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료자문제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 '업계 최상위권'
'보험금 지금 거절수단 악용해 실적 올렸나' 비난 목소리도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경영 정상화라는 중책을 맡고 지난 3월 한화손해보험 수장에 오른 강성수 사장이 비용 절감과 손해율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며 전년 대비 500% 수준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재무통'이라는 면모를 제대로 발휘하며 당면 과제인 '실적 개선'은 이뤄냈지만, 소비자 보호 관련 지표는 여전히 업계 최위권으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실적과 고객 신뢰에 엇박자를 내면서 실적 개선에 급급한 나머지 고객을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155억원) 대비 487% 증가한 911억원이다.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2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억)보다 약 15배 급증했다.
말 그대로 수장 교체 효과를 톡톡히 본 한화손해보험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69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2013년 이후 6년 만에 적자전환했고, 2019년 경영실태평가 결과 수익성 등 지표가 기준에 미달돼 금융감독원 경영관리대상에도 포함됐다.
이에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3월 '재무통'으로 꼽히는 강성수 당시 사업총괄 부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고, 비용 절감과 손해율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강 사장은 비용절감을 위해 취임 다음달인 4월에 임원들과 함께 급여 10%를 반납했고, 5월에는 150명 수준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통한 장기보험의 출혈경쟁을 지양하면서 사업비율도 안정화됐다. 한화손해보험의 3분기 사업비율은 22.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포인트 감소했다.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비율이 낮을수록 사업비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던 손해율 역시 개선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작년 동기보다 4.0%포인트 낮은 89.9%를, 장기보험 손해율은 0.7%포인트 개선된 101.8%를 기록했다. 재정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해 말보다 73.9%포인트 상승한 254.9%로 끌어올렸다.
한화손해보험은 실적 개선에 대해 한 두 가지 요인이 아닌 복합적으로 긍정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으며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매출 경쟁 자제를 통한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과 가치중심의 영업전략이 효과를 봤고, 자동차 손해율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개선되는 등 다양한 긍정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화손해보험은 단기간에 실적 반등에 성공했으나 소비자 경영 관련 수치는 여전히 업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소비자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과 관련 소비자에게 제기한 소송 건수가 동종업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물론 보험금 지급지연율, 의료자문 실시율,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부지급률 모두 업계 최상위권이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이 올해 3분기까지 소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건수는 22건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 소비자를 상대로 진행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 21건에 이른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소비자가 보험사고 발생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하고 소비자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판결을 구하는 것이다. 최근 일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화손해보험의 보험금 지급 현황은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보험금지급지연율은 4.14%로 업계 1위 멍에를 썼다.
아울러 '채무부존재확인 소송'과 함께 보험금 지급 거절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의료자문제도'를 통한 보험금 지급 현황 역시 최하위권이다.
상반기 기준 한화손해보험의 의료자문실시율(0.1%),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165건)는 업계 1위다.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8.65%)은 업계 2위지만, 보험청구 100만건 이상인 보험사 기준으로는 1위다. 보험금부지급률 1.59%로 역시 보험청구 10만건 이상 보험사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한화손해보험의 보험금 지급에 인색한 수치를 두고 일부에서는 실적 개선이 소비자의 믿음과 신뢰를 저버리고 이뤄낸 결과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의 전략 목표를 '고객가치 증대'에 두고 있다"는 강 사장의 포부가 무색한 현실이다.
강 사장은 취임 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화손해보험은 기업의 전략 목표를 ‘고객가치 증대’에 두고 고객에게 믿음과 신뢰를 드리는 투명한 기업로서 고객님과 지속 가능한 내일을 만들어 가기 위해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금 부지급과 관련해 "해당 부서에 확인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못했다.
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금 부지급률은 겉으로 보기에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당연히 지급해야 할 것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약관상 보험사기 등 면책, 실효 사유가 있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