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4·7 재보선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고전중인 여당이 막판 뒤집기를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야당 후보들을 둘러싼 부동산 등 각종 의혹이 여전한데다 '샤이 진보 (숨은 진보층)' 결집이 이뤄진다면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재보선은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 비교적 투표율이 낮다는 과거 사례로 인해 조직력에서 앞서는 여당의 성적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야권 역시 단일화를 이룬 힘과 앞선 지지도를 기반으로 열성 지지층 지키기에 나서 이른바 '집토끼(고정 지지층) 싸움'이 불을 뿜고 있다.
여당은 실제 투표에선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 진보' 결집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집값 상승과 'LH 사태'가 맞물려 악화된 부동산 민심 등을 감안하면 전화면접 방식의 여론조사에선 '여당 지지' 입장을 밝히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범야권 단일화가 이슈를 장악하면서 여당 지지층이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지난 26일 여야 인사들 사이에선 상반된 견해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LH 투기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이 많이 화가 나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면서도 "저희는 여론조사 발표 내용과 다르게 샤이 진보가 조금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 중도층의 참여율이 낮은) 보궐선거 특성상 (투표소를 찾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유권자들의 응답이 포함되는) 여론조사의 적중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노 의원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양당 지지층의 결집이 커지기 때문에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차이는 당연히 줄어들 것 같다. 결국 오차범위 내에서 당락이 좌우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2010년 한명숙·오세훈 후보 대결도 (여론조사는) 18%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0.6%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고 상기시켰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숨은 지지층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이 좀 있다고 본다"며 "(여당 지지) 의사표시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조금 못 된다. 소극 지지층은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짐작했다.
반면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지난 총선 때는 '샤이 보수(숨은 보수층)' 얘기를 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실상 없었다"며 "요즘 여론조사는 정교하고 유선뿐만 아니라 무선조사도 많이 하기 때문에 샤이 진보는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을 향한 잇따른 부동산 관련 의혹 제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LH 사태'로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타고 지지율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거꾸로 부동산 의혹이 선거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세훈 후보는 '내곡동 그린벨트 셀프특혜 의혹'이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26일 KBS 보도에 따르면 내곡동 땅 측량 당시 현장에 있던 인사들은 "오 후보를 봤다"고 증언했다. 앞서 오 후보는 "측량 사실을 몰랐고 간 적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당후보 검증TF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오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TF는 "오 후보는 '제가 관여했다'고 한 분이라도 (증언이) 나온다면 사퇴하겠다', '처가 땅을 가지고 이익을 보려는 행태를 했다면 영원히 정계에서 저 스스로 떠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오 후보는 지금이라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고 약속대로 서울시장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정계 은퇴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오 후보 측은 28일 KBS 보도와 관련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오세훈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는 2005년 당시 토지측량 현장에 있지 않았고 측량이 이뤄진 사실조차 몰랐는데도 KBS가 악의적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후보자 비방 등의 혐의로 선대위 명의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후보는 엘시티 조형물·불법창고·입시비리·국회 식당 특혜 의혹 등 잇따라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두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혹의 규모와 종류가) 해도해도 너무한다. 차도남 (차가운 도시남자)이 아니라 까도남 (까도까도 의혹이 있는 남자)"이라며 "이대로면 박 후보는 부산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시기에 수사 받으러 다니다 날 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지급될 4차 재난지원금도 변수다. 20조 7000억원 규모로 경영위기 업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지원대상도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은 자칫 '재난지원금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어 적극 반대하진 않았지만, 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투표에선 야당의 '후보 단일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26일 KBS1 '사사건건'에 출연해 "똑같이 단일화를 했는데도 한쪽만 효과를 보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컨벤션 효과로 인해) 어느 정도는 거품일텐데 어느 지점에서 (실제 표심과) 만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는 양 진영이 결집해 탁탁 털어서 51대49의 흐름으로 갈 것이다. 그 2%포인트를 누가 갖느냐가 마지막 승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