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인텔 낸드 사업 인수자금 확보도 무리 없을 듯
SK하이닉스 M16 팹 준공식에서 최태원 회장이 발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성사시킨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NAND) 사업 인수 이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경쟁력 확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메모리반도체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2억 달러(약 5조864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점유율은 29.5%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5.6%, 점유율은 1.3%포인트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1.6%로 전분기 대비 약 0.1%p 감소했고, 매출액은 163억8800만달러로 0.2% 감소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재고를 늘리면서 공급 과잉으로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분기 대비 8% 줄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의 성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이후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PC·노트북 등의 수요가 증가했고, 5세대 이동통신(5G) 도입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클라우드 시장이 활성화된 점이 서버 수요를 견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상저하고’ 현상으로 하반기에 수요가 증가하고 상반기에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D램과 낸드의 수요가 비수기 영향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PC 및 모바일 수요 강세에 따라 D램 가격 상승이 1분기부터 시작됐고, 낸드의 출하량도 비수기 영향 없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그는 “SK하이닉스는 단기적으로 D램 가격 반등에 따른 실적 개선이, 중장기적으로 낸드 가격 반등과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따른 출하 증가 영향으로 실적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미래전기차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 가운데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D램 외에도 단기적으로 지도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솔리스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저장장치가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낸드 시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인텔의 낸드(NAND) 솔리스스테이트드라이브(SSD), 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Dalian) 팹 등 사업 부문을 90억 달러(약10조3104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올해 말까지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 1차 인수금액 약 8조원을 지급해야 한다.

인수를 결정한 이후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기준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투자자산이 4조9480억원에 그쳐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 등에 의한 데이터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시장은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이 증가하고 있고, D램 등의 가격 역시 상승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자금조달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해졌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컨센서스 영업이익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해 1차 인수대금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오히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다는 시장의 전망이 나오자 지난달 25일 반도체 미세공정의 필수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에 향후 5년간 4조7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최태원 회장의 평소 경영 철학인 ‘딥체인지(근본적 혁신)’와도 무관치 않다. SK하이닉스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인 낸드 사업 부문에서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며 보강했다. 이에 반도체 시장 호재가 지속되면 최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조만간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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