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복지부, 군의관 채점위원 지원 요청 철회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국시)이 지난 1일에서 오는 8일로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채점위원을 의대 교수가 아닌 국군의무사령부(사령부) 소속 군의관을 선정하려고 해 논란이다. 게다가 '지원자가 없는 경우 제비뽑기로 선정한다'는 내용의 카카오톡까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따르면 2일 기준 국시를 신청한 의대생은 337명으로 지난달 28일 349명과 비교하면 12명 줄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31일 오후 국시를 기존 1일에서 8일로 일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국가시험 자체는 일단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같은 날 오전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현재로서는 국시 자체는 일단 예정대로 치르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손 반장은 "응시 의사를 명료하게 밝힌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고려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면서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집단적으로 의사를 밝힌 학생들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 의대학장들의 요청과 취소자들이 재응시 의사를 밝히기 않았으면서 정부도 시험 연기를 결정했다. 즉 개별 설득작업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또한 응시생이 대거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국시를 강행할 경우 신규 의사 배출 급감과 역량 미달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시험응시를 취소하나거 신청하는 의대생이 아직 있다"며 "취소한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응시를 독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시를 연기한 또다른 이유는 채점위원 부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는 의사면허 국가고시 실기시험 운영을 위한 채점위원 지원을 지난달 30일 국군의무사령부에 요청했다. 이에 사령부는 다음 날 17시까지 전문의 1명을 선정해 통보할 것을 국군수도병원에 요구했다.

통상적으로 국시 실기시험 채점위원은 의과대학 교수를 추천받아 선정했다. 이를 고려하면 군의관 지원 요청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특히 의대 본과 4학년생이 치르는 실기는 가상의 환자를 진료한 뒤 인체모형을 대상으로 요도에 관을 끼우는 등의 수기(手技)를 평가받는다. 이러한 특수한 시험방식 때문에 해당 과목의 교수급 의료진(지도전문의)이 채점위원이 돼야 한다는 게 의료계 지적이다.

부산시의사회 페이스북 게시물(왼쪽)과 복지부의 채점위원 지원 요구 공문. /부산시의사회, 제보자 제공

◆ 복지부, 시험 이틀전 의무사령부에 군의관 지원 요청…없으면 제비뽑기?

더 큰 문제는 사령부의 채점위원 선정 방식이다. 지원자가 없을 경우 제비뽑기로 선정하려던 정황이 드러나 의료계 안팎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시의사회는 사령부의 '의사국시 채점위원 지원 공문'과 이를 전달하는 관계자의 '카카오톡 내용'을 지난 1일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부산시의사회에 따르면 사령부 관계자는 해당 공문을 전달하면서 "의무사령부에서 의사면허 국가고시 채점위원 지시가 내려왔다"며 "우선적으로 지원자를 받고자 하니 부서원들에게 전파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자가 있으면 진료행정장교에게 알려주고, 지원자가 없는 경우 제비뽑기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의사회는 "정부에선 큰 선심 쓰듯 국시 일주일 연기를 발표했지만, 실상은 의과대 교수들이 채점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군의관에게 채점을 맡기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입니까. 제비뽑기로 채점위원을 뽑는 나라가 제정신인 나라입니까"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한 의대 교수는 "군의관은 대부분 인턴 끝나고 바로, 아니면 레지던트 1년차 마치고 전공의 신분"이라며 "더구나 국시 채점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를 몫인데, 이를 군의관에게 맡기는 게 정상인지 되묻고 싶다"고 분노했다.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파업하면서 교수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며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손이 부족해 교수급이 자리를 비우고 실기시험 채점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의무사령부 "채점관 제비뽑기, 공식 아닌 개인판단"

사령부는 국시 채점위원 지원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비뽑기로 선정하려던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령부 관계자는 "복지부로터 국시 채점위원 지원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이 결정한 이유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또 이 관계자는 "제비뽑기로 채점위원을 선정하려는 계획은 전혀 없었다는 게 사령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해당 내용은 전달자 개인의 의견"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손 반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군의관 채점위원 지원요청은) 의사 국시 일정을 한 주 연기하기 전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진료업무가 가중되고 한편으로 전공의 집단휴진에 따라 채점을 하기로 한 일부 교수가 어렵다고 해 국방부에 지원해 줄 인력을 요청한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시를 일주일 연기하면서 현재는 중단된 상태"라며 "군의관들이 다양한 (채점영역) 부분에서 역할구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돼 당시 그런 역할을 부탁한다는 구상이었다"고 했다.

한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는 국시거부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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