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스마트가전, 전장사업 등 소프트웨어 기술은 모바일서 확보 가능
노키아, 블랙베리와 상황 달라…모바일 기술이 신성장동력의 핵심
LG전자가 MC 사업 철수에 무게를 두면서 향후 신사업과의 시너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MC(모바일)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LG전자가 매각에 난항을 겪자 사업 철수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올해 LG가 집중 육성을 계획한 AI(인공지능), 자동차 배터리 등 전장(전자장비)사업과의 시너지 축소가 우려된다.

모바일은 단순 통신 단말기라는 개념을 넘어 이제 스마트시티 사회 속 구성물 간 개인화된 컨트롤타워라는 측면에서 이번 철수설은 염려스럽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업성이 확인된 차세대 전자기기와 전장사업과 융복합에 있어 모바일 기기는 필수 연결품목인 만큼 완전한 철수는 패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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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5일 이사회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향후 사업 방향성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에 난항을 겪은 LG전자가 MC 사업 철수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MC사업본부 직원 3700여명을 전환 배치하는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TV, 에어컨 등 가전사업부나 전장, 배터리 부문인 LG에너지솔루션 등의 사업부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며 “사업의 방향이 결정되는 대로 소통할 예정이다”는 기존의 입장만 전했다.

올해 초 LG전자는 MC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며 매각에 무게를 두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LG전자는 베트남 빈그룹,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 등과 접촉했으나 논의에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빈그룹이 인수 대신 자체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서는 등 업체들의 인수 의지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특히 배두용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지난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LG전자가 MC 사업 철수에 무게를 두면서 그동안 쌓아온 스마트폰 특허와 기술 인력 등 핵심 자산에 대한 향후 활용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LG가 올해 집중 육성을 밝힌 AI, 자동차 배터리, 로봇, 전장 등 핵심사업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LG전자가 매각에 난항을 겪은 이유도 인수 기업들과 스마트폰 특허 등 핵심 지적재산권(IP)에 대한 이해관계 차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핵심 모바일 기술은 단말뿐 아니라 스마트 가전, 자동차 전장사업의 중요한 자산이다”고 밝힌 바 있다.

특허청과 특허 조사업체 더웬트에 따르면 LG전자가 보유한 스마트폰 특허는 2월 말 기준으로 한국 2396건, 미국 2162건, 중국 646건이다. 삼성전자(한국 2554건, 미국 5113건, 중국 1151건)보다는 적지만 애플(한국 380건, 미국 2529건, 중국 519건)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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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핵심 기술 이전을 반대하면서 ‘반쪽짜리 매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며 “스마트가전, 자동차, 전장, 통신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하면 핵심 기술이전은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급변하는 4차산업혁명 환경 속 모바일 생산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고 품질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기에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지금의 LG로서는 머지않아 모바일 사업 철수를 실책으로 꼽는 시간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LG전자가 노키아와 블랙베리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LG전자가 노키아 사례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노키아의 행보를 따라가기엔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현재 주력 사업인 가전,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집중 육성의 뜻을 밝힌 AI, 자동차, 전장 등 신성장동력을 이어가려면 모바일에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2013년 특허권만 남기고 모바일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이후 통신장비 회사 지멘스, 알카텔-루슨트 등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특허를 확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화웨이(중국), 에릭슨(스웨덴)에 이어 5G 통신장비 부문 세계 점유율 3위에 올라섰다.

블랙베리도 2016년 스마트폰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중국 TCL에 스마트폰 개발과 생산, 마케팅 권한을 넘겼다. 이후 무선 기술에 대한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 인력 유출은 최소화해 사업의 무게를 소프트웨어와 전장사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 사업 철수에 나서는 것은 노키아와 비슷하다고 본다”며 “다만 LG는 모바일 사업을 통해 그룹 내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사업은 철수하더라도 관련 특허와 기술을 활용해 AI, 스마트가전과 전장사업을 성장시키는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지속적인 발전 측면에서 본다면 계속해서 관련 특허를 생성하고 기술 발전을 통한 시너지를 위해 MC사업부 유지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의 MC 사업 철수를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LG의 올해 주요 육성 사업인 스마트가전만 보더라도 현재까진 스마트폰 단말을 통해 조작과 운용을 할 수 있다”며 “이 밖에도 LG에서 육성 중인 신사업의 기술도 모바일과 연관된 것들이 많다. 모바일 사업 철수로 신사업과 시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스마트폰 특허와 핵심 인력들을 유지해 LG가 육성 중인 로봇, AI, 자동차 등 신사업과 연동하면 더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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