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성과 주목해야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제약·바이오업계 정기 주주총회 일정이 임박하면서 회사 리더들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실적 악화를 이유로 자리가 위태롭다고 전망한다.
반면 ‘나보타’의 글로벌 진출 활로가 열렸고, 코로나19 치료제를 비롯해 그간 진행했던 연구개발(R&D) 성과가 올해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여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부 평가다.
4일 대웅제약 관계자는 “전 대표는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까지 (연임에 실패할) 특별한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은 이사회에서 하겠지만, 내부적으로 연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 대표 임기가 오는 23일로 다가오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그의 거취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실적 악화를 이유로 연임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대웅제약의 지난해 매출액은 연결기준 1조554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70억원으로 무려 62%나 줄었다.

나보타, 글로벌 진출 활로 열려
단순 실적만으로 전 대표의 연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해외진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점이 전 대표 연임에 힘을 실어준다. 이 품목은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는 최근 메디톡스와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 앨러간과 합의계약을 맺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의로 미국과 유럽에서 나보타 판매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둘러싸고 지난 2016년부터 원조 갈등을 벌여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고 보고, 지난 2019년 1월 ITC에 공식 제소했다.
ITC는 지난해 12월16일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보고 21개월간 미국 수입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에볼루스·메디톡스·앨러간 3자 합의로 대웅제약은 미국 내 나보타 사업을 즉각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ITC 항소 절차도 중단됐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나보타 관련 소송 비용으로 약 349억원을 지출했는데, 3자 합의로 추가 소송 비용은 발생하지 않게 된 것이다.
즉, 영업이익을 갉어먹던 나보타 소송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적 반등 기회 잡아
나보타의 해외진출 위험 요인이 제거된 만큼, 실적 반등의 기회도 노릴 수 있다. 이 역시 전 대표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나보타는 국내 점유율 확대 덕분에 지난해 504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445억원에서 13.2% 증가한 수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나보타가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무엇보다 대웅제약은 ITC 소송 비용, 알비스 판매금지 조치로 인한 매출 공백 등 비경상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음에도 전무의약품(ETC)과 OTC가 견고한 판매량을 보이면서 ‘1조 클럽’ 수성에 성공했다.
전문의약품(ETC) 부문은 2019년 7107억원에 이어 지난해 70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크레젯·포시가·릭시아나 등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새로 판매하기 시작한 심혈관 치료제 ‘ 코르’ 역시 1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일반의약품(OTC) 부문은 2019년 1118억원에서 올해 11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고함량 비타민B 복합제 ‘임팩타민’이 성장을 견인했다.

R&D 투자 결실의 해
올해 다수의 연구개발(R&D) 성과물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전 대표 입지를 더욱 굳건하게 한다. 그는 지난 2018년 대웅제약 리더로 낙점된 이후 꾸준히 R&D에 투자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3분기까지 R&D 비용으로 1085억원을 지출했다. 앞서 2018년 1212억원, 2019년 1374억원 등 매년 매출의 13% 이상을 신약개발 및 후보물질 발굴에 투자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호이스타정’이 있다. 현재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과 코로나19 예방효과에 대한 3상을 진행 중이다.
또다른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인 ‘니클로사마이드’는 한국을 비롯한 호주, 인도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상반기 중 경증,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 2상 결과를 확보해 하반기부터 국내외에서 순차적으로 조건부허가와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지난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장비 구축지원 대상 과제로 최종 선정돼 1년간 약 19억5000만원을 지원받는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연내 대량생산화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 역시 국내 품목허가를 앞두고 활발한 해외 라이선스아웃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9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올해 상반기 승인이 예상된다.
만약 펙수프라잔이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유한양행 ‘렉라자정(성분명 레이저티닙)’, 셀트리온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에 이은 토종 33호 신약이 된다.
이외에도 당뇨 병치료제 ‘이나보글리플로진’이 국내 최초 신속심사대상의약품으로 지정돼 3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보타의 해외진출 활로가 열리면서 성장 가능성이 커진 점은 전 대표 연임에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치료제를 비롯해 펙수프라잔, 이나보글리플로진 등 R&D 성과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동진 기자 bd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