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영일 시사평론가 "도 넘은 언론플레이 누구에게도 도움 안돼"

[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연예인 사생활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카라 출신 구하라와 남자친구인 헤어디자이너 A씨의 사생활 폭로전은 폭행 사건으로 번졌다. 방송인 엘제이(LJ)는 인스타그램에 티아라 출신 류화영과 열애 사진을 공개해 진실공방을 벌였다. 연예인들의 개인사가 폭로전으로 치달으면서 대중들의 피로도도 높아진 상태. 최영일 시사평론가와 함께 연예인 사생활 폭로 문제점과 개선점을 짚어봤다.
 
-구하라와 남자친구 A씨 폭로전 어떻게 바라 봤나.
처음 구하라씨 사건은 폭행으로 터져 나왔고, 남자친구 얼굴이 공개 됐는데 상처가 심하지 않았냐. 일반 폭행이 아니라 상해로 넘어가게 되고, 형사적인 사건이 되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두 사람 중 누가 더 잘못했나?’ 따질 수밖에 없다. 과거 소녀시대 효연씨도 남자친구와 다툼이 벌어졌지만, 심한 상해 폭행이 아니라서 흐지부지하게 덮어졌다. 일반인이 피해를 주장하면 문제가 더 커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돼야 한다. 연예인들의 열애, 결별, 결혼, 이혼설 등은 대부분 작품 활동 등이 아니라 흔히 가십이라는 영역에 속하는 것 아니냐. 최근에는 연예인 탐사보도 매체들이 많이 생겨서 파파라치처럼 치열하게 보도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 알 권리를 침해한 뒷조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 명분을 연예인이 제공하면 어쩔 수 없지만,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사생활 보도 기사를 남용하는 건 자중해야 한다. ‘연예인은 우리와 똑같은 개인이다’ ‘사적 영역은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두 사람 모두 언론을 이용해 대중들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구하라와 남자친구는 스스로 고소?고발전, 대언론전을 벌이지 않았냐. 개인적으로 매스컴에 공개해 일을 크게 벌였기 때문에 ‘연예인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된다’는 말이 무색해 졌다. 경찰조사 등 법적으로 진실공방을 가릴 수밖에 없는 상태다. 대중들은 이런 보도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한다. 연예인들의 언플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결국 시간이 흐르면 누구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칙이 하나 있다. 더 유명한 사람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A씨는 초급 헤어 디자이너지만, 구하라씨는 잃을 것이 너무 많은 톱스타다. 광고도 소송 걸릴 가능성이 있고 잃을게 훨씬 많다. 구하라씨가 ‘일방적인, 이유도 없는 폭행범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건 살려고 노력하는 거지만, 오랫동안 데미지가 남는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이런 경우 언플은 굉장히 위험하다. 솔직하게 자신의 심경을 SNS에 한 번 정도 밝히거나, 소속사를 통해 공식입장을 전한 후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 언론 플레이로 우위를 점하려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류화영과 엘제이의 연애사 폭로는 SNS를 통해 이뤄졌다.
과거에는 기성 미디어만이 연예뉴스를 전할 때 가십성 뉴스로 다뤘지만, 연예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SNS는 순식간에 퍼지고, 오보를 다잡으려면 어마어마한 노력과 비용이 든다. 속도성, 오보를 바로잡는데 드는 복원 불가능성 문제가 심각하다. 연예인들은 알아서 조심해야 하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대중은 윤리적인 선을 지켜야 한다. 호기심과 궁금증, 관심의 영역에서 누구나 초상권이 있는 건 알지만, 개인의 사생활 사진이 SNS에서 유포됐을 때 쉽게 퍼 나르지 않나. 대중들에 자제하라고 하고, 미디어에 관련 기사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관심에 의존해서 연예인도 인기를 얻고, 그 인기는 돈으로 치환된다. 이런 생태계에 살면서 역기능은 하지 말라고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최소한의 윤리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해 성찰해야 하는 시점이다.

구하라

-과거보다 연예인 개인사 폭로전이 쏟아지는 이유는.
지금 우리는 네트워크 사회, 정보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 안에서 돈을 보는 수단은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다. 결국 사람들의 주목을 많이 끌어당겨야 돈을 벌 가능성이 높아진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대중의 주목을 끌어야 인기, 주가가 올라가지 않냐. 언론매체는 당연히 트래픽을 올려야 하고, 대중들이 가장 폭발적인 관심 보이는 건 연예인과 뒷이야기 등 대체로 사생활 관련된 이슈가 많다. 이것을 활용, 남용, 악용해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커다란 암시장이 생긴 거다.
 
-대중들은 연예인의 사생활에 큰 관심을 가진다. 연이은 폭로에 피로도 높아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누구나 성찰하는 위험 신호를 가지고 있다. 대중들의 심리에서 브레이크를 잡고 자중 하는 분위기로 흐르느냐, 아니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냐의 차이다. 연예인 본인의 대응 방식, 소속사의 대처에 따라 대중들이 문제의 본질에 관심을 가지는 방식이 달라진다. 최근 미투운동은 상당히 무겁게 다뤄지지 않았냐. 구하라씨 폭행 사건은 개인의 삶이 산산조각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할 수 있는 문제지만, 대중들이 무겁게 다루지 않는 건 한 사람의 특수한 상황으로 큰 변화를 촉발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대해 대중이 대하는 입장과 시각 및 관점은 모두 다르다. ‘어떤 사회적인 행위를 담고 있는 사건이냐’에 따라서 경중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사생활 폭로는 연예인의 이미지에도 치명타를 입힌다.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우리 사회는 원래 이중사회라서 이중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연예인을 개인으로 보면 충분히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투기도 하고, 결혼해서 행복해 보이지만 안 맞으면 이혼도 할 수 있다. 요즘 데이트 폭력이나 이혼율도 급증하고 있지 않냐. 연예인의 기쁨과 고통이 일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연예인은 다르길 바라는 게 대중들의 심리다. 사실 연예인은 아티스트라서 개인보다 더 크리에이티브 해 여러 가지 기행이나 엽기성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중들은 오히려 연예인은 공인이니까 더 반듯하길 바란다. 연예인은 좋은 이미지로 인기를 얻으면 대중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사랑 받는데, 알고 보면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다. 문제가 터졌을 때 대중들에 사랑 받은 만큼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만들어 온 가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너무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어 놓으면 한 번 금이 났을 때 산산조각 나 붙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최대한 자신의 본 모습을 가지고 대중들과 올바르게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중성이 너무 두터워지지 않도록 자기관리 할 필요가 있다.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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