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60대 고령운전자 사고율↑…보험가입율은↓
보험사, 가입 연령·보장범위 확대한 상품 속속 출시
"고령운전자 손해율에 끼치는 영향 미미"
60대 이상 고령층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운전자보험 가입율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가입 연령과 보장범위를 확대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60대 이상 고령층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운전자보험 보장 범위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과 도로교통법의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운전자보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사고율이 높은 고령층 운전자 유입이 손해율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오히려 상품 수요 확대에 발맞춰 연령·보장범위를 확대해 폭넓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3일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65세이상 고령자의 교통사고가 2015년 3만6053건에서  2019년 4만645건으로 증가했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가해자인 교통사고도 ▲2015년 2만3063건 ▲2016년 2만4429건 ▲2017년 2만6713건 ▲2018년 3만12건 ▲2019년 3만3239건으로 최근 4년 동안 44% 늘어났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 고령자의 비율은 10.2%이며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사망사고 비율은 22.9%다. 부상자 수는 2014년 2만9420명에서 2018년 4만3469명으로 4년 사이에 무려 48%나 증가했다.

고령운전자의 사고·부상자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는 어린이 교통안전 및 처벌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운전자보험의 가입 연령, 보장 금액 등의 보상범위는 더욱 확대하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 "민식이법 시행 이후 운전자보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면서 "보험사는 개정되는 법률에 맞춰 보장 내용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에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의 '안전운전파트너 플러스'는 기존 70세까지 제한하던 가입 연령 기준을 80세로 높였다. 고령 운전자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신체 기능과 순간 대처 능력이 떨어져 짧은 순간에도 대형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고령자에게 운전자보험의 도움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현대해상 '하이카 운전자보험'은 자동차사고처리지원금 보장을 1억원까지, 자동차사고변호사선임비용은 2000만원, 스쿨존 자동차사고 벌금의 경우 3000만원까지 한도를 확대해 국내 법률환경 변화에 맞춘 보장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대 8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출시 이후 12영업일 만에 판매 10판건을 돌파한 KB손배보험의 'KB운전자보험과 안전하게 사는 이야기'는 벌금 보장 금액을 3000만원으로 확대한 것은 물론 업계 운전자보험 가운데 유일하게 페이백 기능을 탑재했으며 가입은 80세까지 가능하다.  

MG손해보험의 '하이패스 운전자상해보험'은 교통사고는 물론 일상생활 사고까지 보장해준다. 가입 연령 역시 80세까지로 전 연령층이 가입할 수 있다. 

사고율이 높은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도 확대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보험료는 기존 상품 수준이다. 일각에서 고령층 운전자 유입으로 보험사 손해율이 떨어지고 이는 곧 보험료 인상 등 다른 통로로 소비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운전자보험 신규 가입자 연령대별 비중. /보험연구원제공

업계는 고령 운전자가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한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가입 연령을 높여도 기존 손해율의 대세를 거스르지는 않는다"며 "고령운전자의 사고율이 비교적 높긴하지만 전체적으로 중과실 사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고령층으로 인해 손해율이 올라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보험사 관계자 역시 "최근 가입 연령을 확대한 상품도 있지만, 기존 상품 가입 연령층 역시 높은 수준이었다"며 "최근 민식이법으로 스쿨존 벌금이 많이 늘어나면서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됐고, 보험 가입건수 역시 늘어났지만, 가입 연령층과 손해율의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입 가능 연령이라 해도 건강관련 담보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상품은 가입할 수 있지만, 보상 혜택은 누릴 수 없을 수 없기 때문에 상품 가입전에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사가 가입 연령과 보장범위를 확대한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고령층 운전자의 보험가입 현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운전자보험 가입자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보험 신규 가입자의 연령대별 비중은 2018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30대와 40대는 각각 2.6%포인트, 3.1%포인트 상승했으나  60대 이상에서는 7.7%포인트 하락했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수요 확대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고령층의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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