야에서도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후·글로벌 보건·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승기술·공급망 회복력·이주 및 개발·인적 교류 등에서 새로운 유대를 형성할 것을 약속했다.
이와 연계해 양국은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한미 간 백신 생산 기술 협력·공동 연구 개발 추진을 위해 양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도 만들기로 했다. 미국이 백신 생산기지로서 한국의 생산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 장병 55만명 분의 백신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힌 뒤 "55만명 분 모두 한국 장병들에게 접종했으면 한다. 한국과 미국 양쪽 군인 장병들이 협업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정부가 언급했던 '백신 스와프'는 한미간 백신협력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의용 장관은 "(한국이)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고 있고,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더 못한 개발도상국에 우선적으로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미국 내에서) 많은 것 같다"며 "미측의 지원을 희망하는 나라들이 너무 많아서 미국이 그런 면에서 상당히 어려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한국군의 지원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일차적으로 지원한 건 미국이 한국을 특별히 배려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기술와 원부자재 공급, 그리고 한국의 생산기술을 접목해 한국을 사실상 백신 허브로 만든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실제로 한국 내 백신 공급 뿐 아니라, 지역 내와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망으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백신 완젠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부터 미국 외 시장에 공급되는 백신에 대한 바이알(유리병) 무균 충전·라벨링·포장 등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유럽의약품청(EMA)·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등에서 관련 승인을 받았다.
보건복지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22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백신 파트너십' 행사에서 미국 노바백스와 백신 개발 협력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사와 노바백스는 코로나19와 독감을 한 번에 잡는 '결합 백신'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 백신 개발을 함께 하게 됐다. 정부는 이번 협약이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시설을 이용한 백신의 안정적 공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 대한 우리기업의 상호 투자도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구축에 총 170억 달러(약 19조 16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10억 달러(약 1조 12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은 합작·단독투자를 통해 140억 달러(약 15조 7800억원) 규모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충전인프라 확층에 74억 달러(8조 34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미 정상은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공동성명과 함께 공개된 '팩트시트(Factsheet)'에는 한미 양국이 함께 원전공급망을 구성해 해외원전시장에 공동 참여하고. 원전 공급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가입 조건화를 양국 비확산 공동정책으로 채택하는 등 원자력 분야 협력 강화방안이 명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강국인 미국의 기업과 우수한 기자재 공급망과 더불어 바라카 원전 1호기 상업 운전을 성공시킨 우리 기업 간에 최적의 해외원전 공급망을 갖추게 되면, 수주경쟁력 제고와 양국 원전 생태계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2일 (현지시간) 미국 방문 일정을 바치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전용기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의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며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또 반영해주느라고 신경을 많이 써줬다. '백신 파트너십'에 이은 백신의 직접지원 발표는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민들이 아직 백신접종을 다 받지 못한 상태인데다, 백신 지원을 요청하는 나라가 매우 많은데 선진국이고 방역과 백신을 종합한 형편이 가장 좋은 편인 한국에 왜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하나라는 내부의 반대가 만만찮았다고 (들었다)"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특별히 중시해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