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세훈 기자] 최근 정부의 견고하던 ‘탈원전’ 기조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00% 감축한다는 계획아래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가 수소경제와 저탄소 산업 생태계 육성 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기반이 부족한 탓에 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발전소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환산해서는 안 된다고 줄 곧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8일 신한울원자력 3·4호기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 신청서를 냈다. 이는 정부에 공식적으로 공사계획인가를 받을 수 있는 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이다. 연장 요청 기간은 오는 2023년 말까지다.
이처럼 한수원이 연장시청을 한 이유는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한 지 4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하면 발전사업 허가 취소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 기한이 내달 27일까지다. 당장 발전사업 허가가 취소되면 향후 2년간 신재생발전 등 다른 신규 발전 사업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일단 분위기는 정부가 한수원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에 힘이 실린다. 현 정부에서 기간 연장으로 급한 불은 끄고 차기 정부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무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탈원전 정책의 핵심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그리고 신규원전 건설금지 등이다. 하지만 월성1호기는 조기폐쇄가 확정됐지만 감사원 감사와 산업부의 자료파기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역풍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와 원전 지역 주민들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허가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여기에 더해 신한울 3·4호기 인허가 문제에 견고하던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 변화는 ‘탄소중립’ 선언에 기인한다. 2050년까지 탄소 총량 제로(0)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에는 화석연료를 대신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주요 공급원으로 전환하고 신산업 분야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탄소에 기반한 경제구조도 바뀌어야 하기에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이런 이유로 원자력업계는 탄소배출이 없는 원전이 새로운 대안이라며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선 긋기에 나섰다. 앞서 산업부는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측면에서 친환경적인 것은 맞지만 사용후 핵연료 문제 등이 존재해 근본적 대안이라고 보기라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탄소중립 실현에 원전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사용후 핵연료, 안전성, 주민수용성 등의 문제가 존재해 근본적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역시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 원전 중대사고 시 감당할 수 없는 피해와 노후원전 폐로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등 원전은 청정에너지로 규정될 수 없다” 며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가 일단 기간 연장으로 ‘발등의 불’은 끄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는 차기 정부에 공을 넘김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덜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산업부가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2년 더 연장해도 한수원이 곧바로 신한울 3·4호기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 허가와 환경부의 환경평가 등을 거쳐 산업부의 공사계획 인가를 받아야 한다.
양세훈 기자 twonew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