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오염수 방류 중지 잠정조치' 포함 제소 검토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정부가 대응 마련에 나섰다. 정부·여당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오염수 방류 중지 잠정조치를 긴급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는 13일 아이보시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招致)해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린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앞서 일본정부는 이날 오전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각계 관료회의에서 결정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이날 오전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국무조정실 산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대응 관계부처 티에프(TF)' 관계차관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일본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또한 "오염수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검증을 강력히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후 열린 환담회에서 일본 원전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신임장 제정식에는 아이보시 일본대사, 페데리꼬 알베리토 꾸에요 까밀로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아리스 비간츠 주한 라트비아 대사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의 우려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강 대변인은 "제정식 후 환담발언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정식에 앞서 열린 청와대 내부회의에서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오염수 방류 중지 잠정조치를 포함해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잠정 조치는 가처분 신청의 일종으로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등에 따르면 잠정 조치 요청이 있을 경우 국제해양법재판소는 '각 분쟁당사자의 이익을 보존하기 위해', 또는 '해양환경에 대한 중대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잠정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다만 미국 국무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일본정부의 원전오염수 해양방류를 지지하고 있어 우리정부 대응에 난항이 예상된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기관과 협력해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이뤄지도록 적극 노력해나갈 예정"이라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이와 관련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14일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일본은 IAEA·미국과 오랫동안 외교적인 협상을 했다고 본다"며 "특히 IAEA 같은 경우는 전 사무총장이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여러 가지 검사 방식이라든지 또는 일본 측에 강력한 문제제기는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은 IAEA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 이번에 국무부를 통해서 일본의 조치를 환영한다고, 일본 지지를 적극적으로 하게 된 것은 최근에 미일 관계라든지 또는 미일 간에 역사적인 관계를 고려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며 "(중국과 대립하는) 일본이 국제적으로 약화되고, 경제적으로 더 파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미국은 무리가 있는 걸 알면서도 일본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짐작했다.
문희정 국제뉴스 평론가도 같은 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미국의 동의 하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할 수다"며 "IAEA 역시 국제적인 관행에 부합한다며 일본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곧바로 내놓은 것만 봐도 미국의 영향력이 큰 IAEA, 그리고 일본이 물밑에서 이미 입을 맞춘 다음 공식화한 것임이 분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논란이 거세지자 아이보시 일본대사는 13일 한국언론에 보낸 메시지에서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 처분에 대해 많은 한국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고 계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책임지고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계속해서 환경영향에 관한 정보를 수시로 공표해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철저한 정보공개를 통해 한국 국민 여러분의 걱정을 덜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