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러설 곳이 없다. 조선업계의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빚은 늘어나는 데 새로 수주도 어렵다. 소위 ‘수주 절벽’이다.
결국 지난달에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지난 27일에는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구체화됐다.
자율협약은 주채권단이, 법정관리는 법원이 지정한 법정관리인이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제도이다. 구조조정 수준으로 보면 가장 약한 것은 자율협약, 가장 센 것은 법정관리다. 둘 사이에는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워크아웃이 있다.
◆ 수치로 드러난 조선사 위기
29일 재벌정보사이트 ‘재벌닷컴’이 발표한 국내 9대 조선사의 부채 조사 결과는 조선업계의 위기를 수치로 표현해줬다.
이에 따르면 작년 기준 매출 1조원을 넘긴 조선사 9개의 부채총액은 총 102조6,242억원에 달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9개 조선사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이다.
이들 조선사들의 부채가 급증한 것은 2013년부터다. 2012년까지 89조1,030억원이었던 이들의 부채는 2013년 97조9,371억원이 됐다. 2014년에는 100조5,388억원으로 결국 100조원을 넘어섰다.
9개 조선사의 부채비율도 총 471.5%에 이르렀다. 2012년 234.2%였던 것이 2013년에 290.3%로 올랐고 2014년에는 360.4%로 대폭 뛰었다.
2015년 기준 가장 부채가 많은 곳은 현대중공업으로 34조2,339억원이었다. 전년(36조7,458억원)보다는 다소 줄었다. 부채비율은 220.9%였다.
그 다음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이었다. 부채액이 18조6,193억원이었는데 부채비율은 무려 4,265.8%나 됐다. 전년(529.5%)보다 8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어서 삼성중공업(13조358억원), 현대삼호중공업(12조1,489억원), 현대미포조선(7조6,412억원) 순이었고 이들 3개사의 부채비율은 각각 305.6%, 372.7%, 425.3%였다.
자본잠식 상태인 곳은 STX조선해양(부채 7조2,218억원), 성동조선해양(3조5,622억원), SPP조선(1조6,151억원)이었다.
◆ 본격적인 구조조정 준비 중
주요 조선사의 채권은행들은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수주 절벽’을 버틸만한 고강도 자구계획에 조선업계 전반적인 구조조정까지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대우조선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끝낸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발생 가능한 경영상 충격에 대해 위기 상황을 견딜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 조사 방법이다.
산업은행은 이 결과를 토대로 전보다 더 강력한 추가 자구안을 만들어 대우조선의 회생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우조선은 작년에 최대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에 총 1조8,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이행하기로 했었다.
대우조선의 채권단 관계자는 “수주 절벽이 심각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좋지는 않을 것 같다”며 “지난번보다 2배까지 강력한 자구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우조선의 방산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삼성중공업도 지난 17일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냈었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 12일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현재 채권단들은 이들 자구안이 조선업계 전체의 자구안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세부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채권단이 사측에 자구안 강도를 더 높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말도 전해진다.
중소 조선업계도 위기를 이겨낼 강력한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을 관리하는 수출입은행은 이번 달에 수주 절벽이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재무ㆍ경영상태를 점검한 보고서를 만들 예정이다.
작년 유일하게 영업이익 575억원을 거둔 SPP조선은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인수까지도 예정돼 정상화가 코앞이었지만 결국 결렬됐다. SPP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법정관리 대신 다시 매각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