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우리·하나·국민·기업 등 4개 은행 이사회 30명 중 여성 2명 불과
기업은행, 이사회 독립성 전문성·주주 소통·전자투표 등도 낙제점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NH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앞다퉈 ESG 경영 실천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전 세계적으로 ESG가 새로운 경영평가 지표로 자리잡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조직개편은 물론 △채권 발행 △적도원칙 가입 △전기자동차 도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ESG 투자가 환경과 사회분야에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ESG경영이란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섬과 동시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남녀 평등 직장문화 조성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지배구조 아래 경영을 실천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경영을 의미한다. 

 

시중은행, E(환경보호)·S(사회공헌)에 포커스

최근 △NH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앞다퉈 ESG 경영 실천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7일 NH–Amundi 자산운용이 출시하는 친환경 신상품 'HANARO 탄소효율그린뉴딜' ETF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HANARO 탄소효율그린뉴딜' ETF는 금융지주 ESG 비전과 추진계획의 체계적인 실행차원에서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적은 저탄소 기업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농협은행은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한 K-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전환하는 것)에 참여 ▲녹색금융 및 ESG를 전담하는 조직인 녹색금융사업단을 출범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및 스마트팜 등 그린뉴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4일 포스코건설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및 ESG 관련 금융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은행권 최초 건설사와 ESG 업무협약 체결이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ESG 관련 사업을 위한 여신 지원 ▲ESG 관련 수신상품 개발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공동 영업 추진 ▲이종산업간 융·복합 제휴영업 추진 등 총 4개 분야에서 ESG 사업 금융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1월에는 국내 시중은행 달러화 벤치마크 채권 중 역대 최저금리로 미화 5억5000달러(약 6000억원) 규모 외화 ESG 선순위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친환경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는 '그린 론(Green Loan)' 주선에 성공했다. 그린 론은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에너지 효율화 등 친환경 사업으로만 용도를 한정하는 대출로, 제3자 인증기관을 통해 자금의 사용처 및 성과에 관한 인증을 받고 금융기관으로부터는 녹색 금융의 일환으로 자금을 지원받는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1월, 5억유로(약 6740억원) 규모의 중장기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 취약 계층 지원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발행하는 특수목적인 ESG 채권 가운데 하나인 소셜본드(Social Bonds) 형태로 발행된 것이 특징이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에 각각 NH–Amundi 자산운용이 출시하는 친환경 신상품 'HANARO 탄소효율그린뉴딜' ETF에 가입, 포스코건설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및 ESG 관련 금융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NH농협은행, 우리은행 제공

국민은행은 지난달 금융기관의 환경·사회적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 및 책임 이행을 위해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적도원칙이란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파괴 또는 인권침해 문제가 있을 경우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전 세계 금융기관 간 자발적 협약이다. 

이후 국민은행은 ESG 경영 실천을 위해 환경부와 녹색채권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5000억원 규모의 원화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초 지속가능경영 추진을 위해 전략기획부 내 'ESG경영팀'을 신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은행권 최초로 ESG 인증등급 최고등급을 받은 원화 중소기업금융채권(1조500억원)을 발행했다.

 

G(지배구조)분야 소홀...이사회 다양성에서 '낙제점'

은행권의 ESG 투자가 환경, 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측면에는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2020년 9월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4개 은행의 이사회 명단 등재된 30명 가운데 여성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전무했고, 국민은행(권숙교 사외이사)과 하나은행(황덕남 사외이사)에 각각 1명을 배출했다. 

특히 ESG행복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기업은행의 지배구조를 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시총 50개 기업 가운데, 종합 ESG평가에서 37위라는 하위권에 머문 기업은행은 지배구조분야에서도 역시 38위에 그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사회 여성 등재 이외에 △이사회 독립성 전문성 △주주와의 소통 △전자투표 실시 등의 분야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증권가에서 지배구조가 ESG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지배구조 핵심 요소중 하나인 이사회 다양성에서는 낙제점을 받은 은행권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결혼, 육아로 인해 여성 직원의 경력 단절 사례가 많아지면서 임원 비율이 낮아지다 보니 남성과 비교해 인력풀이 넓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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