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 김용균 씨 사고로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 높아져
신임 사장들 발전소 현장 총출동...“안전 최우선 가치 실현”
‘위험의 외주화’ 줄이고 원청이 모든 책임져야 지적
발전5사 신임 사장들이 현장 첫 행보로 자사 발전소를 찾아 안전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이다.(사진=각 사)

[한스경제=양세훈 기자] 발전5사 신임 사장들이 취임 첫 현장행보로 발전소를 찾아 안전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 이후 발전공기업들이 대책을 수립했음에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발전공기업들이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의 외주화’를 줄이고 원청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발전5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일제히 취임한 신임 사장들이 ESG경영 등의 구상을 마치고 첫 현장 행보로 발전소를 찾아 안전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4세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으로 발전공기업의 인명사고 문제가 사회 화두로 떠오른 등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대전 중구)이 발전5개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 김용균 사망사고 이후에도 발전소 내 안전사고로 사망자2명, 부상자 54명이 발생하는 등 여전히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발전공기업 신임 사장들이 안전사고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안전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왼쪽부터 김회천 남동발전 사장, 이승우 남부발전 사장,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 박형덕 서부발전 사장, 김호빈 중부발전 사장.

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지난 10일 태안발전본부를 찾았다. 이날 태안을 시작으로 평택발전본부, 서인천발전본부, 김포건설본부, 군산발전본부를 차례로 둘러본 뒤 현장 안전경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도 안전경영 확립을 최우선 경영목표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의 안전관리 체계를 재진단하고, 매뉴얼 확립을 통해 전사적 안전시스템을 재정립함과 동시에 예방중심의 안전문화를 회사와 협력사에 정착시키겠다는 각오다.

박 사장은 “안전관리체계 개선을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또 다른 안전사각지대가 없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하고, 특히 설비 노후화에 따른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며 “전 직원과 협력업체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안전의식을 강화하고, 서로간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안전 최우수 기업으로 재도약하자”고 말했다.

김회천 한국남동발전 사장도 취임식에서 ‘안전 최우선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경영방침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김 사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발전본부를 찾아 설비 개선공사 현장과 부서별 안전관리현황을 점검하면서 발전소 현장의 선제적·예방적 안전관리 체계를 진단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현장을 자주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고, 개선점이 있는지 살펴보며 적극적인 현장경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직접 교대근무를 수행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근무여건 개선을 통해 안전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사장은 지난 10일 삼척발전본부의 야간 교대근무에 참여해 중앙제어실 근무조의 인수인계 사항을 참관하고 제어실 내 화면을 통해 설비의 이상유무 등을 확인했다. 또 현장 운전원과 소통간담회로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후 새벽 4시까지 운전원과 함께 보일러, 터빈 등 발전소 주요 설비를 점검하는 등 오전 7시 인계인수 회의 시까지 발전소 현장을 몸소 체험했다.

이 사장은 “불철주야 노력하는 현장 근로자의 노력이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안정적 전력공급의 기반이 됐다”고 현장근로자의 노고를 치하 후 “효율성 중심의 슬기로운 에너지 생산으로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는 각오로 현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호빈 한국중부발전 사장은 지난달 29일 첫 행보로 보령발전본부 안전관리 현황을 점검으로 시작했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모든 사람이 안전하도록 사장 주도로 안전 최우선 현장경영 구현”하겠다는 경영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중부발전은 취약설비에 대한 지속적 보강을 통해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협력기업 직원들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할당량식 작업종료 근절, 공기단축 금지, 가상현실(VR) 안전체험 등 안전문화 혁신활동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지난 12일 울산발전본부를 찾아 현장 안전점검에 나섰다. 이날 울산을 시작으로 일산발전본부, 당진발전본부, 디지털기술융합원 등 전사업소를 차례로 찾아 사람 중심의 안전한 사업장을 구현하기 위한 안전경영활동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날 김 사장은 “현장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직원 중심이 아닌 현장 근로자 중심의 조직이 돼야 한다”며 “선제적 안전체계 확립과 사전예방적 환경관리를 통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일터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서발전은 ‘안전없이 발전없다’는 인식 아래 협력사를 포함한 전 직원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전(安全)한 가(家)’ 캠페인을 확대하고, 경영진 현장 안전경영활동을 매월 시행할 방침이다.

발전5사 신임 사장들의 안전경영을 본격화하고 있음에도 불구,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전사 사장들의 안전경영 활동이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발전소 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인 ‘위험의 외주화’를 줄이고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엄태영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에너지공기업에서 총 625명의 인명사고가 발생해 이 중 42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협력업체 직원이다.

양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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