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 6463건 법안 발의…실적 높지만 부실심사 논란 지적도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국회는 입법으로 말한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정치행위도 입법기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대정부질문이나 국정감사 등에서 예리한 질의를 준비해 '주목받는 정치인' 반열에 합류하는 경우도 성실한 입법활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이다.
21대 국회 2020년은 법안 발의 건수만 놓고 보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5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정기국회와 임시국회를 통해 총 6463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그 중 415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발의 건수만 따지면 의원 한 명당 평균 22건에 달한다. 20대 국회(4258건)와 19대 국회(2716건)과 비교해도 최대 두 배 이상 많다.
특히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공정경제3법(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 경찰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 3법 등 사회개혁법안이 진통 끝에 여야 합의를 거쳐 통과된 것도 나름 의미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지난해 연말 형법 낙태죄 조항이 실효된 이후 후속 입법없이 헌법재판소가 정한 보완 입법 제정 시한(2020년 12월 31일)을 훌쩍 넘긴 점은 아쉽다. 어느 때보다 많은 입법 건수 때문인지 시간에 쫓겨 부실 심사 논란이 잦았다는 지적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지점이다. 또한 내용이 비슷한 법안이 여러 건수 발의되면서 심사시간이 부족해 정작 시급한 현안이 뒤로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무조건 실적에만 집중하면 졸속입법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회적 현안과 관련된 입법활동에 착수했다.
우선 지난 8일 본회의에서는 중대재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과 ▲'정인이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법(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안) 등 14개 법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8일 본회의 이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접수된 법안만 추려봐도 그 수가 적지 않다. 운영위원회 2건·법제사법위원회 18건·정무위원회 14건·기획재정위원회 7건·교육위원회 6건·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10건·외교통일위원회 14건·국방위원회 5건·문화체육관광위원회 4건·행정안전위원회 30건·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8건·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8건·보건복지위원회 42건·환경노동위원회 11건·국토교통위원회 14건·여성가족위원회 7건 등 총 200건이 발의됐다.
이들 법안 각각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주목받고 있는 법안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들도 투표권을 보장받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9일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선상투표 대상 선거를 지방의회 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와 각 선거의 재선거·보권선거 등으로 확대해 공직선거 전반에 선상투표가 실시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토위 소속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임대차 계약갱신 요구 기간만큼 일시적 2주택자에게 양도세 면제 혜택을 주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9일 대표발의했다.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 기간만큼 일시적 2주택자에게 양도세를 면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행법은 1주택을 소유한 1세대가 주택을 양도하기 전 다른 주택을 취특해 2주택이 되면 신규 주택 취득일로부터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양도할 경우 양도세를 면제해준다.
국토위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2일 주거급여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청년 개별가구를 포함하는 등 지급 대상을 2배로 확대하는 '주거급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주거급여 지급 대상 기준을 현행 중위소득 45%에서 60%로 변경하고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취지에 맞춰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청년 개별가구를 주거급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양천 입양가정 학대 사건'으로 아동학대 피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보건복지위 소속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아동복지법' 등 3건의 일부개정법률안을 8일 대표발의했다.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와 학대아동쉼터 지원 등 아동복지증진을 위한 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밖에 ▲차별금지법(장혜영·이상민 의원) ▲공소청 설치법(김용민 의원) ▲국가보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이규민 의원)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우원식 의원)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윤호중 의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황운하 의원)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양이원영 의원) ▲소상공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최승재 의원) ▲종합부동산세 일부개정법률안(태영호 의원) 등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올해 탄소중립사회를 대비하는 산업·경제·환경 관련 법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민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건복지·국토교통·금융 분야 관련 법안 발의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근 이른바 '가짜뉴스방지법' 입법을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관련 허위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파되거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민간요법·치료약들이 확산됐다는 이유다. 이에 민주당은 윤영찬 의원(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김영호 의원(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발의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