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명 지사 '탈석탄 금고 선언' 불구, 평가지표 미반영
농협, 22년째 경기도 금고 '독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천명한 '탈석탄 금고 선언'에도 경기도 금고 선정 평가기준에 '탈석탄 지표'가 반영되지 않은 가운데 농협은행의 재선정이 유력시 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향후 4년간 132조원이 넘는 경기도 예산의 금고역할을 할 시중은행으로 농협은행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범정부차원에서 '탈(脫)석탄'을 추진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도 금고 선정기준에 이를 반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가 2021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4년간 경기도 금고 업무를 취급할 금융기관을 지정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경기도 금고 지정 계획 공고'를 발표한 가운데, 이재명 지사의 '탈석탄 금고 선언'이 이번 금고선정 평가항목에 반영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1999년 이후 22년째 경기도 금고를 책임지는 농협을 밀어주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특히 경기도 금고 업무를 취급할 금융기관 선정을 앞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천명한 '탈(脫)석탄 금고'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이런 의혹이 커지고 있다. 

농협이 석탄 사업에 적지 않은 금액의 투자를 진행했을 뿐 아니라 '탈석탄'의 천명한 문재인 정부 기조는 물론 이 지사의 '탈석탄 금고 선언'과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국내‧외 석탄금융 현황 및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행을 포함한 농협금융지주는 2008년 이후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회사채 인수, 민자 석탄화력 사업에 대한 대출, 석탄열병합발전소에 대한 대출과 회사채 인수 등으로 총 4조2616억원의 금융을 제공했다.

국민연금공단,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조사대상 9개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민자 석탄 대출에는 농협생명이,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대출에는 농협은행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경기도 내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스경제'에 "경기도와 농협의 암묵적인 커넥션이 분명히 작용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농협금융지주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해당 자료의 4조2000억원은 2008년 이후 누계 금액으로 은행 및 증권 등 농협금융 계열사 및 농협중앙회까지 포함된 수치다. 또한, 2016년 이전 우리투자증권에서 인수한 회사채도 모두 포함됐다. NH투자증권의 회사채 재매각 등으로 등을 통해 현재 정리되고 남은 금액은 2조5000억원 수준이다. 

농혐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사채 인수 후 재매각은 증권사 본연의 업무로 석탄발전 관련회사에 대한 투자로 보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면서 "농협은행만 놓고 보았을 때 타 시중은행 대비 농협은행의 취급액이 가장 적다"고 말했다. 

공염불에 그친 이재명 '탈석탄 금고'에 도 의원·환경단체 반발

이재명 지사는 지난 9월 탈석탄 국제동맹에 가입한 데 이어 충청남도가 개최한 '2020 탈석탄 기후위기 대응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탈석탄 금고 선언’에 동참했다. 

'탈석탄 금고 선언'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금융기관이 기후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대량 발생시키는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지양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각 기관의 금고지정 시에 탈석탄 및 재생에너지 투자 항목을 평가지표에 반영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재명 지사의 '탈석탄 금고'는 '공염불'에 그친 모양새다. 경기도가 지난달 공개한 '경기도 금고 지정 계획 공고'의 평가 기준에 탈석탄에 대한 평가 지표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명(가운데) 경기도지사가 9월 1일 경기도청 신관 2층 상황실에서 진행된 탈석탄 동맹 가입 선언식에서 마이클 대나허 캐나다 대사, 사이먼 스미스 영국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에 원미정 경기도의회 의원은 지난 3일 열린 본회의에서 “탈석탄 선언 이후 구체적 이행 계획인 금고 선정지표를 개정하는 노력도 없이 공고문을 당겨서 공고하고 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탈석탄 지표를 배점에 반영하지 않고 향후 4년간 도 재정을 운용할 금고를 지정한다는 것은 경기도가 실제 탈석탄 정책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탈석탄 금고 선언' 약속 불이행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탈석탄 금고 선언’ 약속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공고를 접하면서 선언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며 "이재명 도지사의 선언 이후에도 어떠한 후속 조치도 준비하지 않았으며, 이를 이행할 의지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 "5월에 조례 개정 완료…농협 밀어주기 아냐"

경기도 측은 지난 5월에 금고지정에 대한 조례 개정을 이미 마쳤고, 이후 평가항목 변경 및 추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 금고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경기도청 세정과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지정 기준은 지방회계법에 따라 행정안전부 내규에서 규정한다"며 "행안부에서 금고지정에 대한 예규, 지침, 평가기준 등은 5월에 이미 조례 개정을 마쳐 공포됐고, 은행은 이에 맞춰 경쟁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 4개월 뒤인 9월에 탈석탄 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해당 지표를 반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금고 선정에 탈석탄 평가 지표 반영은 되지 않았으나, 금고에 선정된 은행에 향후 탈석탄 정책에 동참할 수 있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은 22년째 경기도 1금고를 독점하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던 1999년부터 입찰 경쟁이 도입된 2007년 이후 4차례 연속 1금고 은행으로 선정됐다.

탈석탄 지표가 평가 기준에서 제외되면서 차기 4년간 도 금고 역시 농협은행이 맡을 것이 확실히 되고 있다. 

경기도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살펴보면 평가 배점은 총 100점으로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25점) ▲도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수준(21점) ▲도민이용 편의 및 중소기업 지원(24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3점) ▲지역사회 기여 및 도와의 협력사업(7점) 등으로 이뤄졌다. 

도 관계자에 따르면 농협이 경기도 금고 운영을 장기 독점하는 배경에는 '도민이용 편의 및 중소기업 지원' 부문에서 태생적으로 타 은행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김광수(맨 오른쪽) 농협금융 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농협금융 본사에서 열린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및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이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제공

해당 부문의 세부 배점 상황을 보면 ▲관내지점의 수 및 지역주민이용 편리성(7점) ▲지방세입금 수납처리 실적(5점) ▲지방세입금 납부편의 추진실적 및 증진방안(7점) 등이다. 

특별시·광역시와 달리 도 단위 지차체에서는 시, 군, 읍, 면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행정구역까지 지점을 보유한 곳은 농협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농협이 군 단위까지 지점을 가지고 있어 도민 편의 측면에서 타 은행에 월등히 앞서고 있다"면서 "금고 선정은 행안부의 조례에 맞춰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된다"며 농협 특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농협은행 "평가 맞춤 시스템 잘 갖춰"

농협은행은 경기도 금고 선정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석탄사업 지원 규모는 지주 기준이며 은행으로 한정지으면 액수가 크지 않고, 최근 석탄관련 신규투자 없이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석탄사업 지원은 지주 차원에서 금액이 높을 뿐이며, 은행에서는 초치근 신규로 지원하는 것은 전무하다"면서 "경기도 금고 운영은 과거 수의계약 때부터 맡아와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할뿐더러 평가 기준에 맞춰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협금융 지주는 금융지주 최초로 환경부와 MOU를 체결해 탈석탄을 넘어 탄소중립 및 녹색금융 추진에 박차하고 있다"면서 "금융지주 주관으로 올해내 탈석탄과 2050 탄소중립을 아우르는 금융투자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기초자치단체인 시, 군, 구청에 지점 또는 출장소가 독보적으로 많은 농협의 1금고 선정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면서도 탈석탄 지표가 평가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농협은 은행뿐 아니라 조합까지 전국구에서 거래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서울과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점수가 많은 농협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1금고(일반회계)에서 농협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떄문에 경쟁입찰 방식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탈석탄 관련 지표가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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