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3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분간 국내 증시는 주요 기업의 성적표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갈등, 미국 금리인상 기조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외 변수의 영향도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코스피 예상밴드는 2100~2200이다. 지난 19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0.25% 하락한 2156.26에 장을 마쳤다.
◆ 3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엇갈리는 전망
이번주 약 31개 기업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실적 공개를 앞둔 주요 기업들은 ▲22일 SKC코오롱PI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LG생활건강·포스코 ▲24일 삼성물산 ▲25일 SK하이닉스·KB금융·현대자동차·네이버 ▲26일 기아자동차·LG화학·삼성SDI 등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대형주 실적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며 “현재 실적이 양호한 업종은 에너지를 비롯해 섬유·의복, 철강, 조선,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3분기 실적 시즌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최근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 속에 부진한 흐름을 보인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주가와 밸류에이션, 수급 등은 세계 경제의 침체·충격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고 기업들의 극단적인 이익 감소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최악의 경우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3분기 실적 변수는 국내 증시 반등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닥 수준인 시장에서 섣부른 투매보다는 보유, 관망보다는 ‘옥석 가리기’ 저점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미국 증시가 기업들의 3분기 실적 호조에 반등한 것과 달리 국내 증시의 경우 상승세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지난주 미국 증시는 기술주 실적에 대한 우려가 약세를 보였으나 모건스탠리, 넷플릭스 등 주요 기업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수를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실적 눈높이는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현재 코스피 3분기 영업이익의 시장 예상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증가한 55조원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업종에서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은 실적 개선세가 진행 중이지만 한국은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이익 기대감이 낮아 미국 증시가 상승하더라도 한국 증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미국 증시 상승을 바탕으로 국내 증시가 미국만큼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적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중 환율전쟁 가능성 여전
이 가운데 미·중 간 갈등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기존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위안화 약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양국간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해소된 이후에도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제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보고서가 발표된 뒤에도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지난 1월 이후 최대폭으로 절하해 고시했다”며 “위안·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까지 근접했다”고 전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면 중국 내 자본 유출 공포가 높아져 신흥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가 악화된다”며 “국내 증시가 역사적 저평가 수준에도 반등이 지연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 美 연준 위원들의 발언 지켜봐야
아울러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추가 금리 인상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7일 공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대체로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동의하며 오는 12월 금리 인상 계획을 시사했다. 일부 위원들의 경우 중립금리를 웃도는 수준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연준과 시장의 입장이 다르다. 연준은 내년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으나 시장은 두 차례 인상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양측의 시각차를 좁혀 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의 발언들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버냉키 쇼크’가 발생했다. 당시 미국 국채금리가 100bp(1bp=0.01%포인트) 가량 급등하고 신흥국 통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 연구원은 “중앙은행과 시장의 소통 실패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며 “앞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연준 위원들의 증언·인터뷰가 금융시장에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솔이 기자 celin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