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술수출·만성질환·백신 호조
신약개발을 하고 있는 연구원들.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내 상위 제약기업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 기간 업체들의 명암을 가른 것은 기술수출과 만성질환, 백신 등이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액은 4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143.1%) 늘었다. 

유한양행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까닭은 ‘베링거인겔하임’과 ‘얀센’ 등에 기술수출한 2건이 개발 진척을 나타내면서 관련 수익(169억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 후보물질 ‘YH25724’를 총 8억7000만달러(약 1조53억원)에 기술수출했고, 전임상 시험과 관련한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으로 약 130억원을 수령했다.

이와 함께 벨기에 얀센과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로부터 각각 약 15억원, 17억원을 받았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11월 얀센과 3세대 EGFR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했다. 당시 총 계약규모는 12억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했고,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명목으로 5000만달러(약 600억원)였다. 이후 얀센이 자체 개발 중인 이중항암항체 JNJ-61186372와 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 관련 1/2상 임상을 시작하면서 지난 4월 3500만달러(약 430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한 바 있다.

고무적인 점은 4분기 추가 마일스톤 유입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최근 얀센이 레이저티닙과 이중항체 항암제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관련 글로벌 임상 3상의 피험자 모집을 시작해서다. 기술료 규모는 아직 알려지진 않았지만, 앞서 수령한 1/2상보다보 훨씬 높은 금액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밖에 전문의약품(ETC) 부문과 일반의약품(OTC) 부분의 매출은 각각 8.5%, 17.1% 성장했다.

 

한미약품, 사노피 공동 R&D 비용 털어…불확실성 해소

기술수출 계약 해지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한 곳도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가 지난 5월 당뇨병 치료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반환 의사를 통보하고, 지난 9월 이를 확정해 공동 연구개발(R&D) 비용 496억원이 추가 반영됐다. 이에 3분기 323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 전년 동기 249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기술수출할 당시 R&D 비용을 분담하기로 하고, 매 분기 60억원씩 지출해왔다. 다만 남은 공동 R&D 분담금을 이번 분기 일시 반영한 만큼 향후 발생할 불확실성은 해소된 셈이다.

높은 R&D 비용도 영업손실 발생에 한몫했다. 3분기 R&D 투자액은 8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3%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액(2669억원, 전년比 0.5% 증가)의 31.6%를 차지하는 규모다.

눈에 띄는 대목은 외래처방이 늘고 있다는 것.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집계 결과 한미약품의 올 3분기 누계 외래 처방실적은 4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한 국내 제약 시장에서 가장 높은 처방실적이다.

고지혈증복합제 ‘로수젯’을 비롯해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과 ‘아모잘탄플러스’ ▲항궤양제 ‘에소메졸’ 등 자체 개량·복합신약들이 선전하며 처방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노피 공동 R&D 비용과 북경한미 실적 부진 등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4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대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내년 한미약품의 오라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과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롤론티스’가 미국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며 글로벌 신약 탄생 가능성을 예고했다.

오락솔은 우선심사가 지정됐으며, 단축심사(PUDFA) 일정은 내년 2월23일이다. 롤론티스는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실사 미실시로 지난달 PUDFA 일정이 지연됐지만, 서류 보완이나 생산시설 실사 등에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FDA 허가는 문제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GC녹십자, 백신 성장에 방긋…분기 최대 실적 달성 

GC녹십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독감 등 이른바 트윈데믹 우려에 따른 백신 판매 호조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1% 증가한 507억원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오른 4196억원을 기록했다.

GC녹십자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19로 독감(인플루엔자)백신 사업 매출이 크게 성장해서다. 이 부문의 매출은 1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했다. 

백신뿐 아니라 사업 전 부문이 양호한 실적을 냈다. 혈액제제와 일반제제는 각각 1034억원, 73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소비자헬스케어 사업은 391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31%가량 증가했다.

GC녹십자 측은 “경기 변동성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연된 백신 수출 실적이 더해지면 4분기도 예년 대비 양호한 실적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종근당·보령제약,  3Q 호실적…만성질환·신제품 효과

종근당과 보령제약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제의 성장으로 호실적을 달성했다.

종근당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한 3575억원이고, 영업이익은 무려 139.5% 늘어난 485억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폐렴구균 백신인 ‘프리베나’ 판매량이 1년 새 193억원 늘었고, 골다공증 치료제인 ‘프롤리아’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등 기존 품목들도 성장했다. 여기에 비만치료제 ‘큐시미아’, 바이오시밀러 ‘네스벨’ 등 신제품 매출이 추가됐다.  

보령제약 역시 전년 동기 4.4% 증가한 1454억원의 매출과 8.4% 늘어난 12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카나브 패밀리(카나브 및 복합제 제품군)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6% 증가한 25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4분기부터 가동된 예산 신공장의 영향으로 독감백신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영업이 축소돼 마케팅 비용 등 판관비 감소로 영업이익이 증가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독감백신 판매 호조도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4분기는 영업활동 재개로 일부 업체는 영업이익률이 감소하겠지만, 이에 따른 여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3분기는 여름휴가, 추석연휴 등 영업일수 부족으로 다른 분기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편”이라며 “올해 4분기는 병원을 내방하는 환자 증가로 인한 처방약 매출 회복, 만성질환 환자의 꾸준한 증가세 등을 감안하면 3분기보다는 업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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