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회사 Vs 노조, 전속판매채널 분리두고 갈등‥노조 파업 예고
노조 "파업 참여 시 '원거리 발령', '보직해임' 협박 이어져"
블라인드에 '한화생명 이렇게 임직원 사찰합니다 ㅜㅜ' 글 올라와
29일 한화생명 노동조합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직원 사찰을 통해 파업 참여 시 불이익을 공식화하며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한화생명, 한화생명 노동조합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한화생명이 직원 사찰로 노조탄압 시도를 진행한 정황이 <한스경제> 취재로 드러났다. 

보험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제판분리)에 반발한 노조가 파업을 계획하자, 사측 우호 직원과 친노조 직원을 파악하고 파업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부서장은 직원에게 파업 참여시 불이익을 공식화하고 있다.

29일 한화생명 노조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부서장을 통해 오는 31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계획된 파업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원거리 발령, 보직해임 등 불이익이 내려질 것이라고 통보하고 있다. 

전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화그룹(한화생명)이렇게 임직원 사찰합니다 ㅜㅜ'이라는 제목으로 "한화생명이 사측 우호 직원 명단을 기록하고, 친노조 직원들을 파악해 불이익을 준다"며 "2020년에 이런 대기업이 있다는 게 이런 회사를 다닌다는 게 부끄럽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노조가 공개한 '직원사찰 의혹 자료'를 보면 ▲직원 성명 ▲사원번호 ▲직급 ▲노조여부 ▲파업이 예정된 이달 31일과 내년 1월4일 휴가·신 근무여부 등이 나눠져 있다. 또한 지점별 우호 FP(전속설계사) 명단이 담긴 '우호 FP 확보 현황'과 '우호 내근 확보 현황' 등 우호 직원을 파악하고 있는 파일도 존재한다. 

노조 관계자는 "친노조 직원 탄압에 대한 제보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면서 "사측우호·친노조 직원을 파악하고 있으며 파업에 참여하는 친노조 직원에 대해서는 각 부서장을 통해 '원거리 발령', '보직해임' 등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측에서 협박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노조를 탄압하는 것으로, 회사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생명 '쟁의행위 실시에 대한 회사의 입장 및 근태 관리 지침 안내문',  '근무기강 확립 및 코로나 19 확산 대응을 위한 실천사항'. /한화생명 노동조합 제공

이날 한화생명은 '쟁의행위 실시에 대한 회사의 입장 및 근태 관리 지침 안내'라는 시행문을 배포했다. 

회사는 '한화생명보험노동조합이 회사에 쟁의행위 실시를 통보한 바, 이에 회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안내드리오니, 회사의 지침을 위한하여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했다. 

시행문 강조사항에는 ▲근태관리 지침 위반 행위 발생 시 행위자 및 관리자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라 조치할 예정 ▲쟁의행위 참여 목적으로 집단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경우 정당한 휴가둰 행사가 아니므로, 회사는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22일에는 근무기강 확립 및 코로나 19 확산 대응을 위한 '실천사항'으로 ▲불법행위를 통한 회사 이미지 실추 및 질서 문란 행위 근절 ▲임직원 근태 및 신상 관련 보고체계 준수를 강조했다. 

불법적인 직원 선동 및 집단 행동 주도 금지, 개인 SNS 및 메신저를 통한 회사 질서를 혼란케하는 행위 및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의 유포(배포) 또는 게시 금지, 임직원 신상광련 비상상황 발생시 보고절차에 따라 신속히 보고할 것 그리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근무자 업무외 목적의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할 것을 명시했다. 

노조는 "직원의 파업 참여 못하게 하려는 압박 공문"이라며 연차휴가에 관하여는 시기변경권 내용이 부적절 하므로, 항의공문 발송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시기변경권 관련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제60조 제5항 단서)'고 되어 있고, 회사 규정은 '사업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라고 해서 근로기준법 보다 완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사규로서 효력이 문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지장이 없는 한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신청한 날을 보장해 주는 것이 원칙이다"며 "참고로, 집단적인 연차휴가 사용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쟁의행위로 인정되고 있고 이에 조합원 개인의 연차사용을 규제하지 못하도록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파업에 따른 업무 차질 예상 차원에서의 조사였을 뿐 사찰은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파업이 예고된 날은 월말 업적·유지수금 마감일이 겹쳐 있어 인력 공급이 차질이 예상돼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태 관리 차원의 조사였다"라며 "조사 과정에서 '우호 내근' 등의 표현은 실수로 잘못 나갔으며 사찰 목적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제시한 사측우호·친노조 직원 명단 파일. /한화생명 노동조합 제공

최근 한화생명과 노조는 전속판매채널 분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영업 전문성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속 FP 채널을 판매자회사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신설 판매전문회사 설립으로 규모의 경제 시현을 통한 수익 안정화로 기업가치 증대 및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판매전문회사 설립 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여승주 사장은 “시장을 선점하고 확장하는 1등 전략을 추구하는 회사에 인력축소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인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관련법을 준수키 위해 직원들과의 소통이 다소 미흡했던 건 사실이나, 이사회에서 의결된 만큼 임직원과 노동조합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가진 최대 경쟁력인 전속채널을 고도화하고, 강화하기는커녕 GA형 자회사로 전환하려는 계획은 패착"이라며 "이렇게 되면, FP조직의 대리점 유출로 자회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머지않아 한화생명도 빅테크가 장악하는 보험 판매 플랫폼 납품업자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물적 분할을 회사의 자유라고 주장한다면, 1400명에 이르는 영업조직 조합원들은 분할되어 다른 회사가 된 GA형 자회사로의 강요된 전직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며 "단체협약을 무시하는 물적분할은 근본적으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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