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코로나 팬데믹에 국내 산업계 휘청…비교적 선방
2) '뒷심' 발휘한 한국 경제, 팬데믹 속에서도 성장가도
3) 잡히지 않는 집값에 '무한 대책' 반복한 부동산 정책
2020년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혼란 속에서도 성장을 위한 사투로 요약되는 해였다. 글로벌 팬데믹 가운데서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인 -1%대 성장률을 보이면서 경제봉쇄 없이 피해를 최소화한 국가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렇지만 산업별 희비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K-바이오'로 불리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크게 도약하고 전기전자, 통신업, 건설업이 성장한 반면 운수장비, 화학, 철강금속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0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3회에 걸쳐 올 한해 한국 경제를 되짚어 본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팬데믹(글로벌 대유행)으로 까지 번지자 국내 산업계는 빠른 대응에 나서며 비교적 선방했지만,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코로나19에 의해 비대면(언택트)이 일상으로 자리잡으며 전자·IT 업계는 수혜를 봤고, 진단키트와 백신 개발 등 바이오 업종도 호황기를 맞았다. 반면 전통적인 제조산업은 락다운(봉쇄령)과 항공기 운항 중단 등으로 생산과 수출길이 막히면서 피해를 봤다.
27일 경제계에 따르면 국내 수출 산업의 중심축인 반도체는 상반기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해 부진이 예상됐다. 그러나 감염 예방을 위한 비대면 시대가 시작되면서 기업이나 개인의 재택근무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PC·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반등에 나섰다.
반도체는 ‘상고하저’라는 업계의 시기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들어서도 PC와 모바일 D램이 가격 선방에 나서며 코로나19에도 국내 산업계를 이끌었다.
반도체 호황에 따라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양호한 실적을 거둔 데 이어 3분기에는 12조3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이는 반도체 슈퍼 호황기로 불린 2018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6조9469억원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76% 증가했다.
반도체 산업의 또 다른 축인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1조299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175%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4조46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4%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취약했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강화를 위해 약 10조3100억원에 인텔의 SSD 사업부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의 호실적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외에도 모바일·가전 등이 뒷받침해주고 있어서다. 글로벌 비대면 수요 증가로 반도체가 호황을 누렸고 올해 상반기에 해외 주요국들의 셧다운 조치로 주춤했던 가전·스마트폰 부문이 펜트업(pent-up·억눌린) 수요로 살아나면서 반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생활가전과 TV가 주력인 LG전자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LG전자의 3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치인 각각 16조9196억원, 95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밑돌았지만 올 들어 3분기만에 전년 실적을 훌쩍 넘어섰다.
비대면 산업 특수로 실적 반등에 나선 곳은 더 있다. 국내 양대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비대면 쇼핑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3분기에 기록적인 호실적을 냈다.
네이버의 경우 일본 자회사 라인을 포함한 3분기 매출이 2조598억원을 기록해 사상 첫 분기 2조 매출을 달성했고, 카카오 역시 분기 매출 1조1004억원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K-방역’ 앞장서며 기록적인 성장
올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정확한 진단법이나 치료제 및 백신이 없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발 빠르게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전세계 방역당국에 공급하면서 K-방역이란 신드롬을 일으켰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액은 지난 11월까지 22억7000만 달러(2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최대 수출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298.1% 증가한 수치다.
또한 코로나19가 아직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어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국내 코로나19 진단제품은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17개사 21개 제품이 등록돼 있어 당분간 수출 기여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실적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분자진단 대표 기업인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 호조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269억원, 영업이익 2099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41%, 영업이익은 967%가 증가한 수치다. 연간 매출도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업공개(IPO)도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를 지난 5월 미국에서 출시한 SK바이오팜은 7월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323대 1로, 청약금액만 약 31조원을 기록하며 공모주 청약 역대 기록을 경신했고, 지난 23일 기준 17만1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공모가(4만9000원) 대비 3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락다운 등 악재와 경기 침체에 자동차·항공 등 업계는 실적부진
전자·바이오 분야와 다르게 자동차·항공·철강·정유 업종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락다운으로 이동이 제한되며 위기를 맞았다.
반도체와 더불어 대표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올해 11월까지 수출이 14.0% 감소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 내 자동차 판매가 위축됐고, 확진자 발생에 따른 국내공장의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기 19.3% 감소한 260만5000대를 판매했다. 기아차 역시 186만4000대를 판매해 같은 기간 10.3%나 줄었다. 이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현대차의 경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조1403억원으로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현대차와 기아차는 신차를 앞세워 내수로 버텨냈지만, 쌍용차는 15분기 연속 적자와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하면서 11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항공업계는 여객 수요 급감으로 올해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은 여객기 좌석을 제거해 화물기로 전환하는 등 화물 사업 확대를 통해 3분기까지 누적 91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선방했다.
정유업계는 수요절벽을 비롯해 국제유가 폭락, 정제마진 약세 등 겹악재로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의 상반기 누적 적자만 5조1000억원에 달한다.
하반기 들어 다소 업황이 개선되곤 있지만, 정제시설 가동률이 1월 83.78%에서 10월 71.60%까지 떨어진 만큼 연내 실적 부진을 반등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국내외 철강 수요 급감과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었다. 이에 철강업계 선두주자인 포스코는 지난 2분기(별도 기준)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85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3분기 들어 곧바로 흑자전환 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다행인 점은 최근 중국이 경제 회복에 나서며 철강 제품을 대거 수입하고 있어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다. 또 포스코를 비롯해 철강업체 들은 태양광 에너지, 수소생산 등 친환경산업 중심으로 판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산업구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변종이 발생하는 등의 변수가 많고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고 있지만 전 세계 인구에게 보급되는데 필요한 시간 등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김창권 기자 kimck@sporbiz.co.kr
관련기사
- [이슈분석] 아시아나에서 쌍용차까지…산업은행 구조조정 행보에 시선 집중
- 코로나 이긴 건설경기...3Q 계약액 58.1조… 전년 동기比 24%↑
- [2020 결산②] ‘뒷심’ 발휘한 한국 경제, 팬데믹 속에서도 성장가도
- [이슈분석] 저비용항공사의 고군분투, 내년 기사회생 할까
- [2020 결산③] 잡히지 않는 집값에 '무한 대책' 반복한 부동산 정책
- LG 구광모 회장의 2021 품질 경영…혁신제품 완성도에 방점
- 현대기아차·제네시스 9개 제품, 美 굿디자인 어워드 수상
- [신년사] 성윤모 산업부 장관 "내년 수출 확실히 플러스로 전환"
- 제네시스 G80, 2020 국토부 자동차안전평가 우수차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