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취업시장 성격 차이 간파해야
고의적인 미취업자 발생 할수도 있어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보험학계가 국내 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학위보험 도입을 제안했다. 업계는 같은 모형의 상품을 국내 도입시 보험금 지급을 이유로, 고의적인 미취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연구원은 18일 공개한 리포트에서 미국의 신생 보험사 ‘디그리 인슈런스’(Degree Insurance)의 학위보험 ‘아메리칸 드림 보험’을 소개했다.
학위보험이란 각 대학에서 학생 명의로 상품을 가입하면, 졸업 후 취업할 때까지 최대 5년간 '취업활동 보조금' 형태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대학 또는 각 지자체 등에서 학부 신입생 명의로 1000~4000달러(약 110~441만원) 수준의 보험료를 지원하면 졸업 후 5년간 학교 및 전공을 고려해 책정한 연평균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보험사에서 보장하는 소득보다 적은 소득을 얻은 경우에는 차액을 지급하고 실업 상태일 경우에는 전액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 전공자는 최대 6만 달러, 엔지니어링 전공자는 5만1000 달러(약 5631만원), 비즈니스 전공자는 4만8000 달러(약 5300만원) 규모의 보험금을 최대 5년까지 지급한다. 단 졸업 후, 해외 취업, 지분 1% 이상의 스타트업 취업 등의 경우에는 보장하지 않는다.
대학원 진학, 군 복무, 선교 봉사, 자원봉사 등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보험기간이 일시 중지된다. 학위보험은 현재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만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상태로, 올해 동안 더 많은 주에서 승인을 받기 위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혜정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졸업 후 일정기간 동안 안정된 소득을 보장하여 대학교육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일 것으로 기대되며, 입학 후 6년 이내에 졸업해야 보장대상이 되기 때문에 졸업을 장려하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이로 대학 진학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각 대학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각 대학의 신입생 충원 미달 우려는 현실이 됐다. 18일 교육부의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지난해 각 대학의 신입학 경쟁률을 보면, ▲칼빈대학교 2.9 ▲서울장신대학교 경쟁률 2.7 ▲대신대학교 2.1 ▲영남신학대학교 2 ▲한국국제대학교 1.9 ▲부산장신대학교 1.8 ▲광신대학교 1.6 ▲경주대학교 1.6 ▲호남신학대학교 1.5 ▲한국침례신학대학교 1.4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1.4 ▲금강대학교 1.3 ▲제주국제대학교 1.2 ▲대전신학대학교 1.1 ▲목포가톨릭대학교 1 ▲수원가톨릭대교 0.5 ▲대전가톨릭대학교 0.4 ▲정석대학 0.3 ▲중앙승가대학교 0.3 ▲영산선학대학교 0.1등을 기록했다.
우선 경기도권의 한 대학교 재학생은 ‘학위보험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대학을 재학 중인 대학생 A씨는 “지금은 어떤 전공이든지 취업이 어려운 게 현실인데 학교에서 지원해준 보험으로 졸업 후 취업을 할 때 까지 보험금이 제공된다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의 입장에서 대학교 진학은 미래의 기대소득을 높이기 위함인데, 실제소득은 졸업 시의 거시경제 여건 및 취업시장 상황에 좌우되므로 졸업 후의 기대소득과 실제소득 간에 격차가 발생할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혜정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학자금 부채는 즉각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학위 취득으로 인한 보상은 졸업 및 취업 후에 발생하므로 대학 진학을 결정할 시기에는 졸업 후 고임금 직종 취업과 높은 기대소득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가 어렵다”며 “특히 코로나19로 대학이 캠퍼스를 폐쇄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함에 따라 학생들이 교육 투자비용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 측은 재정부담을 강조했다. 경기도 안양의 한 대학교 입학팀 관계자는 “학위보험이 이상적이지만 재정부담은 현실”이라며 “학생 명의의 보험료를 지원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등록금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보험 보장 기간이 끝날 때까지 고의적으로 취업을 피하는 등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학위보험을 이유로 졸업생이 5년간 열심히 취업에 임하지 않을거 같고 오히려 실업률은 낮은데 실제 취업한 사람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나라에서 하는 고용보험도 모럴 헤저드 문제가 큰데 민간 보험사에서 이런 상품을 출시한다면 손해율 등의 통제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국내 취업시장의 근본적인 성격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한 B씨는 “기본적인 취지는 좋지만 미국은 취업시장 자체가 워낙에 거대한 것에 비해 한국은 너무나 협소하고 아직까지 수도권 주요 대학 출신을 많이 우대해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유학파 출신도 많이 유입되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속에 저런 보험상품으로 현 사태를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취업시장에선 단순한 대학교 졸업장 이상의 대외활동, 영어점수, 인턴경력, 각종 자격증 등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조건의 대학과 전공 출신이더라도 취업 상황이 상이하다.
B씨는 이어 “이 보험은 6년 이내에 졸업해야 보장대상이 되는데 이는 대학 입장에선 졸업을 장려하는 효과는 낼 수 있지만, 졸업생이 취업난을 파훼할 직접적인 이유는 되지 못할 것 같다”며 “오히려 더 많은 경쟁자와 공백기 속에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조성진 기자 seongjin.cho@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