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선임 전문가 “삼중수소의 방사능 위험 과소평가...인간과 환경에 위험”
한국·중국·캐나다도 삼중수소 배출...일본의 삼중수소 덫

[한스경제=양세훈 기자]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에 국내 원자력계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제소를 비롯한 모든 외교적 조치를 검토할 것을 요청하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국제사회 우려를 무시한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지만, 원자력계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일부 원자력 전문가들은 개인적으로 원전 오염수가 해상에 방출돼도 인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일본측 주장과 일맥상통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 원자력 연구기관인 원자력학회 등은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원자력학회는 원자력분야 교수·학자 2000여 명으로 구성된 학술 단체로 그동안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반대 입장과 성명을 발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오염수 방출 결정에 대해서는 ‘침묵’을 일관하고 있어 ‘삼중수소의 덫에 걸렸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부 소속 교수들이 개인 SNS 등을 통해 원전 오염수가 무해하다며 일본측 주장에 동조하고 있어 국민의 느끼는 우려와 분노와는 거리가 있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 모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반일 감정에 편승해서 호도하면 안 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라며 “월성원전 삼중수소가 논란이 됐을 때 누차 설명했듯이 삼중수소가 특별히 더 위험한 방사능 물질이 아니다. 더구나 총량이 3g 정도 되는 후쿠시마 삼중수소가 거대한 태평양 바닷물에 희석된 후 일본 열도를 우회하는 조류를 타고 우라나라 연안에 올 때 과연 몇 개의 삼중수소 원자가 생선 한 마리에 포함될 수 있겠는지 가늠만 하번 해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일 감정에 편승해서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발언을 하며 불필요한 우려를 조장하는 인사들의 말은 흘려들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정 모 교수 역시 “방류하는 오염수에 방사능 핵종들은 미량이고 삼중수소는 방류 지점에서 1~20km만 떨어져도 농도가 1L에 100bq/kg(베크렐) 수준밖에 안되는데, 이는 강물, 빗물에 들어있는 방사능 수준의 농도”라며 “이정도 양은 인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일본 정부가 “ALPS(다핵종 제거 설비)라는 특수장비로 오염수를 두 차례 정화하고, 특수장비로도 제거가 어려운 방사능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 농도를 낮추기 위해 바닷물로 처리수를 희석한 후 약 30년에 걸쳐 처리수를 바다에 방출하기 때문에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원전 오염수가 태평양 지역 수백만 명의 생명과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선임한 독립 전문가들은 최근 성명에서 “100만 톤의 오염수를 해양 환경에 방류하는 것은 일본 국경 안팎에 있는 관련된 사람들이 인권을 완전히 향유하는 데 상당한 위험을 초래한다”며 “이러한 방류가 많은 사람의 생명과 환경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경고를 고려할 때 (일본) 정부의 결정은 매우 우려스럽고,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특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오염수가 많은 양의 방사성 탄소-14를 비롯해 스트론튬-90과 삼중수소를 포함한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핵종 제거 설비, 이른바 ‘알프스(ALPS)’로 알려진 수처리 기술이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저장된 대부분의 오염수에서 방사능 농도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일본은 삼중수소의 수치가 매우 낮으며 인간의 건강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지만, 과학자들은 물속 삼중수소가 유기적으로 다른 분자와 결합, 먹이 사슬을 통해 식물과 물고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중수소의 방사능 위험이 과소평가됐으며, 100년 이상 인간과 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국내 한 원자력 전문가는 “10조원 가량이면 일본이 100년간 오염수를 보관할 탱크를 만들 수 있는 등 원전 오염수를 방출하지 않고도 다른 대안이 충분하다”며서 “국내 원자력계가 이런 대안이 있음에도 침묵하고 일부 전무가가 삼중수소가 무해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그동안 주장해온 삼중수소 덫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원전에서도 일부 삼중수소가 배출되고 있음을 우리 정부도 이제는 인정해야 할 시점이고, 중수로를 가동하는 중국과 캐나다도 삼중수소 배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일본이 삼중수소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양세훈 기자 twonew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